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1
노먼 메일러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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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노먼 메일러. 조상이 만날 벨/노커를 두 번 울렸던/두드렸던 우편배달부였나 보다, 메일러라니. 일찍이 <밤의 군대들>을 읽고 또 메일러를 읽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지난번에 어떤 작품을 읽는 중에 등장인물이 <나자裸者와 사자死者 :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노상 입에 달고 다녀 두 권 1,200쪽에 달하는 긴 소설을 읽었다. <밤의 군대들>을 읽고 왜 실망했느냐 하면, 정권 혹은 공권력에 의한 반(베트남)전 학생운동의 탄압에 대한 항의, 그건 동의한다 해도, 지식인인 자신한테도 일반 시위 군중과 거의 동일하게 적용한 공권력의 대처에 대한 불만은, 라틴 아메리카의 일부국가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일부국가에선 뭐 별로 감흥이 와 닫지 않는 수준으로, 이 양키들 엄살이 보통이 아녀, 퓰리처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오직 미국 시민에 있는 것과 같이 <밤의....>에서 보이는 메일러의 엄살에 감명 또는 동감을 얻을 수 있는 독자 역시 미국 시민에 국한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서유럽 국가에선 같거나 비슷한 질량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겠네. 소위 말하는 백인 선진국가들.
  <벌거벗은...>은 <밤의....>보단 좋았던 것이, 직립보행을 시작하고 씨족 사회를 벗어난 호모 사피엔스들이 수만 년 동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여왔던 전쟁/전장을 소설의 무대로 하며, 또 전쟁이 벌어졌다하면 언제나 발생하는 숱한 모순들, 공포, 분노, 허위, 희생, 동지애, 이기심, 살해, 죽음, 시신, 부패, 남근성男根性, 욕심, 공명, (인간이 인간과 인간의 목숨에 대하여 강요하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소모, 질투, 회상, 성병, 추악 등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어 소설 속의 모든 상황을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군이 점령한 남태평양 가상의 섬 아노포페이에 상륙한 미 육군 커밍스 사단과 직할 수색소대가 벌이는 작전 이야기. 그래서 두 주인공은 커밍스 소장, 그리고 수색 소대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의 어이없음은 육군 장군이나 말단에서 박박 기는 이등병이나 차별 없이 벌어지지만 당연히 육체의 고단함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장군의 말 한마디에 소수의 사병들은 가차 없이 살해되거나 절단의 부상으로 고통을 받거나, 아무 필요 없이 육체와 정신의 끝까지 소모해야 한다. 장군은 오히려 그가 없을 때 생각하지도 않게, 열등한 참모의 정신없는 오판에 의한 결정 때문에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큰 전과를 거둘 수 있고, 온갖 회의와 경우의 수에 대한 곤고한 계산 끝의 훌륭한 판단 아래 내린 작전으로도 허벌나게 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병력 수와 무기와 식량이(었)다.
  문제는 이 작품을 읽고 이것을 반전 문학이라고 주장하는 건데, 노먼 메일러,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인종주의의 정체를 내놓고 밝힐 수 없었겠지만 읽는 내내 유대인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아리송해서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고, 비록 적군이지만 왜소한 아시아인으로서의 일본인에 대한 태도 역시 애매모호한 것처럼, 그가 전쟁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인지, 전쟁이란 것이 원래부터 이렇게 생겨먹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왜 그런가하면, 앞에서 얘기했듯 노먼 메일러 한 사건(태평양 전쟁)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그린 것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 현장에서 벌어진 장면을 보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객관적이고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소설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시 미국의 인종주의에 대해서라면, 전투병 가운데 흑인이 전혀 없었다는 건 다들 아실 것이다. 왜냐하면 흑인에겐 총을 줄 수 없었으니까. 지능이 백인의 60%밖에 진화하지 않은데다가 그동안 긴 노예생활로 백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지레 겁이 난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어떻게 총을 지급하겠는가. 그래서 몇 명 있지도 않은 흑인 병사는 주로 유럽이 아닌 태평양 전쟁 지역에서 총 없이 할 수 있었던 전쟁물품의 수송, 후방지역에서 벌어지는 공병 등의 작업에만 투입시켰고, 이 책에서도 단 한 명의 흑인 병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울러 20세기 초반의 반유대주의는 비단 독일에만 국한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독일 못지않은 유대인 청소작업이 있었던 건 다들 아실 것이고) 전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도 수백 년 동안 유구한 전통처럼 이어지다가 갑자기 반짝 불꽃을 피웠던 건데, 노먼 메일러는 작중 수색소대에 두 명의 유대인 전입병을 등장시켜 각기 상반된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유대인도 우리와 같은 그냥 사람들이란 걸 얘기하는 것도 같고, 다른 소대원들이 그들을 더러운 유대인 어쩌고저쩌고 하는 걸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그들의 의견에 일부 동의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메일러는 인종주의 같은 건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거다. 오직 하나 그의 관점은 될 수 있는대로 세밀화를 그리려고 했던 것 외엔 없다. 사실을 사실대로 쓰려 한 거. 자신이 하버드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장교로 임관할 수 있었는데 오직 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자원해 사병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반골이니 사실적인 묘사에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이해가 갔다.
  근데 사실적 묘사. 그게 얼마나 뜨거운 건지. 사실이란 거, 그거 실제로는 함부로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되고, 정말로 쓰자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부인 안나 카레니나의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가스와 건더기가 방출하면서 내는 맹랑하고 발칙한 소리. 그것도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들려오는 음향. 게다가 냄새까지 보탤까 말까. 이게 사실인데 그걸 누가 함부로 소설에다가 쓰겠느냐는 거. 총알이 귓바퀴 아래로 팽팽 지나가는 순간 갑자기 허벅지에서 피가 콸콸 나는 듯 미끈거리는 느낌, 근데 알고 보니 나도 모르게 괄약근이 벌어지면서 새버린 분뇨라는 사실. 명치끝에 총알 한 방을 제대로 맞았으나 기대와 달리 장렬하게 죽지 못하고 모진 목숨 무슨 미련이 남아 삼박사일동안 더 이어나가느라 악을 쓰고 욕을 하다 까무러치는 사실. 사실은 뜨겁고 위험하고 무모하다. 근데 이 노먼 메일러, 뜨겁고 위험하고 무모한 짓을 기꺼이 그려내고 있다.

 

  아직도 난 할 말이 남았다.
  과연 이 작품을 평론가들이 얘기하는 대로 반전문학反戰文學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점. 나도 내가 느끼는 사실로 말하자면 (이거, 위험한데, 무모하고!) 만일 <벌거벗은....>이 반전소설이면 세상의 거의 모든 전쟁소설이 다 반전소설이게? 전쟁문학에서 전쟁의 비참함이 나오지 않는 것이 있나? 우리나라 전쟁소설에는 여군들의 비참한 행군도 나오는 걸 읽은 적 있다. 헤밍웨이의 전쟁소설이 반전소설인가, 하는 것도 문젠데, 헤밍웨이 역시 저널리스트로,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 그 나라 군인으로 참전했으니 탈영만 했다하면 다시 조국 미국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소설을 썼는바(무기여 잘 있거라), 주인공이 정말로 탈영을 해버리는 거 그게 반전소설인가.
  에이, 반전소설일 수 있겠지. 그러나 내 기준으론 아니다. 왜냐하면 난 하필이면 조지프 헬러의 <캐치-22>를 읽어봐서, 적어도 그 비슷한 수준의 것이 나와야 반전소설로 인정할 수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벌거벗은....>은 몇 년 후 저널리스트가 될 젊은 참전 작가가 쓴 그냥 전쟁소설이다. 재미있지만 재미 면에서도 <캐치-22>만큼은 아닌, 그냥 전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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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7-2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캐치-22] 정도는 되야하는 거군요. 기억하겠습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Falstaff 2021-07-28 10:18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만큼 저는 <캐치-22>가 쇼킹했었더랬지요. 아니, 이런 소설도 있구나, 할 정도로요. 탈영병을 일컬어 영웅으로 환호할 수 있는, ˝미국˝ 소설이라니 말입니다.
메일러는, 역시 기자 출신이었던 헤밍웨이처럼, 기본적으로 반전주의자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명 다 (전쟁의 경우) 소설은 재미나게 쓰는데 그걸로 끝인 거 같아서요. 물론 제 생각이 그렇다 하는 겁니다만.
옙. 스텔라 님도 보양식 열심히 챙겨 드시고 튼튼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새파랑 2021-07-28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전 소설은 아니지만 전쟁 소설이군요. 리뷰보니까 좀 잔인(?)한 느낌도 약간 드네요. 직접 참전해서 썼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으면서도 폴스타프님의 감상평을 보면 재미만 있을거 같고... 🤔

Falstaff 2021-07-28 12:23   좋아요 1 | URL
앗!
재미만 있는 책이 어때서요? ㅋㅋㅋㅋ 소설읽기의 가장 큰 미덕이 재미잖아요!!!

hnine 2021-07-28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반전문학’이라고까지 할만한가 싶네요. 누가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지만요. 지금 밤의 군대들 읽고있어요. 어렵네요ㅠㅠ

Falstaff 2021-07-28 12: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다 읽는 사람 생각하기 나름이겠습니다. 의견이야 달라야 제맛인 거고요.

coolcat329 2021-07-29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먼 메일러, 이 작가 아내를 칼로 찔러서 무섭고 싫어 제 개인 금지도서로 정해놓은 ㅋㅋ 얼마나 읽는다고 금지도서를 정했나싶어 웃기지만요 ㅋㅋ
그래도 이 책 재미는 있군요~
<캐치-22>참 궁금합니다.

Falstaff 2021-07-29 09:51   좋아요 1 | URL
앗, 메일러가 그런 인간이었어요?
열받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찔러? 아우, 그건 안 되지요.
말로 하다가 안 되면 갈라서면 되지 참.....

<캐치-22>는 코미딥니다. 전쟁소설은 반드시 반전소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종이라서, 이 책을 위대한 헤밍웨이의 것들보다 위에 놓을 용의가 있답니다.
전쟁하고 싶어하지 않는 군인들이 모인 병영이 무대인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터지는 이상한 책입니다. 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비질비질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9 09:59   좋아요 1 | URL
네 좀 인성이 덜 됐더라구요. 바람피고 폭행에...ㅠㅠ

캐치22 전쟁소설인데 코미디군요. 아 저 이런 책 넘 좋아합니다. 아 전쟁하기싫은 군인들이라니 벌써부터 입에서 웃음이 터지려고하네요.

잠자냥 2021-07-29 10:07   좋아요 2 | URL
네, 노먼 메일러 그런 인간입니다.
저도 쿨캣 님과 같은 이유로 노먼 메일러 작품 안 읽고 있습니다. 너무 싫음...
그 인간에 대해선 제 이 페이퍼를 참조하세요. 진짜 쓰레기...

https://blog.aladin.co.kr/socker/11029081

<캐치-22>는 하원드 진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은 적이 있어서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찜만 해놨던 책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9 10:22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 ㅋㅋㅋㅋㅋ 아주 속 시원하게 쓰셨구먼요!
<캐치-22>는 여성주의에 가까우신 분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무지 웃겨요.
 
지하철의 연인들 20세기 프랑스 희곡선 3
장 타르디유 지음, 이선형 옮김 / 월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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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을 이루는 쥐라산맥의 작은 마을에서 화가 아버지 빅토르와 음악가 어머니 카롤린 사이의 외아들로 1903년에 태어난 장 타르디유는 일찌감치 영재의 기질을 발휘해 10대 초반부터 후기 인상주의의 취향에 젖어 있었다고 하는데, 10대 초반이라, 이건 못 믿겠다. 점점 자라 29년, 스물여섯 살이 되었을 때, 당시엔 프랑스도 의무복무가 있어서 그것도 때울 겸,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베트남에서 미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던 아버지도 만날 겸해 인도차이나에 지원해 갔다가 현지의 젊은 혁명 시인들과 어울리는 바람에 3주간 더위 속에서 감방 생활을 했단다. 그러나 그곳에서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할 한 살 위의 생물학을 전공하는 여인 마리-로르 블로를 만나 프랑스에 돌아와서 결혼하기에 이르니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던 듯. 더구나 베트남까지 가서 어려운 시절에 만난 평생의 배필이 배우기도 잘 배우고 세상에나,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그래.
  1930년대에 몇 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이후 극문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라디오 극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1950년대 이후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을 발표한다. <지하철의 연인들>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후 1990년까지 계속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95년, 92년간 한평생 잘 먹고 잘살다가, 63년 동안 해로한 93세의 아름다운 아내가 지켜보는 침상 위에서 숟가락 놓으니, 거 참, 세상에 이이처럼 팔자 좋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지하철의 연인들>은 역시 부조리극. 부조리극이라면 1950년대부터 대략 10여 년 동안 유행했던 전위 연극을 말한다. 흔히 반연극反演劇, 아방가르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조리, 라는 어원을 따지는 골치 아픈 이야기 대신 한마디로 하자면, 기존의 연극 문법을 타파하려는 경향을 이야기한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을 보면, 연인들이라고 했으니 일단 주인공 비슷한 연인들, 그녀와 그이가 나오고, 23명이나 되는 무명의 승객들이 출연하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은 마네킹이다. 물론 23명이 다 필요한 건 아니다. 최하 남자 셋, 여자 두 명이 분장과 목소리의 변화를 통해 대신할 수 있다. 그들이 하는 역할은, 첫 번째 평범한 남자, 두 번째 평범한 남자, 성격이 급한 부인, 다리를 저는 남자, 잘난 체하는 신사, 애교스런 여자친구, 책 읽는 사제, 책 읽는 비 신앙인 기타 등등, 기타 등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첫 번째 우아한 여자 외국인과 두 번째 우아한 여자 외국인, 그리고 성별이 분명하지 않지만 남자인 것처럼 보이는 통역사다.
  지하철. 대도시의 상징이다. 한때 세상의 수도였던 파리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인 지하철. 사람은 끓어 넘치게 많지만, 역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소외와 개별화, 파편화가 가속화되어 오히려 더 많은 인파 속에서 대화와 소통은 단절된다. 1막인 플랫폼에서 두 명의 우아한 여자 외국인이 등장해 대화를 나눈다. 이 장면을 조금만 인용해보자.

 

  첫 번째 우아한 외국여자 : 아마 마히, 파하 「파리」?
  두 번째 우아한 외국여자 : (「파리」란 단어를 이해하고는) 오 파리, 구쉬, 구쉬, 파리!
  첫 번째 우아한 외국여자 : 우유 메-후이?
  두 번째 우아한 외국여자 : (이해하지 못한다) 파 콥, 파 코피, 포톡!

 

  여기에 통역사가 등장해 첫 번째와 두 번째 여자의 언어를 통역하지만 알아듣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이들의 국어를 사용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플랫폼에 아무리 많이 몰려 있어도, 무수한 사람들의 입 밖으로 나오는 단어는 장 타르디유가 듣기에 외국 여자 두 명의 대사와 같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모르겠고,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다.

 

  2막은 객차 안이다.
  객차 왼편과 오른편 끝에는 연인, 여자와 남자가 서 있고, 이들 사이에 다섯 명과 기둥서방 역을 하는 마네킹이 서 있다. 객차는 그나마 플랫폼과 달리 사람들 전체를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만드는 물리력이 작용하는 공간이다. 출발, 정지, 가속, 회전에 따라 승객들의 몸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기는 하니까.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그들에게 작용하고 있는 외부 힘일 뿐으로, 같은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같은 속도로 자전하는 지구라는 행성에 함께 탑승한 나와 당신의 어깨 위를 누르는 공기, 코끼리 다섯 마리 무게의 압력과도 같은 것이다. 즉, 2차 세계대전 같은 거대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별로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는 말씀.
  다섯 명은 각각 신문을 즐겨 읽는 사람, 감정이 상한 도발적인 부인, 이해심이 많은 배관공, 스타를 꿈꾸는 공주병 아가씨,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남자인데, 남자와 여자는 전혀 의미 없는 대화를 남발하고, 연인끼리의 의사소통은 자기주장을 쪽지에 써서 사람들이 전해주는 형태다. 남자가 옆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자리를 바꿔가며 한 칸씩 연인 곁으로 가지만 결코 의미 있는 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결국 그녀와 그이가 상봉을 해 드라마는 해피엔드로 끝나긴 한다.
  여기에 프랑스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타르디유 표 말장난이 눈부시게 나온다는데, 불어에 전혀 조예가 없는 나는 조금도 알지 못하니 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역자는 그런 크레센도, 데크레센도 같은 음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안타깝다고는 하지만 어쩌랴, 그게 왜 안타까운지도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는 말이지. 번역서를 읽으며 완전히 다 만족할 수 있나. 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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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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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프레드 울만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01년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복한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 뮌헨, 튀빙겐 대학에서 공부하고 22세 때 교회법과 민법으로 두 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해 변호사가 된다. 10년 후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 자리에 오르자 프랑스로 이주한 울만은, 급여를 받는 외국인은 고용하지 못하며 만일 급여를 받는 것이 발각될 경우 즉각 추방한다는 법령이 발효됨에 따라 울만 변호사는 엉뚱하게 그림을 그려 그것을 팔아 돈을 만들고 모자라면 열대어를 팔기도 했다. 울만의 그림 수준이 대단했음에도 대중들에게 어필하지는 못했단다.
  독일에서 유대인 탄압을 시작하자 유럽 각지에서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그래 울만은 1936년에 스페인 코스타 브라바 인근의 작은 어촌 토사 데 마르로 또다시 옮겼지만 곧바로 내전이 터진다. 이 바람에 다시 마르세유를 거쳐 파리로 가려 하다가 여권과 돈이 든 지갑을 잃어버리는 소설 같은 우여곡절 끝에 런던의 친구 다이애나 크로프트의 전화를 받고 영국으로 향한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여권이 없는 난처함은 레마르크의 소설 <리스본의 밤>에 잘 나와 있다. 이렇게 돈도 없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으면서 영국에 도착한 울만은 1936년 11월에 대표적인 우익 정치가인 헨리 페이지 크로프트의 딸인 다이애나와 결혼해 1985년에 세상을 뜰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런던에서 살았다.
  변호사이자 화가인 프레드 울만한테는 또 글쓰기의 뮤즈까지 있었는지 비록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1971년에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동급생>를 출간한다. 그러다가 1977년에 깨나 종교적이고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아서 캐스틀러, 또는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가 서문을 써주는 바람에 대박을 쳤다고 한다.
  <동급생>의 화자 한스 슈바르츠는 대략 1915~16년생으로, 1933년에 자신의 출생지인 슈투트가르트의 슈바벤에서 혼자 당숙이 사는 뉴욕으로 일종의 망명을 한다. 한스는 당숙의 강권으로 제2의 휠덜린이 되리라는 시인의 꿈을 접고 법과대학을 졸업해 변호사로 성공한다고 설정했다. 자신이 30대에 유대인으로 경험한 독일 사회를 10대의 눈으로 관찰하게 되는데, 그리하여 1930년대 초에 전 독일의 대지를 뒤덮던 음울한 유대인 박해에도 불구하고 “포도밭과 과수원들로 덮이고 성채들로 왕관이 씌워진 완만하고 평온하고 푸르른 슈바벤의 언덕들” 같은 낭만적 분위기를 고수할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비극을 낭만적 아름다움으로 채색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는 1932년 2월, 한스 슈바르츠의 삶에 들어와 다시는 떠나지 않을 소년 콘라딘 폰 호엔펠스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한다. 한스의 집안도 최하 2백 년 전에 슈투트가르트 슈바벤으로 이주한 유대계로 자신들이 독일임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 한스의 의사 아버지 역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슈바벤 사람이며, 독일인이고 마지막으로 유대 혈통을 지녔음을 강조하여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두 번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운 장교 출신이다. 시대는 20세기로 접어들고 벌써 한 세대가 지났다. 그리하여 주변에 숱하게 많은 귀족 찌꺼기들이 있어 웬만한 프라이헤어, 바른. 프리츠가 있더라도 전혀 꿀릴 것이 없었음에도 폰 호엔펠스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은 처음부터 대단했다. 그라프 폰 호엔펠스, 콘라딘. 호엔펠스 백작.
  힐데브란트 폰 호엔펠스는 1190년 소아시아에서 호엔슈타우펜의 왕 프리드리히 1세를 구하려다 사망했다. 안노 폰 호엔펠스는 프리드리히 2세의 친구로 1247년에 황제의 품에 안겨 죽었다. 프리드리히 폰 호엔펠스는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를 포로로 잡은 뒤 전사했고, 발데마르 폰 호엔펠스는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전사했다. 프리츠와 울리히 형제는 보불전쟁 당시였던 1871년 샹피니 전투에서 울리히가 먼저 전사했고, 동생을 구하려 적진을 뚫고 들어가다 프리츠마저 죽음을 맞았다. 또다른 프리드리히는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베르됭 전투에서 전사했다. 무려 천 년에 가까운 명문의 자제와, 랍비의 손자이며 증손자이고, 상인과 가축 장수의 혈통을 가진 의사의 아들 유대 소년의 거리는 지구와 해왕성만큼은 되었으리라.
  마르틴 루터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스페인 왕인 카를 5세 앞에 섰던 1521년에 설립되었으며 뷔르템베르크에서 가장 이름 높은 학교인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에 클레트 교장 선생과 함께 교실에 들어선 콘라딘. 한스는 그를 보자마자 멋지게 차려입은 우아함에 압도당했고, 날이 가면서 그와 친구가 되기로 작정을 한다. 한스는 몇 년 후 말도 통하지 않는 뉴욕으로 건너가 쉽게 법과대학을 마치고 변호사가 될 정도의 공부 머리가 있고, 여태 튀지 않기 위해 자진volunteer하지 않아서 그렇지 높은 수준의 체육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스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해 금세 닭 무리 속 한 마리 학이 되었고, 혼자서도 학교생활을 얼마든지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콘라딘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독일의 각 지역에서는 하켄크로이츠 표식들을 담벼락에 그려놓고, 유대계 시민들을 괴롭히며 공산주의자들한테 공개적으로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으나 슈투트가르트의 삶은 대체로 평상시처럼 흘러갔다. 콘라딘과 한스는 독일 곳곳에서 나타나는 지구 종말의 기미보다는 후기인상파와 표현주의, 연극과 오페라, 그리고 굉장한 순결함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여자애들에 대한 숭배 등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세상 물정을 한스보다 더 넓게 보는 안목이 있던 콘라딘의 배려였음이 속속 드러난다. 이에 한스는 콘라드의 배려에 어쩌면 당연히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지만 며칠 만에 화해한다. 그러나 서먹한 건 피할 수 없다.
  젊은 학생들의 우정이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베를린에서 시작한 유대인 박해에 어느덧 슈투트가르트마저 전염됐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육군 장교 출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스를 뉴욕으로 보낸다. 그들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으리라. 뉴욕에 도착한 한스는 곧이어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전쟁은 끝이 나고, 이제 성공한 변호사가 된 한스는 여전히 독일 출신 미국인과 독일 국적인을 만나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건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자신이 다녔던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으로부터 전쟁에 희생된 동문들을 기리는 회관을 건설하기 위한 기금 마련 관련한 편지 한 통을 받으며 큰 회한에 젖는다.

 

  중편소설 정도 분량의 작은 작품. 그러나 매우 아름답다. 아서 쾨슬러가 이 작품에 대하여 기막힌 서문을 썼다. 본문을 읽기 전에는 그저 의례적인 미화문美化文인 것처럼 스치듯 지나갔으나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니 정말 기막히게 이 작품을 정의해놓았다.

 

  “주제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데도 향수 어린 단조minor로 쓰였다.”

 

  물론 분노가 없어서 바그너가 아니라 모차르트가 쓴 <신들의 황혼> 같다는 허언을 망라했지만 “단조로 쓴 비극”보다 <동급생>을 저 정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을 듯.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성인보다 청소년들에게 권장하고 싶다. 아니면 적어도 심장만큼은 아직도 십대의 그것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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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6 10: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읽었을 때 마지막에 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스무살이지만 아직 심장만큼은 십대라서 이 작품이 좋았었나 보군요! 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참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Falstaff 2021-07-26 10:4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울었어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결말이 대단한데 차마 그걸 밝힐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6 11:41   좋아요 3 | URL
아흑 저도 책읽고 울고싶습니다. 40넘어 책을 읽으니 눈물이 안납니다.ㅠㅠ 욕만 찰지게 하구요

Falstaff 2021-07-26 12:26   좋아요 1 | URL
쿨캣님은 욕도 찰지게는 못 하시는구먼요 뭘.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6 12:38   좋아요 0 | URL
뉴스볼때 잘 합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아! 했더랬는데 리뷰 읽어보니 막 새로우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그렇지만 책이 없네요... 인생..... 하하하하하. 잽싸게 팔아치우는 것은 이럴때 불편합니다.

저는 스물한살이지만 심장은 십대 입니다...

이만 총총.

잠자냥 2021-07-26 11:50   좋아요 2 | URL
전 신간 읽고 웬만하면 파는데 이 책은 안 팔았어용! 헤헤
다락방 님은 스물한살이고 심장은 열아홉이라서 팔았나보군요.
전 스무살에 심장은 열네살이라서 안 팔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6 12:28   좋아요 1 | URL
아웅. 다락방 님 저번 프로필 보니까 스물네 살이셨던 거 같은데, 그게 작년이니까 지금 스물다섯이구먼요. ㅋㅋㅋㅋ
잠자냥 님도 지금은 스물하나.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12:42   좋아요 0 | URL
자꾸 나이먹어서 큰일이네요...

coolcat329 2021-07-26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작품 맞습니다.
올 3월, 15살 아이 생일선물로 준 책이에요. 조카나 자녀에게 선물하시면 좋을 책입니다.

잠자냥 2021-07-26 11:51   좋아요 3 | URL
전 왜 제가 읽고 욹고 제가 갖고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6 12:29   좋아요 2 | URL
근데 만점에서 하나 뺀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10대 취향의 과한 회상형이라서. 뭐 인생입죠.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6 12:39   좋아요 1 | URL
아! 10대 취향의 과한 회상형! 저도 이 거때문에 별하나 뺐습니다~

새파랑 2021-07-26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대취향이라고 하니 읽어봐야 겠군요~!! 비극과 향수라니 슬플거 같아요 ㅜㅜ

Falstaff 2021-07-26 16:4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깜놀!
재미나고요, 감동주려 애쓴 소설입니다. ^^

북극곰 2021-07-26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다섯 개를 마구 주었었는데. ㅎㅎ 중단편의 길이도 딱 맞춤하다 생각했어요.

Falstaff 2021-07-26 17:19   좋아요 2 | URL
별점 주는 거야 전적으로 독자 마음이지요. ㅋㅋㅋ
저는 좀.... 이 책 읽다가 우신 분도 계셔서 (이 분이 손도 맵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하염없이 귀싸대기 맞을 거 같지만, 어째 아주, 아주, 아주 조금 뽕끼가 있는 거 같아서 별 다섯 개는 도무지 못 주겠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

잠자냥 2021-07-26 21:5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 ! *찰싹*

Falstaff 2021-07-27 08:36   좋아요 1 | URL
아이쿠! 아파라...
내 이럴 줄 알았지. ㅜㅜ

파이버 2021-07-26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을 때 반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낭만적인 부분을 소홀히 넘겨버린 아쉬운 독서였어요^^;; 저는 다행히? 전자책으로 사서 아직 가지고 있네요

Falstaff 2021-07-27 08:37   좋아요 1 | URL
전체 분량이 얼마나 되나, 싶어서 마지막 문장을 글쎄 먼저 읽어버린 거 있잖아요.
에휴. ㅋㅋㅋㅋ

파이버 2021-07-27 10:53   좋아요 1 | URL
으악 너무 안타까운 실수를 하셨어요ㅜㅜ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열 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작품집. 1925년 6월에 제임스 아널드 호로위츠 James Arnold Horowitz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설터는 애초에 직업군인으로 전투기를 몰았다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사냥꾼들>이란 소설을 써 작가의 길을 걷는다. 처음에는 필명을 ‘제임스 설터’로 하다가 나중엔 법원의 등기부를 고쳐 정식 이름으로 삼았다고 하니 이이가 ‘뉴저지 설터 씨’의 시조가 되겠다. 위키 백과를 보면 설터의 대표작으로 어제 내가 악평을 했던 <스포츠와 여가>를 꼽았다. 나의 문학적 소양이 여태 형편없다는 것이 백일하에 증명이 된 셈이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스포츠와 여가>에서 독자가 구경할 만한 것은 그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뿐이라는 주장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 지금 막 《어젯밤》을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제일 처음 느낀 소감은 제임스 설터가 단편소설을 위해 특화된 작가가 아닐까, 싶은 것이었다. 설터의 작품 속에 커다란 담론 같은 건 없다. 애초에 그런 것들을 담을 의도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설터가 줄곧 관찰했던 것은 커플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하지만 치명적인 떨림이다. 이 떨림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경험해보는 일이지만 이 현상이 결코 같은 떨림은 아니다. 필립의 떨림은 금발머리 가정교사를 보고 결혼 15년 만에 찾아온 벼락같았던 사랑이고, 중년의 부유한 과부 테디에게는 열다섯 살에 첫 경험을 하게 해준 무명 소설가였지만 지금은 편지에 답장도 해주지 않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브라이언한테는 아내의 귀고리를 빼앗아 매단 채 장인과 환담을 하는 유엔 직원 패밀라다.
  이 떨림의 공통 현상은 애정, 그리움, 안타까움, 후회, 잔상, 추억 같은 것들. 그리하여 설터가 내놓는 그림 속에 ‘현재의 뜨거움’은 없다. 있다면 오직 과거나 잘못된 사랑, 즉 불륜인 경우다. 열 개의 모든 작품은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남녀가 등장한다. 그리하여 유일한 주제는 사랑. 만개하지 못했거나, 이미 시들어버린 것 등.
  설터의 단편은 말 그대로 ‘단편적’이다. 단 하나의 에피소드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써내려 간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사랑이 하필이면 결혼 피로연 때 섬뜩하게, 내일이면 또다시 볼 수 없는 한 순간의 혜성처럼 떠오르고, 전신에 암이 퍼져 모르핀으로 연명하는 아내의 요청으로 모르핀 치사량을 주사한 밤에 연인을 불러들여 뜨거운 밤을 보내고, 20년 만에 다시 만난 옛 시절의 연인이 너무 비대하고 추한 모습으로 변해버려 서둘러 돌려보내는 등, 딱 단편소설을 쓸 만큼의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에 꼭 필요한 문장들과 절제된 수사법만 사용하니 단편으로도 짧은 분량이면서 호소하는 바는 매우 강하다. 전형적인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 분위기는 전혀, 완전히 다르나 황순원이 이런 주제로 썼으면 설터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 듯.
  오랜만에 깔끔한 번역 단편소설들을 읽었다. 물론 단편소설이 다 이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완전히 내 스타일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그간 외국 작가들의 단편은 별로 읽지 않았으나 골라 읽은 것들 대부분 괜찮거나 훌륭한 단편집이었다.
  다만 단편소설, 특히 번역한 단편일 경우 독자의 취향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선택하시겠다면 조금 신중해질 필요는 있다. 어쨌든 나는 《어젯밤》을 마지막으로 설터는 더 이상 읽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제임스 설터. 이 독특한 문법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조금 더 관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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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23 0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에 이 책 읽었는데 왜 언급하신 줄거리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까요?
요약하신 줄거리를 보면 엄청 재미날 것 같은데요.
사놓고 안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읽었던 책을 또 읽어야 할까요?
삶은 .. 어렵습니다.

이만 총총.

Falstaff 2021-07-23 09:24   좋아요 3 | URL
단편소설이 아쉬운 점입니다. 읽을 때는 참 절절하게 읽는데 오래가지 않는다는...
단편이 애초에 주제에 집중하는 형식이라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얘기하신 현상이 아주 자주 생깁니다. ㅎㅎㅎ 어렵지 않으면 삶이 아닙지요. -_-;;

잠자냥 2021-07-23 09: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어젯밤>은 별 다섯 개짜리 단편집 맞습니다. 전 이 책으로 설터를 처음 만났기에 오! 하고 계속 읽었답니다. 두 번째로 읽은 게 <가벼운 나날>이었는데요, 이 작품도 장편임에도 좋았어서, 오호! 그래 계속 읽는 거야! 하면서 신나게 읽었습죠... 그런데 <스포츠와 여가>는 좀 뜨악했습니다. ㅎㅎㅎ 장편은 <가벼운 나날> 단편은 <아메리칸 급행열차>까지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Falstaff 2021-07-23 09:36   좋아요 2 | URL
오호, 고맙습니다. 한 번 따라가보겠습니다. ㅋㅋㅋ

stella.K 2021-07-23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황순원과 그만 읽으시려다가 조금 더 관찰하시겠다니
확실히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작가인가 봅니다. 저도 관찰해 보도록 합죠.^^

Falstaff 2021-07-23 12:13   좋아요 2 | URL
크... 언제나 그렇듯이, 특히 단편인 경우에는 조금 더 한데요, 독자와의 합이 맞아야 장땡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23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주문해 놓은 <스포츠와 여가>부터 읽어야할텐데, 그럼 다른 작품 읽고 실망할 가능성은 별로 없겠군요. 다행일까요 ㅋ

Falstaff 2021-07-23 13:16   좋아요 2 | URL
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렇겠습니다. ㅎㅎㅎㅎ

새파랑 2021-07-23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셀럽 두분이 🌟5개라니 이건 뭐~~ 기대되는군요~!!

Falstaff 2021-07-23 15:30   좋아요 4 | URL
헥, 셀럽이라니요. 평생 처음 들어봅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하여튼 별 다섯 개라도 합이 맞지 않으면 꽝이란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3 15:55   좋아요 3 | URL
셀럽! 크하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
살다살다 저도 셀럽 소리 처음 들어봅니다! 현실에서 저는 올드패션드입니다만! ㅋ
책 읽기로 셀럽이 되는! 오직 이 알라딘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4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2017년에 읽었는데 이해,공감이 안갔어요.ㅜ 저는 단편이 참 어렵네요. 줄거리 거의 기억안나고 부부들 이야기가 많았던것만 기억나네요. 셀럽 두 분이 별5개ㅋㅋ
합이 맞지 않은 것보다는 당시 제 상태가 너무 빈약해서ㅠ 이해를 못한걸로...

Falstaff 2021-07-24 20:59   좋아요 1 | URL
에구, 빈약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나 싫으면 무조건 싫은 거지 조건이 어딨어요. ㅋㅋㅋㅋ
 
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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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의 초사이언, 사이오 님이 2017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무려 3년 반 동안 사진과 더불어 책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시는 바람에, 명색이 서재 친구라면 이건 읽으라, 좀 읽어보라는 압력 같아서 선택했다. 다만 안타까운 건, 구입할 때 보관함에서 곧바로 장바구니로 옮기는 바람에 땡투를 못 했다는 점. 자리를 빌려 미안한 마음을 표시해본다.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끈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 그런데 어째 손이 가지 않아 차일피일 일독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하긴 내가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책 표지가 좀 선정적이라 그랬나? 그랬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책 뒤표지에 큰 글씨로 무엇이라 쓰여 있는가 하면,

 

  “빛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정교한 은 세공품
  심장을 건드리는 것 같은 쓸쓸한 포르노그래피“

 

  물론 카피야 어차피 독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목적으로 쓰는 거지만 나처럼 진중한 독자는 슬립 차림의 예쁜 아가씨 표지와 포르노그래피임을 강조한 카피로 인하여 오히려 읽어볼 생각을 못 낼 수도 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왕 포르노그래피임을 강조하려면, 그거 있잖은가, 내용도 카피에 좀 걸맞았으면 오죽 좋겠는가. 이게 포르노그래피면 세상에나, 미셸 우엘벡, 필립 로스, 우리나라의 김혜나, 장정일은 빨간책 대마왕이겠네. 그러니 그걸 기대했다면 애초에 기대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
  곧바로 읽은 감상을 이야기해보자.
  설터. 처음부터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의 문장이 그렇다. 여간해 감상이 섞이지 않은 건조한 문체. 9월, 휴가가 끝나 귀경 행렬로 붐비는 파리의 기차역이다.

 

  “9월. 빛이 넘치는 이런 나날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8월 내내 텅텅 비다시피 했던 이 도시가 이제 다시 움직인다. 새로 채워지고 있다. 식당은 모두 다시 문을 열고 상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전원에서, 바다에서 차들로 빽빽했던 도로여행에서 돌아온다. 기차역이 몹시 붐빈다.”

 

  간결한 문장들. 이제 다시 움직이고 있고 사람들은 돌아오지만 문장은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듯 딱, 자리 잡힌 채 고정되어 있는 느낌. 이제 어느 누가 있어 여기에 훅, 바람을 한 번 불거나, 긴 둘째손가락을 한 번 딱 마주치기만 하면 갑자기 생명이 불어넣어져 활기를 띌 거 같은 풍경에서, 화자 ‘나’는 오히려 하행열차에 오른다.
  1967년에 미국 작가가 쓴 소설. 그럼에도 무대가 프랑스여서 그런지 묘사는 다분히 프랑스 적 에스프리의 향취가 배어 있다. 파리를 떠난 열차는 세송 역, 몽트로 역, 상스 역, 생쥘리앙뮈소 역을 거쳐 환승역인 라로슈에서 잠깐 쉬고 ‘나’의 목적지인 인구 만 오천 명의 작은 마을 오툉 역에 멈춰 ‘나’는 내린다. ‘나’의 목적지는 구시가지 로마 성곽 바로 위에 자리한 위틀랜드 하우스. 대문의 철제 장식에 VAINCRE OU MOURIR, 승리하라, 아니면 죽으라, 1950년에 한반도로 전투 병력을 파병하며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가 자기 병사들에게 한 말이 적혀있다. 크리스티나와 빌리 위틀랜드 부부가 미국인인 ‘나’의 프랑스 체류에 얼마든지 이용하라고 빌려준 집이다.
  이 집에 근사한 구형 자동차 들라주 52년형 컨버터블을 타고 도착한 미국인 청년 필립 딘.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한다. 삶에 반항하느라 예일대를 중퇴해버린 천재. 탁월한 지성을 가지고 있어 대학에 입학을 해보니 가르치는 것이 너무 쉬운 것들만 있어서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 유람을 왔단다. 아버지는 저명한 연극비평가로 미국 내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는 명문가 출신 남자. ‘나’는 10월의 어느 날 필립과 오툉 시내의 한 카페 포이에 들러 식사를 했고, 거기서 프랑스 주둔군으로 와 있는 흑인 미국 육군 병사를 애인으로 둔 주말 아르바이트 종업원 안마리 코스탈라가 눈에 들어오는데, 필립 역시 이 터틀넥 스웨터에 검은 스커트, 가죽벨트를 한 안마리를 보더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 여자는 여러 주 동안 저에 대한 꿈을 꾸었을 겁니다.”
  안마리 코스탈라.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10월 8일 생. 지금은 방년 18세. 서른 두 살의 필립 딘과 안마리는 곧장 연인관계로 접어들어 빌린 들라주 52년식 컨버터블을 타고 프랑스 전역을 누비며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에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나’가 아무리 보아도 필립은 처음부터 안마리를 자신의 아내감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은 반면, 안마리는 당연히 둘이 결혼해 딸 아들 낳고 평범한 가정의 주부가 되리라 믿는다.
  이들이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 리볼리 가의 호텔. 저녁을 먹고 고전적이고 널찍한 방에 들어 함께 샤워하고, 침대에 대각선으로 누워 한 번 하고는 잠에 떨어진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더. 음. 나는 이렇게 아침의 섹스를 시작하는 건 처음 읽어봤다.
  “흐릿한 잿빛, 아주 이른 시각이다. 그녀의 입 냄새가 고약하다.”

 

  이렇게 해서 연애 소설이 통상 그렇듯이 둘의 사랑이 끝날 때까지를 그렸다. 초두에 얘기했듯 있어서 보거나 들은 대로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조한 문체로 적어놓은 작품을 읽기가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래 분량에 비해 시간 소모가 많았고 간혹 지겹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 읽는 작가는 한 번에 두 권 이상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쇼핑의 간격이 길어서 그랬는지 설터의 작품은 어쩌다 보니 두 권을 샀고, 지금은 소설집 《어젯밤》을 읽고 있다.
  <스포츠와 여가> 읽기를 마치면서 이젠 설터는 끝, 이라 단정해 별 기대 없이 소설집을 펼쳤다가, 아 이런, 그렇다. 만일 우리말로 번역한 역자가 역자의 문체로 쓴 것이 아니라면, 설터의 문체는 장편보다 단편에 훨씬 어울리는 건 아닐까. 난 여기서 “단편에 훨씬 어울린다.”라고 쓰고 싶다. 그러나 주장을 할 수준이 아니라서 이렇게 얘기하고 마는데, 이제 겨우 단편 두 개를 읽었을 뿐이지만, <스포츠와 여가>도 이렇듯 몇 개로 잘라서 나누어 썼더라면 독자가 읽기도 훨씬 편하고,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진 단편‘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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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2 09: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포츠와 여가>는 전 별로였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설터는 단편이 좋은 작가 같아요. 그래서 <어젯밤>이 훨씬 좋았고요(단편 모음집에서도 <아메리칸 급행열차>보다는 <어젯밤>이 낫습니다.). 장편 중엔 <가벼운 나날>이 가장 낫더라고요. 물론 저는 번역된 장편 중 <사냥꾼들>은 아직 읽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한 것입니다만. ㅎㅎ

Falstaff 2021-07-22 09:39   좋아요 3 | URL
내일 <어젯밤> 독후감 올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설터는 제 목록에 없을 거 같습니다. 장편을 쓸 때도 단편을 여러 편 겹쳐 쓰는 식으로 부분을 잘라 썼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겠더군요. 하여튼 아쉬운... ㅎㅎ

잠자냥 2021-07-22 09:48   좋아요 3 | URL
연속해서 먹으면(?) 안 되는 작가가 있는데, 설터도 그 부류 중 하나 같아요. 연속해서 읽으면 넘나 질린다능; ㅋㅋㅋㅋ

아, 그리고 설터 문장 요즘 같은 날씨에 읽기 힘들지 않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2 10:2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요즘 같은 날씨에 <수영장 도서관> 읽는 것보다는 훨씬 덜 쫄려요! ㅋㅋㅋㅋㅋㅋㅋ
<수영장 도서관>은 독후감 쓰기도, 아이고, 말을 말아야지....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2 12:48   좋아요 5 | URL
아, 써주세요 <수영장 도서관>! ㅋㅋㅋ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는 걸 확인받고 싶습니다요!

저, 얼마나 야한지 궁금하다고 쿨캣 님인가 쟝쟝 님이 그러셔셔 차마 타이핑 치긴 뭐하고 사진 찍은 게 있거든요? 근데 그거 페이퍼로 올리려다가.... 에휴 관뒀습니다(제 서재 알라딘에서 블라인드 처리할까 봐?ㅋㅋㅋㅋ). 19금이 아니라 29금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2 13:10   좋아요 1 | URL
저도 게이 러브씬은 차마 인용하지 못하겠고요, 대신 경험담 하나 올렸답니다. ㅋㅋ

- 2021-07-22 22:02   좋아요 2 | URL
(수영장도서관을 두리번 거리며 담는다 ㅋㅋㅋ)

잠자냥 2021-07-22 22:08   좋아요 2 | URL
쟝쟝!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니야 기대하는 그런 거 아니야~~~~

- 2021-07-22 22:17   좋아요 1 | URL
왜욧! 전 엄연히 29살 넘었다구욧!!!!

Falstaff 2021-07-23 08:50   좋아요 1 | URL
장쟝님, 당연 29 이상이시겠지만, 여자 남자 베드씬하고 느낌이 아직은 다릅니다. 이것도 차별이냐, 하시면 할 말 없는데요, ^^;;; 아직 좀 낯설어서 그렇다고 이해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ㅋㅋㅋ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셔야 할밖에요.
맨 그런 거만 나오는 건 아니고요, 두 장면 정도만 으 이건 아직은 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고요, 나머지는 참 억세게 장황합니다. 여름에 고문당하기 아주 적당한 책입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3 09:37   좋아요 1 | URL
네,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뭔가 그 에로틱한 거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쟝쟝님...에로틱하 거 찾으시면 다른 거 읽으세요. ㅋㅋㅋㅋ

아니, 근데 폴스타프 님! 두 장면 정도만 그랬어요? 전 세 장면인데.... ㅋㅋㅋㅋ

독서괭 2021-07-22 1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엇 저 어제 아이책 중고로 주문하면서 같이 담을 책 찾다가 이책 주문했는데요 ㅋㅋ 저도 syo님 덕에 이 표지가 굉장히 익숙합니다ㅋ

Falstaff 2021-07-22 10:39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사신 건 꼭 읽어야 합니닷! 그리고 별 세 개를 줘서 그렇지 읽을 만하긴 합니다. ^^;;;

다락방 2021-07-23 0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이오 님은 ㅋㅋㅋ 제가 모르는 알라디너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쇼님도 셜터 좋아하는데 초사이어인이 또 있구먼.. 했는데 이 분이 그 분이군요? 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2 22:10   좋아요 3 | URL
우리가 아는 사이오.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3 08:51   좋아요 0 | URL
syo 님은 자기 이니셜이 여러가지로 불리는 걸, 지금 은근히 즐기고 있답니다. ㅋㅋ

잠자냥 2021-07-23 09:37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걸 다 아는 사이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 왜 수영장 도서관 리뷰 안 올리셨어요.... 흑 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3 09:4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그건 다음 주 금욜에 올라옵니다.
몇년 전에 이 루틴 한 번 깼다가, 저역자한테 을매나 귀싸대기를 얻어 터졌는지, 하이고, 그 담부터 재수없어서 애초에 정한 스케쥴을 무조건 따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