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놀고] 7월 넷째주 만화신간
만화책은 보이지 않는 악의 화신입니다. 특히 띄엄띄엄 나오는 시리즈물은 극악입니다. 돈도 없는데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던 A시리즈의 5권이 나왔어! 그 순간 지갑에 있는 백원짜리까지 긁어모으게 됩니다.이번 주에도 신간은 여전히 쏟아져 나왔습니다.
첫번째 타자, 오바타 유키입니다. <스미레는 블루> 이후 예쁜 그림체+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감정묘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작가이니만큼, 이 시리즈도 계속해서 그러한 면모를 이어가지 않을까 예측됩니다. 벌써 5권에 접어들었는데 주인공들의 갈등은 첩첩산중이군요.
이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기작에서는 마이페이스인 여주인공을 만들어줘, 라는 것입니다. 쿨하고 마이페이스인 남자주인공에게 휘둘리는 여자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사고로 죽은 남자주인공의 연상여자친구, 그 여자친구의 동생과의 미묘한 관계, 새로 시작되었지만 위태로운 여자주인공+남자주인공의 사랑. 오묘하게 얽혀 읽는 이의 마음을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만화입니다. <스미레는 블루>는 현재 구하기 힘들지만 만화방에 가시면 아마 찾으실 수 있을 꺼예요.
두번째 주자, 일전에 소개해드린 잡지 <허브>에서 발간된 단행본 <도깨비 신부>입니다. 만화를 꽤나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제목을 듣고 '어!'하고 반가운 마음이 되셨을 것입니다. 작가 말리(Marley)의 약력을 한 번 볼까요.
'1973년 11월 11일(음) 생. 데뷔작이자 유일한 작품인 '도깨비 신부'로 만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20대 초반도 아닌 늦깍이로 데뷔해 만화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가입니다. <도깨비 신부>는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만에 읽어버렸습니다. 그림체는 여타 순정만화작가들처럼 앙증맞고 예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름답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겠네요. <허브>소개글에 끌어왔던 홈페이지 이미지도 이 작가의 일러스트입니다. 한국의 무속신앙, 빙의, 도깨비이야기가 걸출하게 어우러진 만화, 한 번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금단의 사랑(-_-), <에덴의 꽃>도 위태로운 장정을 마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의붓아버지로부터 받은 성적인 학대, 의붓어머니의 구박, 이복오빠와의 사랑이라는, 아침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극적인 소재로 시작된 만화는 예상 외로 잔잔하게, 그러나 역시 아프게 계속되었지요. 여자주인공인 미도리의 모습을 보며 "잘 좀 살아보란 말이야! 행복하게!"라고 절로 응원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마지막편에서는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 쓰면 스포일러이니 쓰지 않겠습니다)
길어졌다면 한없이 길어졌을 이야기인데, 이쯤에서 접고 깔끔하게 끝내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15권을 넘어갔더라면 저의 favorite에서 빠지는 사태가 일어났을지도!)
'좋은만화를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면 십중팔구 꼽히는 한국작가, 한혜연씨도 새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자오선을 지나다>.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이후 그녀의 만화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약간 미진한 점이 있었지만, <허브>활동과 신간 등으로 다시 날개를 펼치기를 기대해봅니다.
<자오선을 지나다>라는 동명 시집이 있는데,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아시는 분!
반년만에 나온 신간입니다. 카오루 모리씨의 <엠마>. 19세기 영국 귀족과 하녀와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정작 초점을 인물 하나하나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컷들은 마치 <까페알파>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용하고 단아합니다.
1,2권에서 펼쳐졌던 엠마의 불우한 어린시절, 그녀를 거둔 가정교사, 엠마가 귀족청년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들간의 짧은 이별 뒤에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녀를 보면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읽어보시면 그럴꺼예요.^^ 현명하고도 다정하고, 아름답고도 강인한 엠마가 자신을 가두지 않고 좋은 상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실한 다작의 진수, 아다치 미츠루도 여름내내 분발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물론 다르지만, 모양새가 비슷해서 여전히 혼동하고 있습니다.ㅠㅠ 터치, H2, 러프의 주인공들을 모두 섞은 다음, 사람들에게 이름을 맞춰보라고 하면 백점을 맞을 수 있을까요.
스포츠만화를 다룬다는 특성상, 비슷비슷한 소재와 묘사가 많아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말이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라 보여집니다. 아다치 미츠루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만화'라면, 그냥 그것을 그리게 둬도 좋지 않을까요? 이 작가가 60대쯤 되면 아마 일본에서는 '아다치 미츠루 스포츠만화 대격전!'이라는 제목의 전집세트가 나오지 않을까.. (권수는 총 400권 정도로!)^^
이외에도 <시오리와 시미코의 무엇인가 마을로 찾아온다>, <꼭두각시 서커스 32>, <이누야사 31>, 한승원씨의 <프린세스 21>도 나왔습니다. 참, 혹시 이토준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이토준지 스페셜 호러' 1권인 <어둠의 목소리>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