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성차별의 벽인 `유리 천장' 을 깨뜨려 나가며 남성 위주 고위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여성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에만 고위직에 임명되고 있어 결국 '유리 절벽'이라는 또 다른 성차별의 벽에 위태로이 서 있다는 사회심리학자의 진단이 나왔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6일 영국 엑서터 대학의 사회심리학자인 알렉스 해즐럼 교 수가 엑서터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협회 과학축제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유 리 절벽'이라는 성차별적 사회상을 소개했다.
해즐럼 교수는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에는 고위관리직이나 위험 요소가 많은 직위에 남성과 여성 후보자 중 여성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법조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고객의 돈을 받기 힘든 매우 어려운 소송사건을 배당받는 경우가 잦다는 것.
그러나 일단 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 잘 되기 시작하면 여성에게 열렸던 문은 다시 닫히게 되며, 여성은 자신이 소외돼 있을 뿐 아니라 남성동료에 비해 자신이 그 자리에 남아 있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즐럼 교수는 지적했다.
해즐럼 교수는 "이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며 미묘한 차별의 새로운 형태이기 때문에 좀 더 조사할 가치가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한 직업이나 사회그룹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경제 전반에서 발견될 수 있고 모든 소수그룹에 적용될 수 있다 "고 말했다.
해즐럼 교수는 "여성은 이제 '유리천장'을 부수며 승진하고 있지만, 그것이 때 로 독이 든 잔이 된다"면서 "어디서 여성의 승진 결정을 내리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 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조사결과가 영국 FTSE 지수 100에 편입된 기업들 중 여성 이사가 있는 기업들이 남성들만으로 이사회가 구성된 기업보다 실적이 나쁘다는 크랜필드 대학의 연구결과에 깔려 있는 요소들을 해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슬램 교수는 크랜필드 대학의 연구결과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성이 중역 회 의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여성들은 이같은 성차별 현상을 절감하고 있고 이 현상을 뒷받침할만 한 일상생활 속 실례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남성들은 대체로 이런 현상을 부인한다 고 말했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