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살때 회사를 옮기면서 한 9개월간을 외삼촌댁에 있었다. 남의 집살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아무리 편하게 대해줘도 눈치가 보이는 법이다. 스트레스도 쌓이는 법이고...
이상하게 난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게 쉽지 않은데 그게 참 외삼촌 가족들에게 그랬다. 쉽게 말을 건네기도 그렇고 엄마 한테도 안하는 애교부리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다 말하기도 그렇지 않은가? 더욱이 나는 절대 엄마한테도 그런얘기는 안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한테 투정한번 잘 못부리는 내가 아무리 친척이라지만 남에게 그런얘기를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나와서도 친척집에 전화좀 하라는데 그렇도 그렇다. 난 내가 못돼서 일수도 있지만 전화해서 할말도 없고 끊을때 애매하기도 하고.. 처음 자취생활을 시작하고서는 외삼촌댁에 한두번 전화를 했었는데 참 기분이 그랬다. 언제 끊어야 할지 어색하고 머라머라 해야하는지 막막하고 남들은 안그런데 나만 그런가? 이런 걸 생각하면 난 그냥 혼자사는게 편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어제 올라와 외숙모와 언니를 만났던 내 동생이 말하더라. 왜 외가에 전화를 안하냐고. 외숙모가 나보고 연구대상이라고 했다고 한다. 뭐 연구하라지.. 그러고 있는 참이다. 나도 내 성격을 잘 모르겠고 엉뚱타 생각하기도 하니. 뭐, 연구해 준다면야 나야 좋다.
가족과 친척이라는 관계는 참 오묘하다. 가족은 오래 연락을 안해도 그쪽에서 알아서 연락을 준다.(나 나쁜딸인거 이미 알고있다.) 그런데 친척은 다르다. 연락을 안하면 그런줄 알면 좋으련만... 꼭 엄마나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걔 왜 그러냐고... 모르겠다. 내가 이상한가? 아무튼 생판 남보다 아주 가까운 친구나 약간 친한 친구들보다 그런 대충대충의 인간관계보다 제일 힘든건 친인척 관계가 아닐까? 나는 무척이나 힘들다.
한번전화 안하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전화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안할수도 없고 말이다. 난 참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게 참 힘든 인간이다. 아니구나. 끊을땐 냉정히 끊어 버리기도 하는구나 참. 그렇지만 친인척 관계는 끊을 수도 없는데...거참. 나도 안다. 내가 못됀것. 잘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도... 힘든 건 힘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