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혹은, 이었다.) 23번째의 생일날.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해야 한다거나, 조금 감정이 달라야 한다고는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저 일상과 같은 날이 지나가고 보니 조금 이상하다.
생일 축하는 어제 다 받았고 몇몇 친구들에게선 문자도 받았다. 생일날 술이 빠지면 되겠나며, 어제밤엔 소주도 몇잔이나 마셔야 했고, 원하던 선물도 받았다.(도서상품권이다.) 친구는 선물을 넘기면서도
넌 뭐가 그리 보고 싶은 책이 많은건데?
라며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받는 순간 너무 행복했던 나는 그 투덜거림(?)을 가볍게 물리쳤었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먹고 싶었던 과자도 먹었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도 불렀고 했었기에 즐겁기는 했지만, 불만을 하나 말하라면 왜 주말에 비가 오냐는 거다. 안그래도 비 싫어하는 내가 마땅히 입을게 없어 블랙진을 입고 갔다가 젖어서 무거워진 옷을 주체 못해 짜증만 짜증만 냈었건만...
미역국을 먹었냐고? 못먹었다. 끓여주는 사람도 없고, 끓이는 재주도 없고, 그렇다고 편의점에 가서 사 먹자니 뭔가 비참하다. 아아, 미역국 못먹어서 꿀꿀하긴 처음이다.
..막내 동생은 옷사달라고 올라와서 생일날 얻어먹기는 커녕 20여 만원 가까이 카드를 긁어가며 동생에게 옷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책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보니 또 기분이 다르다.
생각해 보니까 생일날 무언가 받아야만 한다는 것은 어디서 나온 발상인 것일까? 태어난걸 축하한다는 의미로 시작한 선물들이 왜 안받으면 안되는 걸로까지 넘어간듯한 느낌인 걸까?
오후 내내, 그리고 집에 들어오기 전인 방금까지 동생과 함께 있으면서 비도 오고 하니 짜증이 나서 많이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지만 무언가 조금은 유쾌하기도 했었던거 같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오늘의 난 변덕이 심했던 것이다. 유쾌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무언가 꿀꿀하기도 하고 그랬단 거다.
아아, 그래도 미역국 못먹은게 왜 오늘따라 이렇게 자꾸 생각나는 것일까? ..언젠가 사촌언니의 결혼 전주에 함들어 오던 그날이 생각난다. 왜냐고? 그 몇해전의 함들어오는 그날이 바로 또 작은 위로, 바로 내 생일 이었다. 친구들과 생일 기념(?)이라긴 거창하지만 정동진 가자고 했었지만 언니 함 들어온다길래 결국 당사자인 나만 못가기도 한 날이었다. (하긴,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많이 쌓였나 보다.)
그 뒤로도 미역국을 먹었던 건 아닌데, 하기야 취업나온 이래로 미역국을 어디 생일이라고 얻어 먹어 봤어야지.... 무얼 새삼스레 이러는 건지... 아무래도 이 놈의 날씨 탓인게 분명하다!
왜냐면, 원래의 나라면 그러든지 말든지, 그냥 넘어가고도 남을 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