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즐거움 -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수집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두리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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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의 대상에 대하여


    사실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수집해 본 적이 없다. 가끔씩 신문이나 잡지에서 신기한 물건들을 수집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무언가를 수집해보고 싶다라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만년필이나 시계, 넥타이등을 모아보고 싶기도 하였지만 모두 가격도 비쌀뿐더러 나의 끈기가 그만큼 깊지가 않았다. 그래서 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여유가 무엇보다 있어야 하고, 수집품에 대한 정보를 모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야 한다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펼치면서도 그런 생각이었다. 표지에서 보이는 비싸 보이는 조던 신발, 만년필, 화폐…


    하지만 수집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 1이라면 열정이 9인, 수집품에 대한 열정만이 그런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누구는 영화 피규어에 애착을 가지고, 누구는 코카콜라병을 모으고, 누구는 연필을 모은다. 각자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런 이야기를 자신의 수집품에 담는다.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은 다른 공산품과는 다르다. 이제 수집품은 그 옆에 서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담긴 수집품과 하나의 연결체가 되며 그런 연결 속에서 수집품으로써의 가치가 생겨난다. 그래서 수집가들은 물건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모은다는 느낌을 받았다. 몽당연필을 통해서 연필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연필수집가, 어렵사리 구한 앤티크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뽑아내는 수집가. 그들 모두는 이야기꾼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이 문제라고 생각하던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돈이 문제라는 소리는 단 한번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이제 무언가를 수집하고자 한다. 하지만 수집이 내가 수집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어떤 물건에 대해 애정이 생겨야 하는데, 일단 내 방에서 살펴본 바로 몇 개 모은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양주, 모자, 목도리, 양말 따위이다. 이것들은 내가 수집의 의미를 부여하고 산 것들이 아니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건들이다. 나도 책들의 주인공들처럼 어떤 물건에 애정이 생기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모아봐야겠다. 수집은 나만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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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 기름붓기 열정에 기름붓기
이재선.표시형.박수빈.김강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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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을 응원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여러 좋은 이야기를 올리다 책까지 내게 된 저자들. 그들 스스로가 열정에 기름붓기라는 제목을 실현시켜서 이렇게 당당하게 책을 낼 수 있었나 보다. 책은 SNS의 구성을 최대한 살린 모습이다. 큼직큼직한 사진, 그림들과 길지 않은 문장들. 웹 상에서는 사람들이 긴 호흡의 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서 의도적으로 구성했나 보다. 덕분에 20분만에 책을 모두 읽어나간 것 같다. 나에게는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와 큰 차이가 없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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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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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에 대하여

 

   화신이다. 지식에 대한 엄청난 흡수력, 이해력, 다른 사람을 다그치는 능력, 사람의 직위, 명예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하는 힘, 눈 깜짝 안하고 사람을 자르는 힘, 남들에게 안 되는 일을 강요하지 않고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직접 실행하는 힘, 돈이 없어도 해내는 힘. 그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인생 자체가 하나의 영화와 같았고 실제로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원 모델인 하워드 휴즈에 대한 영감을 일론 머스크로부터 얻었다고 하니, 진정으로 성공의 화신, 열정의 화신같다는 말 밖에 해줄게 없다. 허풍도 잘치고 여자도 밝히지만 어마어마한 그의 능력 앞에 모두 순해진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두 회사의 발전을 따라가기도 바빴다. 일론 머스크는 성격도 위치도 전혀 다른 두 회사를 자가용 비행기로 왕래하며 두 가지 회사에서 폭발적인 개발을 해낸다. 하나에 목숨을 걸어도 될까 말까한 세상에서 두가 지에 목숨을 걸었고, 멋지게 쟁취한 그는 성공의 자격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라는 표지의 설명이 전혀 허황이 아니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끝이 없다는 걸 항상 까먹으며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라고 약해지는 시기에 만난 아주 뜨거운 책이다. 





- 야근에 대하여

 

   야근은 정말 싫다. 인턴을 하면서 사실 야근은 1번만 해봤다. 그래 봤자 원래 6시 반 퇴근에서 한 시간 반 느려진 8시에 퇴근한 것이었는데, 진도 빠지고 속도도 확실히 더뎠었다. 회사가 전반적으로 출퇴근은 자유로워 인턴인 나도 꼬박꼬박 퇴근시간을 잘 챙겨나갔는데, 국내 기업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확실히 퇴근이 빠르구나라고 느꼈다. 대기업 계열의 재단에서 일하는 친구는 평일에는 제대로 퇴근한 적이 없으며 주말에 행사가 있으면 여지없이 나간다고 한다. 인턴이 이 정도이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국내 대기업의 일상은 더하다. 12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일요일에 쉴 수만 있다면 좋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나 싶다. 항상 뉴스에서는 OECD 국가 중에 노동시간이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다루고, 출퇴근을 위해 묘책을 생각해 낸 회사는 신문에 특종으로 실리고는 한다. 다른 나라의 일류 기업들은 우리처럼 일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면서도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부러운 생각이 들곤 했다.

 

   일론 머스크는 한창 때 하루에 2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코드를 짜거나 이동 중에도 일을 했다는 말인데, 회사를 2개나 운영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아래 직원들도 거의 그 정도 일을 했다고 한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머스크의 엄청난 압박 아래 거의 머스크만큼이나 연구를 해나갔고, 머스크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일례로 스페이스x가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한 섬의 발사장을 빌렸고 다수의 개발자들이 섬에서 머물며 발사를 준비했는데, 발사가 3차 시도까지 실패하면서 기술자들이 그곳에서 몇 달 동안이나 머물렀다. 그런데 한 기술자는 그때가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며 섬에서의 취약한 생활에 대한 어떠한 불만도 하지 않았다. 물론 책이니까 긍정적으로 말한 것 일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실 같았다.

 

   책에서는 야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일이었다. 야근은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근무의 개념이다. 밤에 하는 근무라는 새로운 근무라는 인식을 준다. 야근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일을 분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회사들에서는 야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거의 모두가 될 때까지 한다. 신생기업 특유의 몰입과 열정으로 해내지 못할 일도 해내었다. 사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다가 2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갑자기 관두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기에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해내면 오히려 힘이 더 난다. 안 풀리던 수학문제를 2시간 동안 머리 싸매다가 풀면 지치지 않고 오히려 힘이 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50개의 기업에 지원하고 정말 운좋게 걸린 하나의 기업을 다니니 힘이 날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야근은 많이 하는지, 월급은 많이 주는지 다른 기업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위안을 삼는다. 그래서 우리는 야근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벌,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발상을 하지 않는다. 스티스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do what you love라고 하였다. 앞으로 일이 우리의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에 꼭 너가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아직 모르겠다면 계속해서 찾아나가라고. 야근을 야근이라 생각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거나 잘 찾아야겠다.

 

 



- 경영에서의 운에 대하여

 

   팬택이라는 브랜드를 참 좋아한다. 세습형 국내 대기업이 아닌 기업으로 휴대폰으로 세계 수위권의 제조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이다. 계열 수직화를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글로벌 대기업들 틈에서도 그 존재감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기도 했던 기업이다. 그랬던 기업이 파산을 신청하고 결국은 중견기업에게 팔리어 인도네시아 저가폰 시장으로 옮기게 되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휴대폰 국내 2,3위와 세계 선두권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샐러리맨 출신의 박병엽 회장이 얼마큼 노력했는지는 가늠할 수가 없다. 팬택이 휘청거릴 때에도 피나는 노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등, 잠 잘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그 영광을 오래 가져가지 못하였다. 노력으로 치면 세계 그 어떤 CEO보다도 더 했을 텐데 왜 팬택은 결국 날지 못했을까.

 

   일론 머스크의 2개의 기업, 스페이스 x와 테슬라는 중대한 위기를 연이어 맞았다. 스페이스 x의 로켓 발사는 3번 연속 실패하고, 테슬라의 전기차는 출시하기로 한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록 시장에 제대로 내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막대한 부를 투자했던 머스크도 투자여력이 점점 줄어가고, 2008년 즈음의 경제는 금융파동으로 투자가 위축되던 시기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없어 자신의 차를 팔고, 친구의 집을 저당 잡아 돈을 빌렸던 머스크는 파산 상태 몇 시간 직전에 기적처럼 투자 유치에 성공해서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고 한다. 망하기 일보 직전에 재기에 성공한 머스크의 기업들은 이후 승승장구를 넘어서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누가 봐도 회생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왜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반등에 성공했을까.

 

   보통 성공한 기업가들은 ‘운이 좋았다.’, ‘시기가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공을 겸손하게 말하고는 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운이었을지 않을까. 머스크가 파산 직전에 투자를 받은 것이 운이 배제된 상태에서 온전한 그의 능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위의 팬택이 노력을 안했을리는 만무한데도 재기에 실패한 이유는 노력으로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그 어느 CEO라도 위기의 순간에 목숨 걸고 노력을 할 것이다. 모든 기업가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기업을 이끌어나가는데 누군가는 올라서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이 원리를 알 수 있다면야 그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을 터인데, 아무도 그 진리를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그것을 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이 점을 알기에, 자신들의 성공이 결코 원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행운과 같다고 여기는 것 같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컨설팅업체에서 기업의 성공비결을 분석하고, 학교에서도 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가지고 분석에 분석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똑 같은 방식으로 올라선 기업은 없고, 저마다의 길로, 저마다의 행운으로 올라선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결국 성공은 운빨이다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는데,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능력, 타이밍, 의지, 신념, 노력에 더하는 운 한 방울이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사업이 실패했다하여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좌절할 필요가 적어졌다. 단지 운이 조금 부족했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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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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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와의 관계에 대하여

    요즘 불효법이라고 해서, 부모의 유산을 받았는데도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법이 상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식들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매를 때리는 것이 금지되는 법도 역시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다. 전자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너무 멀어서 그런 것이고, 후자는 너무 가까워서 생겨난 법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예전만큼 명확하지 않고, 서로를 어떤 존재로 대해야 하는지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이런 문제와 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모라는 존재는 무겁다. 항상 내 자신에 대해 생각을 먼저해야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언제나 연관된다. 유교문화를 심각하게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유교적 사회이다 보니 ‘효’라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고, 성공을 하겠다는 목표의 한 축은 항상 부모님을 위한 보은의 의미였다. 그러다보니 나의 미래를 위한 목표자체도 부모님의 시선을 스스로 상정하여 좋고 안전한 길을 어느정도 추구해왔었다.
 
    그런 나의 생각이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깨졌다. 부모님도 각각의 존재로 독립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 나와 끊을 수 없는 줄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다른 존재 역시 완전 독립적으로 생각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을 의식하게 되고 남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주장이다. 우리가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이유는 미움을 주는 사람이 우리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부모와의 관계를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나도 깊게 생각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얻었다.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어떤 사람도 아닌 나의 부모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얻었다.

 



-  공동체적 감각, 헌신에 대하여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불만이다. 공부에 치여, 회사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해지고, 그런 결과로 혼자서 하는 취미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다같이 모여 열심히 했었던 색칠놀이는 퇴근한 직장인들의 셀프 힐링 요법이 되었고, 나노 블록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취미활동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람간의 관계가 최고의 무기라고 칭송 받는 시대에 너무나도 많은 관계, 소속 때문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어하고, 남들과 같이 하던 활동들도 혼자서 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여럿이서 하는 활동보다 혼자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소속이 없으면 자유를 얻는 것 같고, 책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연 어딘가에 소속이 안되어 있던 적이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그 뒤로 학교, 학원, 동아리, 회사, 동네 모임 등등 우리는 일생 동안 소속되어 있지 않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우리, 헌신.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를 말하며 얼핏 보면 나만을 위한, 나 혼자만을 위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개개인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 더 크게 보아 우주까지 포섭하는 우리를 향하는 철학이 큰 주제였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나를 바로 세우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왜 혼자놀기에 빠져드는지, 왜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공동체 감각이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위해서는 나를 우선적으로 바로 세워야 하지만 지금 우리들은 스스로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공동체에 희생을 당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 모두 공동체라는, 나 자신을 희생해야 돌아가는 조직에 대해 실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초등학교에서부터의 학원 교육,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만 급급했고 그것을 생각으로 만들지는 못하여, 고등학교 수학, 국어 점수는 전세계 최상위 권이지만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깊이가 없어지는 교육들. 성인 1인당 독서량이 세계 최하위권. 우리는 항상 더 좋은 곳에 소속되기 위한 투쟁의 삶을 살아왔다. 일류 대학이라는, 일류 회사라는 공동체의 소속이 된다면 그것으로 내가 정의되는 사회를 살아왔다. 그 공동체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요, 장애물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생각할 시간을 얻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우리나라 베스트셀러가 된 점은 고무적이다. 점점 감정적으로 메말라가는 사회,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때문에 가족에게도 등을 돌리는 시대에 공동체적 감각이 우리가 사는 이유고, 헌신이 행복의 이유라고 말하는 이 책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모두가 그렇게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어쩌면 그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책 안 읽는 나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들었다고 단번에 우리 사회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조그만 변화들이 자꾸 모여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왜 공동체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의 답을 낼 수 있다면 메마른 우리 사회가 촉촉한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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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8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윙헤드 2015-09-14 22:40   좋아요 0 | URL
호오...제 독후감은 워낙 개발새발로 써서 저도 창피해서 다시 읽지 못하는데,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친구분과 상당히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시는 것을 보니 저보다 훨씬 생각이 깊으신 분 같아요! 저도 종종 방문할게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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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것에 대하여

 

    참 쉽게 잘 썼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사실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제목에서 그냥저냥의 사회인문서나 자기계발서겠구나 했고, 저자가 그런 얕은 지식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이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고 그냥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쓴 책이구나 하면서 읽었다. 베스트셀러라기에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읽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재미가 있었다. 경제부터 시작해서 정치, 사회, 윤리, 철학 등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각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있었다. 사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에 경제를 공부했다면 자본주의를 자세한 설명 없이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신문을 조금이라도 읽는다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식을 얻는 것보다 풀어내는 것이 더 어렵다. 지식을 얻는 것은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풀어낸다는 것은 내 것으로 소화한 지식을 내보인다는 것이기에 ‘지식의 습득’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일반인들도 지식을 얻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지식을 풀어내는 것은 잘 못한다. 온전히 들어온 지식이 아니기에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고, 결국 틀리는 것이 두려워 풀어내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서로가 지적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다.

 

    앞으로는 어떻게 지식을, 이야기를 풀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힘든 일도 아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이상 세상의 모든 지식을 들고 다닌다 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지식을 어떻게 묶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수천 배, 수만 배 차이가 난다.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풀어내는 것이 그 기본 골격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보면 저자가 보통 내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각각의 분야에 대해 깊게 공부하여 어느 분야의 전문가와 이야기를 해도 가치 있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각각의 지식들을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간다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앞으로는 지식을 얻는 것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그 지식이 내가 이미 가진 지식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무게를 두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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