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여행을 떠나는 길에, 떠나기 전에 쓰지 못한 신간 페이퍼를 올린다. 

그래봤자 1박 2일의 여행이지만.

설레는 3월, 읽고 싶은 두 권의 에세이.

 

 



첫번째 책으로는 파울로 코엘료의 '마크툽'. 아랍어로,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에세이 '마법의 순간'은 그 제목처럼 읽는 내내 행복해서 정말이지 마법의 순간 같았다. '파울로 코엘료 글 + 황중한 그림'의 두번째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내게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두번째 책으로는 박준의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를 골랐다. 익숙하다 싶었더니, '책여행책'의 작가님이셨다. 

여행에세이 같지만, 독서에세이인 책. 10,517페이지의 책 속으로 떠난 여행의 기록.
그렇다. 이 책은 '책여행책'의 개정판이다. 몇년전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여차저차해서 집중있게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그 책.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이번 기회에 다시 읽으라는 인연인지, 책 소개를 다시 읽는데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 담아본다.

 


P.136 : 누군가는 “여행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충동 외에 여행의 목적은 없다”고 한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여행의 패러독스가 아니다.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은 달라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달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변하는 건 아니다. 

일상과 마찬가지로 여행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변화는 자연스레 오지만, 

그건 어떤 여행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진짜 변화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온다.
― 「몽상가의 여행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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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구절이 있다. 내가 이 구절을 만나려고 이 책이 그렇게 끌렸나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구절.

오늘은 이 구절이 내 잠을 붙든다.

 


 


 

그가 그렇게 별을 보러 다니면서 하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었어요. 자신을 남에게 맞추는 일, 그는 그것만은 결코 하지 않았어요. 그가 요새도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함께할 사람이 없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하지 못하겟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원하면 일단 시작하라!' 그게 그의 신조였어요. 그가 얼마나 막무가내였느냐 하면, 대학 때 그는 회기동에 살았어요. 밤에 방에 자려고 누워있다가 무심코 시계를 한 번 봐요. 그때 머릿속에 청량리역 막차 시간이 임박했단 생각이 스치고, 그러고 나면 그는 뛰어나가고 말아요. 막차가 떠나기 전에 별을 보러 서울을 떠나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지요.

그는 그런 식으로 자기 본능에 충실했다고 해요. "그래도 그 당시까지 별 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맘은 없었습니다. 그저 별 보러 다닐 만큼 쉬는 날이 많은 직업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 정도만 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어요. 그는 졸업하고도 망원경을 메고 버스를 타고 서울 외곽에 나가 고개 위에 앉아 별을 보곤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더 보려 할수록, 더 볼 수 있게 된다.


-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p.308

 




멋있다. 더 보려 할수록, 더 볼 수 있게 된다니.
부럽다. 더 보려 해서 더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그것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니.
막무가내라는 말이, 본능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잘 어울릴 수 있다니.
내가 괜히 두근두근해서 간질간질한 마음이, 늦은 밤 내 잠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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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열심히 하기로 다짐해놓고 이러고 있다.
내일이면 마감일인데. 아직 책도 다 못 읽었는데.
손에 잡히는대로 뭘 읽어도 재밌는 시험기간처럼,

서평 마감일을 며칠 앞두면 매번 잉여력이 폭발한다.

요 며칠 빨간책장을 만들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걸 실천하게 만드는 잉여력이라니ㅋㅋㅋ
하... 노란책장을 시작으로, 초록책장, 파란책장에 이어 이번엔 빨간책장이다.
넘나 강렬한 나머지 꿈에 나올 것만 같은 코너.
강렬함을 희석시켜 보려고 소니엔젤도 올려봤는데, 왠지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 같고...ㅎㅎ
사진이 조금 흐릿하게 나온 것 같아서 효과도 주고 그랬더니 빨갛다 못해 뻘겋다. 하하.

15권 중에 소설이 7권이어서 의외였다. 역시 소설은 빨강인가.
여기 못 넣어서 아쉬운 책 중 하나는, 다름아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커버를 벗기면 빨간 표지가 나를 반기는 반전있는 책인데.

커버째 아스테이지로 싸두는 바람에 빨간책장에서 빠졌다.

그러고보니 책장 전신샷(?)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공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까지 소개하게 될 줄이야.

이제 그만 놀고, 진짜 책 읽어야지. 밤은 짧아, 읽어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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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후회.

전철에서 옆에 탄 남자가 주절주절 끊임없이 통화하는데,

피곤하다고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지 못한 거.
그렇게 앉아서 책을 한 장도 읽지 못하고 속으로만 투덜댄 거.

집에 와서 쉬면 되는데, 왜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바보처럼 앉아있었나.
지하철 매너 상실한 그 남자도 문제지만,

결국 나는 몸이 편하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그 시간을 바꾼 것이다.

자업자득이면서 이렇게 글로 푸는 건, 일종의 다짐이다.

매너없이 통화하는 그 남자에게 소리를 낮춰 통화해달라 하는 말을 끝내 하지 못할 거라면,

비록 40분을 서서 와야 하더라도 내 소중한 시간을 절대 맞바꾸지 말 것!

그사세 1부 속 준영의 내레이션을 조금 바꾸어 인용해본다.
그리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민폐승객이었던 적은 없는지.

원래는 이 글을 올리려고 했다.

 

 

 



사원을 나오자 마데 아저씨가 묻는다. 새 공원에 가겠느냐고. 이름은 새 공원이지만 결국 동물원이라 마찬가지라 나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 게다가 우붓까지 관광을 하며 가는 여덟 시간짜리 차량 렌트비가 4만 원인데 새공원 입장료는 한 사람에 3만 원. 돈을 새들에게 모이처럼 뿌려줄 수는 없다. 근데 엄마가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나 새 좋아하는데... 들어가 보고 싶어." 엄마가 새를 좋아하다니 금시초문이다. "엄마 혼자 들어갔다 와요." "혼자서는 안 갈래. 무슨 재미로 혼자가?"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열대의 새들을 모아놓았는데 규모도 작고 새의 종류도 많지 않다. 그래도 엄마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새들을 찾아다닌다. 그런 엄마가 새들보다 더 신기하다. 나는 어째서 엄마가 새를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을까.

세상의 모든 딸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오다니, 참 잘했다. (p.28)

 

 

 


좋은 글은 그때 그때 남겨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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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대사가 가득한 이 대사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건,

이 책의 문을 여는 '작가의 말'이었다.


이십 년째 드라마를 썼다. 살면서 어떤 사랑도 이십 년을 지켜본 적 없고, 소중한 관계도 이십 년 꼬박 한마음으로 숭배하기 어려웠는데, 내가 무려 이십 년간이나 즐거이 드라마를 썼단다. 그것도 준비 기간을 치면 한 해도 쉬지 않고. 참 별일이다.

이젠 간혹 내 기억에서조차 지워진 말들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고, 부끄럽다. 내가 한 말들을 내가, 내 삶이 온몸과 마음으로 지켜냈다면 어색할 것도 낯설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겠으나, 말만 해놓고 행동하지 못한 삶이 이러한 민망을 초래하는구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놓는 건, 자신에 대한 채찍이다.

나이 오십, 다시 돌아보렴, 노희경, 너를!

웃기는 말이지만, 나는 내가 오십까지 살 줄도 몰랐고, 이십 년 지고지순하게 드라마를 사랑할 줄도 몰랐다. 그저 순간순간 살아지니 살고, 쓰고 싶어 쓰니, 이리 됐다. 이 꼴로 가면 앞날도 훤하다. 지금처럼 멋모르고 살다, 가리라. 어려선 이 나이쯤 되면 뭐든 확연해지고, 내 삶은 내가 쓴 한 줄 대사처럼 꿰뚫어질 줄 알았는데… 기껏 혼란만 인정하는 수준이라니, 사는 게 참 재밌다.

대사를 잘 쓰려 애쓰던 서른을 지나고, 말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사십의 야망을 지나, 이제 오십의 나는 말 없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 배우의 손길이 그저 내 어머니고, 배우의 뒷모습이 그저 내 아버지고, 배우의 거친 반항이 그저 시대의 청춘들의 고단을 인정해주는. 그래서, 결국 내 드라마에 대사가 다 없어진다 해도 후회는 없겠다.

확신컨대 이 책은 마지막 대사집이 될 거다. 그래야, 중견 드라마 작가로서의 내 꿈이 이뤄지는 걸 테니까. 이 다짐 속에서도 혹여 말로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대사를 쓸 땐,
제발, 노희경, 말이 목적이 아니길, 사람이 목적이길.
입을 닫고 온 마음으로.

2015 겨울, 노희경




'어려선 이 나이쯤 되면 뭐든 확연해지고, 

내 삶은 내가 쓴 한 줄 대사처럼 꿰뚫어질 줄 알았는데… 

기껏 혼란만 인정하는 수준이라니, 사는 게 참 재밌다.'

라는 구절이, '그사세' 6부 지오선배의 내레이션을 환기해서 그랬던 걸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젠장.
(그사세 6부 '산다는 것' 지오 N)





'제발, 노희경, 말이 목적이 아니길, 사람이 목적이길.'
이 부분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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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2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희경작가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거짓말`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