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에, 나란히 한국소설 두 권.
김중혁 작가님의 컬렉션이 김연수 작가님 컬렉션 못지않은 권수가 되어가고 있다.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는 이 책을 계기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모아볼까...

하고 산 것도 있고, 그냥 사서 읽고 싶었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심재천 작가님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가 생각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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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온 책. 고가 후미다케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는 것도 좋지만, 책 자체가 잘 빠졌다.

 
먼저 이 책의 목적을 확실하게 말해 두겠다. 나는 글쓰기로 먹고사는 현역 작가이다. 이 책은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목적은 문장이 나아지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조금 다르다. 문장은 나아질 필요가 없다. 내가 최우선으로 삼은 목적은 '말은 할 수 있는데 글은 못 쓰겠어!'라는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입말'과 '글말'의 차이를 알고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p.4)


서문을 비롯해서 이 책을 대략 읽고나니 『미움받을 용기』가 잘 읽혔던 건, 단순히 아들러 심리학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 쓰인 글이었구나. 하하. 이 고가 후미타케와 그 기시미 이치로의 만남이었으니, 좋은 책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겐 두고두고 좋은 책이 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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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우수해졌다면, 그건 분명 책 덕분일 것이다.

내가 매일 읽으려고 애썼고, 그리하여 나에게 남은 모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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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소피아 아모루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Nasty Gal의 창립자. 그런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에 눈길이 갔다.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녀의 연대기가 나오는데 정말 그랬다.

 

2002 히치하이킹으로 서부 해안을 떠돌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정착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살았고 (먹어보지도 않고 공짜 베이글을 무시하지 마시오), 상점에서 소소한 물건을 훔쳐 월세를 냈다.

 

2002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보았다. 서점에서 훔친 책이었다.

 

2003 절도 행위가 발각되었다. 도둑질은 그날로 그만두었다.

 

2014 나는 현재 연매출 1억 달러 이상의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 로스앤젤레스에 1400평 규모의 본사가 있고 켄터키에 물류창고가 있으며 350명의 직원이 내 밑에서 일한다.

(p.12-13)

 

그녀의 이런 연대기에 눈길이 갔던 건, 이 책이 빨리 부자 되는 법, 패션 업계에서 성공하는 법,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예감대로 이 책은 정말로 그런 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맞지만 그런데 내 말을 꼭 고분고분 들어야 할까?’하고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간 저자. 청개구리 심보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욱 귀 기울여 듣는 나로서는 점점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발 날 대단한 존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고 부러워하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은 초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 가지는 데 쓸 에너지를 자기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데 쓰면 좋겠다. 당신의 우상은 당신으로 충분하다. (p.22)

 

이 부분도 내가 참 마음에 들어 한 부분 중 하나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물론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책 전반에 녹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내스티 갤을 시작하게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 1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녀가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자신을 믿는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걸보스인 그녀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그녀 못지않은 주위의 걸보스에 대한 이야기다. 몇몇 챕터 뒤에 그녀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소개되는데, 걸보스인 그녀가 소개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인만큼 믿고 읽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 중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건, 현재 내스티 갤 바잉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페루치의 이야기다. 내스티 갤의 첫 직원이었던 그녀는 내스티 갤의 성공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나는 그야말로 빈털터리였고 확실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다. 막연한 생각에, 어시스턴트란 건 임시로 하는 일이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5년 후, 여전히 나는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로를 찾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잘하는 것, 나를 흥미롭게 하는 것을 따르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p.64)

 

그녀의 이 말은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소피아 아모루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이야기가 그저 막연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시급 14달러를 16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둘 다 그때까지 소피아 아모루소가 받아본 시급보다 큰돈이었지만 그녀는 밥값을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만약 사업을 전쟁이라고 한다면, 참호에서 내 곁에 두고 싶은 병사는 그녀 같은 걸보스라 손꼽을 정도였으니까. 막연하게 시작했을지라도 그녀는 일을 시작하고 결코 막연하게 일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이 참 멋있었다.

 

나와 내 책이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을 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p.27)

 

걸보스가 꿈만 꾸지 않고, 달려들어 일하는 건 자신을 믿기 때문이고, 그건 비단 걸보스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책 속 구절처럼, 억만장자의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일이란 우리 모두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이왕이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있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움이 될만한 그 무엇을 그녀의 행동력에서, 부지런함에서, 시행착오 그 어디에서 발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좁은 일직선 도로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아니며, 헤매다보니 제일 빠른 길을 찾기도 하듯 말이다. 소피아 아모루소는 자신의 길에서 내스티 갤을 만들었고, 나는 나의 길에서 이 책 #걸보스 Girlboss를 만났는데, 나는 이 만남이 참으로 반갑고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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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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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여덟 살, 열 살 차이나는 친척 언니, 오빠가 있는 큰이모 집에 갈 때마다 내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 제목보다는 빨갛고 파랗던 원색의 책등이 내 눈길을 끌었던 그 책.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였다. 그 당시 역사라고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 전부였던 내게는 오빠만큼 커서 아니면 오빠보다 크면 저런 책을 읽어야할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국사를, 세계사를, 근현대사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자랐지만 그 당시 오빠 나이를 훌쩍 지나서도 로마사는 먼 이야기였다.

모르고 읽었으면 모르겠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위안부 관련 망언을 그의 책보다 먼저 접했고, 제 아무리 필력이 대단한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라 할지라도 나는 평생 이 책을 읽을 수 없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로마사를 접한 건 행운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시리즈 제 1부다. 이 시리즈는 총 7부로 이루어졌는데,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각종 지도와 책 한 권 분량의 방대한 용어설명 (마스터스 오브 로마 가이드북이 그 책이다)을 보면 저 문장이 실감이 난다. 무언가에 여생을 바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독하고 싶었고, 끝내 그럴 수 있었다. 픽션과 역사적 사실의 사이, 즉 팩션의 창작이지만, 이런 책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책이지 않나.

 

로쟈님의 추천사 속 구절처럼, 이 책은 그 시대의 한복판으로 나를 데려갔다.

 

광대극은 거의 비극으로 바뀌었다. 클리툼나가 귀한 알렉산드리아산 유리잔을 집어들어 깨뜨리더니 술라의 얼굴을 겨냥하고 돌진했다. 이를 본 니코폴리스는 포도주병을 쥐고 클리툼나에게 덤벼들었다. 스킬락스는 신고 있던 코르크굽 샌들 한쪽을 벗어들고 메트로비오스를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일순 동작을 멈췄다. 다행히 술라는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세 남녀를 장사 같은 힘을 발휘해 바로 제압해버렸다. (p.49)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겨 정확히 서른 살을 맞이하는 (소설 속 구절에 따르면 소포클레스가 신과 인간의 괴벽에 대한 깊은 체념 속에서 상상해봤음직한 가장 기이하고 흉측하고 복합적인 비극을 맞는) 술라를 구경하는 재미. 내 눈앞에 카이사르와 마리우스와 술라, 유구르타 등 많은 인물들이 번갈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로마를 이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낯설었던 로마사,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은 막히며 막힌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이드북을 벗 삼아 읽어 나갔고, 가끔은 가이드북에 더 심취해서 용어만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2권은 1권보다 재밌다는 서평을 잠깐 읽었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모르긴 몰라도, 콜린 매컬로의 책이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위험하다(어디까지나 긍정적으로)’싶은 책을 만났는데, 이렇게밖에 서평을 쓰지 못하는 내 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남은 2권과 3권도 올해 독서 계획에 써넣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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