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소피아 아모루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Nasty Gal의 창립자. 그런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에 눈길이 갔다.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녀의 연대기가 나오는데 정말 그랬다.

 

2002 히치하이킹으로 서부 해안을 떠돌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정착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살았고 (먹어보지도 않고 공짜 베이글을 무시하지 마시오), 상점에서 소소한 물건을 훔쳐 월세를 냈다.

 

2002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보았다. 서점에서 훔친 책이었다.

 

2003 절도 행위가 발각되었다. 도둑질은 그날로 그만두었다.

 

2014 나는 현재 연매출 1억 달러 이상의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 로스앤젤레스에 1400평 규모의 본사가 있고 켄터키에 물류창고가 있으며 350명의 직원이 내 밑에서 일한다.

(p.12-13)

 

그녀의 이런 연대기에 눈길이 갔던 건, 이 책이 빨리 부자 되는 법, 패션 업계에서 성공하는 법,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예감대로 이 책은 정말로 그런 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맞지만 그런데 내 말을 꼭 고분고분 들어야 할까?’하고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간 저자. 청개구리 심보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욱 귀 기울여 듣는 나로서는 점점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발 날 대단한 존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고 부러워하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은 초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 가지는 데 쓸 에너지를 자기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데 쓰면 좋겠다. 당신의 우상은 당신으로 충분하다. (p.22)

 

이 부분도 내가 참 마음에 들어 한 부분 중 하나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물론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책 전반에 녹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내스티 갤을 시작하게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 1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녀가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자신을 믿는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걸보스인 그녀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그녀 못지않은 주위의 걸보스에 대한 이야기다. 몇몇 챕터 뒤에 그녀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소개되는데, 걸보스인 그녀가 소개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인만큼 믿고 읽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 중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건, 현재 내스티 갤 바잉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페루치의 이야기다. 내스티 갤의 첫 직원이었던 그녀는 내스티 갤의 성공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나는 그야말로 빈털터리였고 확실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다. 막연한 생각에, 어시스턴트란 건 임시로 하는 일이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5년 후, 여전히 나는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로를 찾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잘하는 것, 나를 흥미롭게 하는 것을 따르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p.64)

 

그녀의 이 말은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소피아 아모루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이야기가 그저 막연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시급 14달러를 16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둘 다 그때까지 소피아 아모루소가 받아본 시급보다 큰돈이었지만 그녀는 밥값을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만약 사업을 전쟁이라고 한다면, 참호에서 내 곁에 두고 싶은 병사는 그녀 같은 걸보스라 손꼽을 정도였으니까. 막연하게 시작했을지라도 그녀는 일을 시작하고 결코 막연하게 일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이 참 멋있었다.

 

나와 내 책이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을 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p.27)

 

걸보스가 꿈만 꾸지 않고, 달려들어 일하는 건 자신을 믿기 때문이고, 그건 비단 걸보스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책 속 구절처럼, 억만장자의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일이란 우리 모두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이왕이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있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움이 될만한 그 무엇을 그녀의 행동력에서, 부지런함에서, 시행착오 그 어디에서 발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좁은 일직선 도로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아니며, 헤매다보니 제일 빠른 길을 찾기도 하듯 말이다. 소피아 아모루소는 자신의 길에서 내스티 갤을 만들었고, 나는 나의 길에서 이 책 #걸보스 Girlboss를 만났는데, 나는 이 만남이 참으로 반갑고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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