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끌시끌하게 크레마를 구매해 놓고는 오래 방치해두고 있었다.

더 이상의 방치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간 외면했던 문제를 들여다봤다. 


2. 크레마를 구매하기 전부터 해온 고민이었다.

종이책을 구매하는 것과,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의 조율.

평생 소장하고 싶은 책의 경우, 전자책보단 종이책으로 구매하기.
컬러 사진이 많은 책, 전자책보다 종이책으로 읽는게 괜찮겠다 싶은 책 역시 종이책으로 구매하기.

책을 읽다 곳곳에 메모가 필요한 책들은 종이책으로 구매하기 (예로, 인문학 서적).

 다음과 같은 책은 전자책 구매를 고려해 볼 것.


활자 위주의 소설.
활자 위주로, 두껍고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적합하지 않은 책.
로맨스 혹은 판타지 소설.

전부는 아니지만 대략 이렇게 생각하고 구매를 해왔다.

기준을 두고 구매한 건 좋았지만, 되려 기준에 얽매이고 말았다.

요즘 소설을 읽지 않아서 소설을 구매할 일이 없었고, 무거운 책과도 거리가 멀었으며

로맨스나 판타지는 애초에 끌리는 책이 있을 때만 구매했다.
여기에,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서 전자책 구매와는 더 멀어졌던 것이다.

크레마를 구매하기 전에 이곳 저곳에서 받은 전자책은 그 수에 한계가 있었고,

전자도서관은 내가 원하는 책이 없을 때가 많았다.

다시 말해, 크레마를 이용한 독서는 읽고 싶은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그래서 방치해둔 게 아닐까 싶어서, 큰맘 먹고 책을 구매했다.

얽매였던 기준 따위 무시하고, 읽고 싶은 책을 살 것. 그렇게 고른 5권의 책들.

소장하고 싶어서 구매한 소설 <레베카>와 지대넓얕 완독도 못해놓고 덜컥 산 <시민의 교양>,

읽고 싶어서 담아뒀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도서관에서 잠깐 읽고 목록에 올려뒀던 <작가의 책 : 작가 55인의 은밀한 독서 편력>.
그리고... <피로 사회>. 지난 주 비밀독서단을 보고 본의 아니게 영업당해서 구매를 결심했다.

전자책으로 구매할 줄은 몰랐지만. 

 

3. 새책은 새책이라고, 기분이 좋다. 전자책은 물성이 없어서 이런 기분을 못 느낄 줄 알았는데😋.

전자책도 책장 가득 채워뒀겠다, 다시 크레마에 정을 붙여봐야지 다짐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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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이란 한번 정하고 평생 지키는 것보다 그때그때 바꾸는 게 훨씬 현실적입니다.

잘 닦아 놓은 고속도로를 페라리로 달리는 게 아니라 범퍼카 타고 이리 치고 저리 치면서 버티는 모습이

내 인생과 닮았다고 인정한다면 말이죠.

-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p.240. 



고3시절, 노트마다 써두었던 좌우명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한 구절이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그땐 이 구절을 그렇게 좋았다.

2016년 3월, 나의 좌우명은 프로필에 내걸었듯 '꾸준히 읽고, 끝까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이다.
친구가 이런 내 좌우명을 보고, 되고 싶다가 아니라 되자! 라고 바꿔야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난 여전히 '되고 싶다'라는 말이 좋다.
'되자!'라고 하면,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일상(끝까지 쓰는 사람은 커녕 꾸준히 읽는 삶 조차 묻어두고 사는 나날)을 살 때

좌우명을 바라보는 게 우울할 것 같았다.

반면에 '되고 싶다'는 마음이 편했다.

어떻게 보면 간절하지 않고, 그저 막연해보여서 뭐 이런 좌우명이 있나 싶지만, 부담이 덜한 게 매력이다.
부담이 덜 하니, 하루에 한 장을 읽는 것으로 '꾸준히'를 합리화 할 수 있다.

또, 글을 많이 쓰는 것보다 한 편을 쓰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하는 글을 쓰는 게 좋다.

'끝까지'라는 말이야말로 막연함의 '끝판'이지만, 누군가 진심을 담아 내 글이 좋다고 말해주면,

이게 기쁨이고 행복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무한히 설레는 일이다.

그러려면 꾸준히 읽고, 보고, 진득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결국에는 써야한다. 가능하면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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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해어화'에 대한 지극히 감성적인 리뷰. 스포일러 주의. 


2.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좋은 영화를 관람했다는 것과

더불어, 음악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것이었다.
(여담인데,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를 1차 2D, 2차 4DX, 3차 명필름아트센터에서 관람한 바 있다.

세번째 관람이었으나, 환상적인 오디오(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이었던가😌) 덕분에 3차 관람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차지연 배우님은 조연도 아니고 특별출연이니,

분량이 내 성에 안 찰 것은 눈에 선했지만 영화관에서 꼭 한 번 듣고 싶었다.

내 예상보다 더 적게 나오고, 이후론 아예 안 나와서 너무 아쉬웠지만. 


3. 말을 알아듣는 꽃. 더 나아가 예술과 학문을 아는 예인 '해어화'. 기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영화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명창 산월의 딸로 권번에서 나고 자란 소율과,

권번으로 팔려와 기생으로 자란 연희와,

당대 최고 작곡가인 윤우의 이야기.

두 사람이 동경했던 이난영 선생님 앞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노래했지만 이난영은 연희를 지목했다.

연희의 노래 앞에서, 윤우는 연희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관리들 놀음에, 일원 한 장이라도 주고 들어야하는 노래가 아니라 너는 하다못해

저 길 가는 거렁뱅이도 들어야 하는 목소리를 가졌다."고.

이 말이 연희를 움직인다. "선생님이 그러셨어, 내가 조선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그 말을 듣고, 소율은 윤우에게 달려간다.

작곡가이자,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김윤우라는 남자에게.

 연희의 가슴을 뛰게 한 '조선의 마음'은 윤우가 소율에게 주겠다고 했던 곡 이름이었다.
왜 자신이 아닌 연희를 선택했냐고, 정가만 들려줘서 그렇지

자신도 대중가요를 얼마든 부를 수 있다며 소율은 대중가요를 외친다.

세차게 퍼붓는 빗속에서, 소율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윤우는 '너 아닌 다른 사람을 마음에 담아본 적 없다'는 말로 소율을 위로한다.

마음을 준 것이 아니라, 연희의 노래가 필요했던 것이겠지 하고 소율은 안심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4. 물론 하루 아침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소율에게 둘도 없는 동무였고, 오랜 정인이었기에 그럴리 없을 거라 믿었다. 믿었던만큼 배신감이 컸다.

그렇게 소율은 '질투'라는 화차에 오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둘을 갈라놓는다.

이 과정에서 소율은 되돌릴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다. 그렇게 악역이 된다.

그렇지만, 어디 소율만이 악역인가. 연희와 윤우 그 누구도 소율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율을 찾아와 연희의 행방을 묻는가 하면, 소율의 잘못을 따지고 든다.

소율의 악행이 두드러져서 묻혔을뿐, 두 사람도 소율에게는 악역이었다. 


5. 연인이 된 시점을 중심으로 연희와 윤우라는 두 캐릭터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천재성있는 가수와 작곡가가 아니라, 오직 소율의 감정선의 극대화를 위해 쓰이는 인물이 된 것 같아 아쉬웠다.

모르긴 몰라도 영화가 살릴 수 있는 건 분명히 있었다. 그 시대의 음반 산업도, 예인으로서의 삶도.

시대극이 보여줄 수 있는 배경까지 빠짐없이 소율의 감정선에 소비된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소율을 연기하는 한효주의 연기만큼은 빛난다는 것이다.

소율에게 영화의 모든 신경이 쏠려있었다는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경무국장에게, 바칠 것은 자신의 가무뿐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돌아왔던 소율은 고되 보였으나 행복해보였다.

사랑하는 윤우 앞에 앉은 그 순간만큼은 윤우의 말마따나 복사꽃 같이 예뻤다.

그랬던 소율은 화차를 굴릴수록 생기를 잃어갔다. 두 사람을 망가뜨릴수록 소율 자신도 망가졌다.

텅빈 두 눈으로, 윤우가 자신을 위로하며 해주었던 그 말을 돌려주던 소율.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처럼, 자신을 잃어가며 계속했던 사랑이었다.

거짓말만이 남은 사랑 곁에서, 모든 후회는 온전히 소율의 몫이다.

비단 설득력만이 문제가 아닌, 아쉬움 많은 치정극의 끝에서 소율만이 남는다. 


6. 그래도 그렇지. 정도가 있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싶지만, 눈에 밟히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Wicker Park)'의 알렉스가 내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아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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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겨울이 가고, 봄이 왔는데도 나는 이 글 주위를 계속해서 맴돈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소설은, 단편집 《침이 고인다》 중에서 <플라이데이터리코더>다.
베스트5를 꼽으라면 망설이면서도, 막상 한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플라이데이터리코더>를 말하곤 했다.
그런데 <서른> 주위를 이렇게 맴도는 걸 보면, 앞으로는 <서른>이 되려나 싶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까지는 아니어도, 나 역시 내가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 줄 알았다.

꿈이 막연했던 게 문제였을까?
서른의 주인공과 다른 게 있다면, 누군가 내게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나는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말 어쩌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됐을까.

나에 대해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스물에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을 만난 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덕분에 위로 받았고, 여전히 위로 받고 있다.

단편소설 <서른>의 마지막 두 구절은 이렇다.

잘 지내요, 언니. 언니가 정말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또 쓸게요, 언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잘 지내주었으면 한다. 저마다 낙으로 삼는 그 어떤 것에 기대어.

나는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을 묵묵히 기다리며 잘 지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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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함께 주문했던 책들을 먼저 받았으니 19일만에 받아보는 두 권의 책. 초판본 사슴과 진달래꽃.

초판본에 큰 욕심은 없지만, 안사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샀다. (이게 욕심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제작에 문제가 생겨 배송이 지연된다는 문자를 받고,

언제쯤 오려나 잊고 살다가 정말 잊어버릴 즈음에 책을 받았다.
의식하지 않았지만, 책을 기다린 모양이다. 이리도 기분이 좋은 걸 보면. 

 

 


 


"제 시는 사랑을 받고 있나요. 그때쯤은 독립을 했을런지요."

- 경성부 연건동 121번지 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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