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겨울이 가고, 봄이 왔는데도 나는 이 글 주위를 계속해서 맴돈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소설은, 단편집 《침이 고인다》 중에서 <플라이데이터리코더>다.
베스트5를 꼽으라면 망설이면서도, 막상 한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플라이데이터리코더>를 말하곤 했다.
그런데 <서른> 주위를 이렇게 맴도는 걸 보면, 앞으로는 <서른>이 되려나 싶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까지는 아니어도, 나 역시 내가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 줄 알았다.

꿈이 막연했던 게 문제였을까?
서른의 주인공과 다른 게 있다면, 누군가 내게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나는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말 어쩌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됐을까.

나에 대해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스물에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을 만난 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덕분에 위로 받았고, 여전히 위로 받고 있다.

단편소설 <서른>의 마지막 두 구절은 이렇다.

잘 지내요, 언니. 언니가 정말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또 쓸게요, 언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잘 지내주었으면 한다. 저마다 낙으로 삼는 그 어떤 것에 기대어.

나는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을 묵묵히 기다리며 잘 지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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