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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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미국 배리상, 독일 추리문학상, 스웨덴 마르틴베크상, 프랑스 미스테르비평문학상, 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대거상 외 전 세계 19개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 거장 디온 메이어의 작품이라는데, 추리소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새로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소설의 배경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것이 새로웠고, 내게 남아공을 떠올릴만한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새로운 걸 넘어 낯선 느낌이 강했다.

 

2. 남아공 경찰의 떠오르는 별이었으나, 2년 전 아내 라라를 잃은 뒤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비운의 형사 맷 주버트. 그는 새로 부임한 상사 바르트 드 비트가 정신 건강을 들먹이며 압박하는 통에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심리상담가 한나에게 점차 호감을 갖게 되지만, 해괴한 연쇄살인 사건을 맡게 된 바람에 데이트를 신청할 짬조차 나지 않는다.

 

해괴한 연쇄살인 사건의 첫 피해자는 성공한 CEO였다. 이어 주얼리 디자이너, 절름발이 실업자, 어부, 목사까지 계속해서 피해자가 발생하지만, 연쇄살인의 여섯 피해자에게서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건은 그렇게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3. 내 심장을 뛰게 하진 않았지만, 이국적 무대의 아프리칸 스릴러임은 분명했던 페닉스의 매력은 내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꼈던 생경함이 아닐까 싶었다. 주인공 맷 주버트를 실의에 빠진 형사로 설정한 것 외에는 좀처럼 익숙한 게 없었다. 맷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질 때 인종차별이 심한 남아공의 사회상에 대해 검색해봤고, 맷의 상사 드비트가 당원으로 있었다던 ANC(아프리카민족회의)에 대해서도 검색해봤다. 소설이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영상에서 그려지는 공간적 배경이나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고 추측하며 봤을텐데, 소설은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검색으로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모니터 너머 텍스트를 통해 느껴지는 남아공의 분위기나 거리의 색감 같은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져서,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만큼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4. 결말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 에둘러 말하자면 이렇다.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 나는 A 웹툰이 원작이었던 B 영화가 떠올랐다. 배경도 다르고, 방식도 조금 다르지만 어떤 지점이 B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각각의 작품에서 진범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복습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라는 것.

 

 

5. 책이 세계를 투영하는 창이라면, 범죄 소설은 주로 도시와 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과 뒷골목을 보여준다고 말한 디온 메이어. 이 소설과 위에 언급한 B 영화를 떠올리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드디어 진범을 마주하게 됐는데,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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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1 굳이 [부사] : 고집을 부려 구태여


요새 내 책은 통 안 읽고 자꾸 도서관 책만 읽는 것 같아서 반납 때마다 대출을 자제해왔다. (자제해서 5권인게 함정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반납하는데 문득, 뭐 하러 자제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책을 안 읽는 것도 아닌데. 반대로 도서관 책을 안 읽는다고 해서 내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독서인데, 굳이 스트레스 받을 필요 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2017 서울국제도서전’이 한 몫 했다. 관람 7년차인 올해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 했던 건 '서점의 시대'였다. 전국 곳곳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시간. 그 중 나는 ‘미스터 버티고’라는 책방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지런히 진열된 책 한 권 한 권에는 띠지가 둘러 있었다. 신작이기도 하고 구매를 생각하고 있던 책이라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소설 <오직 두 사람>에 제일 먼저 눈이 갔는데, 이 책의 띠지 속 문구는 이러했다.


'도서전 와서 손님 없어 베스트셀러나 좀 팔아 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으로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띠지로 만들었지만 믿고 보십시오 김영하잖아요'

내가 이 부스에 머물러서 띠지를 하나하나 읽게 만들었던 문제의 띠지였다.


손보미 작가님의 신작 소설 <디어 랄프 로렌>에는 '랄프 로렌이라니 무슨 개풀 뜯는 소리야 하다가 끝까지 읽게 되는… 어쩐지 무척 쓸쓸하지만 참 따뜻한 소설'이라는 띠지가, 코맥 맥카시의 소설 <로드>에는 '가능하면 술 마시며 볼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저처럼 무사히 끝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띠지가, 도나 타트의 소설 <황금 방울새>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만큼 절대 잊히지 않는 작품. 어쩐지 아델 노래와 닮았다'라는 띠지가 둘러 있었다. 재치 있는 글에 미소 짓기도 하고, 아직 읽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고개를 끄덕 거리게 하는 문장들이 띠지에 담겨있었다.


읽은 책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데, 읽은 책에 대해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진솔한 띠지 앞에서 내 책과 도서관 책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이토록 많은 책 가운데 굳이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들 가운데 한 권을 골라 읽고 싶었다. 덕분에 나는 대책 없이 너그러워졌다. 굳이 내 책, 도서관 책을 구분하지 않고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집에는 내 책을 두고, 도서관 책을 대출해오고 반납하고 다시 대출해오는 일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무작정 손 가는대로 책을 읽다가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하고, 고집을 부려 구태여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토록 애쓰지 않아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_

본래 3장 분량의 글이었다. 까딱하면 글을 날려 먹을까 싶어서 복사를 해둔다는 것이, 그만 복사하다가 날려먹은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썼다. 으하하 (눈물) 어떤 문단은 통으로 까먹고, 어떤 문단은 기적 같이 기억을 되살려서 다시 썼는데 글의 흐름과 맞지 않아 퇴고하면서 삭제했다. 담백하니 한 장으로 정리된 건 좋은데, 날아간 글에서 유독 반짝였던 한 줄이 손 끝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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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1 어제 빌린 책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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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키, 나~안 괜찮아

208쪽에 이런 글이 내 눈길을 붙잡았다.

좋아할 수 있는 열정

예전엔 좋아하는 일을 움켜쥐고 살았는데
지금은 매달려만 있기에도 벅차다.
나를 다시 떠오르게 만들 무언가를 원하지만
난 이미 너무나 지쳤어.

매달려만 있기에도 벅차다는 말이 어쩜 그리 와닿던지.

열정을 가지고 사는게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 요즘, 인상 깊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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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궁인, 만약은 없다

긴박한 죽음을 마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순간 '선택'에 직면하고, 수없이 많은 '만약'이 가슴을 옥죈다. 순간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지병만 없었더라면, 수술방만 있었더라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곁을 지키던 나를 봐서 환자가 좀더 버텨주었다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일들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 책은 하나의 생을 떠나보낸 후, 돌아온 자리에서 마치 독백하듯 써내려간 글들이다. 후회했을 뿐 아무것도 돌이키지 못했을지라도. 죽음과 삶, 이 경계를 다시 복기하는 것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했노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남궁인 《만약은 없다》 저자 소개 중에서)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때마침 신간코너에 꽂혀있길래 빌려왔다.

저자 소개랑 차례, 서문만 읽었는데 벌써 헛헛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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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7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금희, 김애란, 안보윤, 이기호, 이장욱 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라

망설임 없이 빌려온 2017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제목만 봐도 좋다.
김금희, 체스의 모든 것
권여선, 재
김애란 건너편
안보윤, 때로는 아무것도
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이장욱, 낙천성 연습
조현, 제인 도우, 마이 보스

건너편부터 읽어봐야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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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히사이시 조,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새로운 것을 흡수한다는 말은 잃어버리는 것을 의식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위해.
-히사이시 조

좋은 글이 많은데, 오늘은 이 구절을 담아본다. 잃어버리는 것을 의식한다는 말이 좋아서.

정확히 어떤 맥락으로 한 말인지는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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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1 어제 반납한 책 5권.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첫장에 이런 글이 나온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 이 봄 바람.
무언가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하고 매년 생각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봄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일이 있을까.
"없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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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탄핵 판결나고, 점심에 반납하러 가면서 이 글을 다시 읽었다.

올 봄은 정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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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색해본다고 습관처럼 알라딘 접속했다가... 뜻밖의 득템.jpg

안 그래도 판결 영상 돌려 들으면서 타이핑해두고 싶었던 선고 결정문을 이렇게 이북으로 배포해주다니...

알라딘 별로... 내 마음의 별로...✨💕 이렇게 좋은 건 바로바로 공유하는게 인지상정!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20170310)' 무료 이북 배포중!🙌

 

 

 



이 무료 eBook은 헌법재판소가 2017년 3월 10일 선고한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 탄핵 결정문이다.

다운로드 후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평생 소장할 수 있다.

(89페이지 분량의 결정문 전문으로 추후 교체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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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1쪽 분량의 요약본이지만 추후 89페이지 분량의 전문으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지금 바로 알라딘 접속하셔서 다운로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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