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을 때, 책에 담긴 7편의 소설 중

나는 몇권이나 가지고 있을까 하고 집에 있는 책을 모아봤다.

호밀 밭의 파수꾼을 제외하고 6권이 있었다. 아쉽게도 소장하고 있는 것일뿐, 전부 읽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6권 중에,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의외로 '그리스인 조르바'.

몇년 전에 필요에 의해, 철저하게 목적을 가지고 읽었던 책이다.

내 역량 부족으로 결국 기회를 놓쳤지만, 이 책만큼은 건졌으니 내겐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게, 그리스인 조르바라니.

빨간책방을 1회부터 챙겨들었는데,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이 책만큼은 읽었으니까 당당하게 들어야지 했던 세계문학으로 그리스인 조르바가 남은 것이다.

(두 권밖에 안 된다는 게 함정)필요에 의해 읽었으나, 그래서 완독할 수 있었고 끝내 내 인생에 남은 책.

이런 인연이 있어서 더 각별한 책이기도.

두번째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빨간책방에서 다룬 책인데, 반응이 좋았다기에 챙겨 읽은 책이다.

몰입하기 어려웠던 책이라, 중간에 내려놨다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게 되면서 다시 붙잡았는데,

그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50주 전에 쓴 이 책의 서평을 다시 읽었는데, 빨간책방이 아니었으면 내가 과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싶다.

1년 전에 찍은 사진을 꺼내들고, 책 이야기를 하는 건 어제 방영된 비밀 독서단 17회 덕분이다.

모처럼 스페셜 단원으로 나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매력을 설파한 동진님.

결국 나는 동진님이 등판해야 봉인해둔 책을 다시 읽으려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에는 난 왜 이러냐고 자책했었는데, 새해를 맞아 '나는 그런 사람'임을 인정하고 이렇게라도 읽기로 했다.

좋은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비밀 독서단에서 동진님의 이야기는 빨간책방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좀 더 친절한 면(방송을 위한)이 있어서 새로운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소개가 딱 그랬다. 내려놨던 책을 다시 붙들게 만드는 힘.

그래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시작으로, 매년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50장도 못 읽은 '속죄'와

작가정신에서 출간 된 2004년 당시에 샀으나 (살줄은 알았으나 읽지는 않았던 바보😭)

12년 넘게 봉인해둔 '파이 이야기'도 마저 읽을 셈이다.

2016년 목표 중 하나인, 책 다이어트. 새 책을 읽으려 하지말고 있는 책을 돌아보자.

2016년엔 소설 읽는 혼자가 되겠다는 다짐에도 힘을 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텐데,

그건 책을 다 읽고 이야기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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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해밀입니다. 2015년 두번째 결산은! 마지막에 하려고 했으나, 결산 중의 결산인 드라마 결산에 떠밀려... 얼떨결에 먼저 하게 된 책 결산입니다. (드라마는 하... 목록만 적었는데도 까마득...T_T) 올해 읽은 책을 세어보니 160권이 넘었습니다. 113권을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고, 신간리뷰단 활동으로 8권, 신간평가단 두 기수 활동으로 16권, 개인적으로(?) 읽은 책이 24권. 작년보다 30권 조금 더 읽었는데, 권수보다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었는지 궁금하더라구요. 올해 역시 독서마라톤대회에 참가했고, 신간평가단 활동도 계속 하고, 신간리뷰단이라는 새로운 활동까지 해보고.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거대하게 세웠던 독서 계획을 잘 실천했는지 살펴봐야겠구요.ㅎㅎ


책 결산 역시 '올해의 책'이라고 달았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한 주제에 여러 책을 겹쳐 이야기합니다. 도무지 한 주제에 한 권의 책을 정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번 호의 표지 역시 그렇습니다. 영화는, 드라마는 한 작품 한 장면을 고르는 게 어렵지 않은데 책은 늘, 쉽지 않네요. 어떤 책들을 읽으며 1년을 보냈나 돌아볼겸, 표지로 만들어봤는데 새록새록하네요. 표지에 담기지 못한 책들이 훨씬 많지만, 여전히 에세이를 차고 넘치게 읽어댔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올해도 부지런히 읽은 제게 박수를 보내며 2015년 책 결산, '올해의 책' 시작합니다.





[ 2015년에도 독서마라톤 풀코스 완주 성공! 더할 나위 없었다! ] 




 

4월에 중간 결산했을 때 28%였던 마라톤은,


 


8월에 73.8%를 달성했고,

 

한달 뒤인 9월에 완주했다.


2015.09.15.

생일날이어서 더 뜻 깊었던 완주.


완주했던 날 남겨놓은 글을 덧붙인다.


*


"힘내자."
"심심해서 하는 거야, 뭐. 달리다가 하기 싫으면 그만 둘 거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달려."
"알았어. 그래도 한 번 해봐. 마라톤은 완주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중에서 

'완주'라는 단어를 보는데, 이랑의 저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마라톤은 완주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올해도 어김없이 에세이를 많이 읽었고, 90권이 넘는 책에 대한 일지를 기록했다.

생일날, 뜻밖의 선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서마라톤 풀코스 완주.


*


 

막판에 부랴부랴 읽기 바빴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차곡차곡 읽어오며 마라톤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뜻 깊었다 :)

책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내년에도 도전할 생각이지만, 풀코스 말고 하프코스에 도전해볼까 생각중.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독서는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이 간절해지는데

풀코스를 신청하게 되면 다시 양에 집착하게 될 것 같아 고민중이다.




[ 2015년 독서계획, 어디까지 실천했나 ]



http://roieye0915.blog.me/220281267159

주간 해밀에서 포스팅 할정도로 거창했던 올해의 독서 계획.


계획은 세우는 것보다, 그 계획을 실천했는지 돌아볼 때 더 의미있는 일이기에...

부끄럽지만, 냉정하게 돌아본다.


 

'인문학 6권 읽기' 계획 중에는

<미움받을 용기>와 <내가 공부하는 이유> 단 2권을 완독했다.


대신 인터파크 신간평가단 인문 부문으로 한달간 활동하게 되면서, 생각치 못한 인문책을 읽은 것으로... 합리화해본다.


 

 

개인적으로 <미움받을 용기>를 올해의 인문학으로 꼽는다.


한 번 뿐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읽은 책이었고

이후에 다른 친구에게 빌려 주게 되었는데, 그 후에 다시 만나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원없이 했던 게 기억에 남아서.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진 생각과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이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것.

독서를 해오면서 이랬던 적이 드문데, 그래서 더 소중한 경험이었다.




 


'시 12권 읽기' 계획은 올해 독서 계획 중 내가 유일하게 제대로 실천한 계획.

 

특히, 박준 시인님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심보선 시인님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9월에 방송을 시작한 tvN '비밀독서단' 프로에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그 모습이 개인적으로 얼떨떨했다.


마치... 내가 평소에 잘 봐오던 사람이 어느 날 빛을 발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눈여겨보게 된 느낌이랄까.


표지 만들 때, 시집이 많이 들어가네 싶었는데

괜히 많이 들어간 게 아니었다.


내 독서 인생을 통틀어 올해처럼 시집을 많이 읽은 해는...

대학 다닐 때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6권 읽기'는 <어린왕자>를 구매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사실 이 계획은 올해 안이 아닌, 앞으로의 독서 계획에 가까웠던 계획이었던지라 아쉬움이 없다.


그래도 계획으로 올려놓고 한 권도 완독을 못한 건 반성해야할 일.



  

  


'경제/경영 6권 읽기'는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과 <월급전쟁> 두 권 완독으로 끝났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와 <화폐전쟁>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끝났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이 계획이 가져다준 수확은 있었다.

내가 경제/경영 분야를 읽기 위해서는, 적당한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것.

리뷰단 활동이건 독서 모임이건, 경제/경영만큼 혼자 읽기 어려운 분야도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리고 남은 두 목표였던


5. 올해도 어김없이 100권 읽기

6. 올해도 어김없이 독서마라톤 풀코스 완주하기

 


5번은 160권을 읽었으니, 차고 넘치게 실천했고

6번 역시 완주했으니 성공했다.



 


독서 계획도 돌아봤겠다, 올해 읽은 160권 중 추천하고 싶은 10권의 책을 꼽아 소개합니다.


 

올해의 시집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고민 끝에, 올해의 시집으로 고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http://roieye0915.blog.me/220500559958

주간 해밀 119호에서 영업한 바 있는 시집이기도 하죠 :)


 

작년 12월에 황정은 작가님 북콘서트 갔을때, 사회자로 예정되어 있던 김두식 교수님의 불참.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급(?) 연락을 받고 나온 느낌이 다분했던 박준님.


 


 

생각해보면 작가님 시집에 빠질 인연이었나 싶다.


북콘서트에서 돌아와서 나는 언제 박준님을 만나고 돌아왔냐는듯 시집과 다시 멀어졌고

독서 계획에 올려두었어도 한참을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9월, tvN에서 '비밀독서단'이 방영을 시작했고

2회에서 예단원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소개하는 방송을 챙겨보고서야

이 시집을 찾아 읽었다.



어쩌면 이런 사연이 있어서 내가 이 시집을 더 애틋하게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어떤 시보다 이 시를 덧붙여본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

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

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

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

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

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전문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필사가 두렵다는 별숲님의 말은 사실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필사하고 싶은 구절이 쏟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았고, 그래서 행복했던 책.


 

나는 쉬이 매료되는 줏대 없는 사람임은 분명했다.

그건 수용적이고 개방적이라는 면에서 장점이지만 섬세한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면에서 단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직관적인 성향이 글쓰기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나는 인터뷰만이 아니라 영화나 책에서 감동을 받으면 잠이 잘 안 왔다.

가슴에서 퍼내야 홀가분했다. 이 주옥같은 이야기,

이 놓치기 쉬운 생의 진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서 마음 편히 살고 긍정적 변화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라면 하지 못할 선천적인 오지랖인데 그것이 귀찮고 피곤해도 글을 쓰게 했다.


-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p.18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도 위 구절과 같은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을 읽거나, 재밌는 드라마를 보거나, 혼자 보기 아까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이걸 누구한테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 성에 차게 이야기 하기에는 블로그만한 곳이 없었다.

짧게 이야기하는 법이 없는 '만연체'인 내게 최적의 공간인 이 곳 블로그에서

나는 쓰고, 또 쓴다.


그게 누구건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캐릭터에 어마어마하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 캐릭터인양 글을 쓴다.

주로 드라마가 그래왔고, 요샌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도 곧장 그렇게 쓴다.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늘 나 혼자 절절해서는 글을 쓰고 마는 것이다.

저 인물이, 혹은 저 두 인물이 절절한데 내가 더 어쩔 줄 몰라 발을 구르고 잠을 이루지 못해서

늦은 시간에도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원없이 이야기하고 나서야 졸음이 밀려 들었고, 그제야 잠에 들었다.


나 역시 작가님처럼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를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서 마음 편히 살고 긍적적 변화를 이루기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건 아니지만

귀찮고 피곤해도 나를 거쳐간 모든 드라마와 영화와 때때로 책이 나를 글 쓰게 했다는 건 분명하다.



아는 대로 느낀 대로 척척 살아지는 경우가 어디 있던가.

무엇이 쉽사리 단번에 얻어진다면 그 또한 귀한 것이 아닐 터이다. (p.34)

다만 잘 쓴 글이든, 미완의 글이든, 숨겨둔 글이든, 파일로 저장하지 않고 날리는 글이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체를 형성하는 노릇이며 '삶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못 써도 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들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한계와 욕망을 마주하는 계기이자 내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이라고,

이제는 나부터 안달과 자책을 내려놓고 빈 말이 아닌 채로 학인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에 어떤 글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우리 어서 쓰자고. (p.35)

 

 

못 써도 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잡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는 작가님의 말은,

그간 그래왔던 나를 위로하는 최고의 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올해의 책 중 한 권이 되었고, 나아가 내 인생의 책이 되었다.



 

 주호민, 신과 함께

뒷북에 일가견 있는 내가, 어김없이 뒷북으로 정주행을 마쳤던 만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내 삶을 돌아보게 했던 저승편을 지나, 가장 현실적이었던 이승편 그리고 곳곳에서 울컥하게 했던 신화편.

영화화 된다기에 그 전에 원작을 읽어두자 싶어 정주행을 시작했고,

왜 이런 작품을 이제야 읽었나 하고 후회를 곱씹으며 읽어냈으며

결국 이 책은 소장해서 두고 두고 봐야겠다 싶어서 한 권씩 사 모으는 중이다.


 

​저승편 세 권, 이승편 두 권, 신화편 세 권.

총 여덟 권으로 이뤄진 책이라 도정제 전에 사지 못한 걸 후회하긴 했지만

한 권 한 권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책.


 

신과 함께 신화편 상, 중, 하를 빌려왔다. 중권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목공에 신기에 가까운 소질을 보였으나, 장가를 간 후부터는 세상만사가 귀찮아져 아내와 함께 산골짜리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황우양과 그의 부인 막막.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일직차사 해원맥과 월직차사 덕춘이 나타난다. 황우양이 저승 대별궁 신축 공사의 시공자로 선정되었으니, 즉시 저승으로 파견나와 대별궁의 신축을 맡으라는 염라대왕의 명을 전하러 온 두 사람.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두 사람을 돌려보내지만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그날 밤 황우여는 잠을 못 이룬다. '궁전이라니... 건축의 끝판왕...' 하고. 다음 날 아침, 아내 막막은 아침부터 연장을 만든다. 그리고는 완성된 망치를 황우양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그 저승 궁전 짓고 싶어지지 않았냐고. 당신이랑 여기 있는 게 제일 좋다고 답하는 황우양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슴이 시키는 건 하고 살라고. 그러는 게 나도 더 좋다고. 실력발휘 하고 오라며 막막은 그렇게 황우양을 보낸다. 그렇게, 차사들과 저승으로 가는 길. 왜 마음이 바뀌었냐는 덕춘의 물음에 대한 황우양의 대답.


"나도 그걸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왜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황우양의 말에 "그런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하는 덕춘이. 그런 둘은 보면서 지난날의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왜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복잡한, 그런 순간들. 순박하게 웃으며 덕춘의 물음에 답하는 황우양을 보며 깨달았다. 아,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구나 하고.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내가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 재능이 없다는 걸 알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임경선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p.168)

는 것 또한 알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주간 해밀 100호에 남겨주신 열두분의 덧글에 답글을 남기며 다짐했던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진심어린 응원을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니.

그래서 힘닿는데까지 끝까지 남겨보기로 했다. 주간 해밀도, 내 열정도.





임경선 작가님의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는 알라딘 신간평가단 15기 도서 12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http://roieye0915.blog.me/220370685262

늘, 애정하는만큼 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쉬운 서평이지만 그래도 덧붙여본다.
지금 보니 <글쓰기의 최전선>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시미 이치로, 미움받을 용기


 독서 계획 중 한 권이었고, 친구와 함께 읽게 된 <미움받을 용기>를 시작으로

올해 세 권이나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읽었다.


위에도 썼지만, 그 중 <미움받을 용기>는 친구와 함께 읽기로 해서 완독한 책이었고

후에 다른 친구에게도 빌려주었고, 돌려받을 때 많은 대화를 나눈 책이라

'아들러 심리학'을 말하는 그 어떤 책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되었다.


KBS1 'TV 책을 보다'에서도 이 책을 다뤘다기에 챙겨봤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이 리뷰, 저 리뷰를 찾아 읽기도 했다.


철학자 :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앞

으로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라고 말해주는 거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자네라고 말일세.

청년 : 내 인생은 지금, 여기에서 결정된다?

철학자 : 그래. 과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p.67)


*


철학자 : 문제는 그런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느냐 하는 걸세.

가령 자네가 '나는 학력이 낮아서 성공할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봐야겠지.

청년 : 성공하고 싶지 않다고요? 무슨 논리로요?

철학자 : 간단히 말해 한 발 앞으로 내미는 것이 무서운 거지. 현실적인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누리고 있는 즐거움―예를 들면 놀거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희생해서까지 변하고 싶지 않다.

즉 생활양식을 바꿀 '용기'가 없는 거라네.

다소 불만스럽고 부자유스럽지만 지금 이대로가 더 편한 거지.


(p.96)


*


철학자 : 자네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네.

나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청년 : 아니, 그건 너무 이기적인 논리예요. 나만 생각하고 독선적으로 살라는 말씀입니까?

철학자 : 유대교 교리를 보면 이런 말이 있네.

"내가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준단 말인가?"

자네는 자네만의 인생을 살고 있어. 누구를 위해 사느냐고 하면 당연히 자네를 위해 살아야겠지.

만약 자네가 자네를 위해 살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자네의 인생을 살아준다는 말인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생각하며 사는 거라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이유가 없지.


(p.154)


*


철학자 :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네.


(p.163)


*


철학자 :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p.189)


*


철학자 : 한 번 더 아들러가 했던 말을 들려주겠네.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는 관계없습니다.

내 조언은 이래요.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이 협력적인지 아닌지는 상관하지 말고."


(p.320)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려면, 이 책을 적어도 두 번은 더 읽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명불허전'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참 좋아라하는 두 사람, 이석원과 이병률.


읽는 내가 어쩔줄 모르게 만들 정도로, 여전히 솔직한 이석원과

내가 왜 이병률을 좋아하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만들었던 멋있는 이병률.


http://roieye0915.blog.me/220499551079


사랑은 이처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하냐고 묻는 것이 또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중략)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런 소피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그럴 수 있는 거니까.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준다 한들 당신이 몰라주면 소용없는 거니까. 그건 온 세상이 몰라주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해줄 때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그건 어렵고도 힘든 일.

(중략)

사랑이란 결국 상대와는 상관없는 나 자신의 문제이기에, 이렇게 엇갈릴 수밖에 없으며

사랑의 그런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불완전성이야말로 사랑을 영원하게 해주는 요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p.221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십대에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삼십대에는 자주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닮은 것은,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


또 사랑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욕구가 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듯

사랑의 대상과 사랑의 순간을 찍는 일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순간순간들을 담는 일,

그 둘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며 그 욕구 또한 강렬해지는 것, 그 또한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점이다.

그리고 왜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져야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사랑과 여행이 닮은 또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정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이다.



좋은 날이 많이 있었습니까


우리가 얼마를 더 살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얼마를 더 살게 될 것인지를 셈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고 우리가 관여할 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살아온 날들 중에, 좋은 날은 얼마나 많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감히 그 힘으로 살아도 될 그런 날들이, 그 힘으로 더 좋은 것들을

자꾸 부르는 그런 날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


그럼에도 내 마음은 너무 싸돌아다녔다. 집에 있으면 안 되는 줄 알고 종일 이리로 저리로 쏘다니다 덜컥 병들어버렸다.

그게 잘 안 되었다. 마음을 쓰고 사는 일만이 최선인 줄 알았다. 내 마음이 닿는 곳이면 이러나저러나 편안할 줄 알았다.

이 우주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대상을, 어떤 순간을 껴안는다는 것이 실은 고작 마음이나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술 한잔 마시는 일은 결국 나에게 술 한잔 사주는 일이 아닌가 한다.

결국 내 마음에다 술 한잔 부어주는 일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 보탬이 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그래도 가만히 기다리는 일이 커다란 일이기도 한 것이 예술하는 사람의 일이다.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절박하게 군색하게 영감의 무엇과 직감의 무엇과 육감의 무엇을 기다리는 일을 합니다,

라고 말해야겠는데 제정신으로는 그 대답을 못하겠으니 직업적 고충이 참 말이 아니다.

그래서 오던 길을 문득 멈춰 서서 한참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불쑥 먹던 밥을 중단하고 신발을 신기도 하며,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한없이 아무 말 하지 않기도 하고,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탁자에 얼굴을 묻고 앉아 있기도 하는 것이다.

한 에술가가 이상히도 그러고 있는 것은 급히 바꿔놓거나 정돈해야 할 세계가 있어서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주시길.

그렇다고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사람이 꽃


"할아버지는 몇 년 전 할머니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분이셨어요.

시간이 좀 지나고 그물 손질하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구경을 하고 앉아 있는데 할아버지가 저한테 물었어요.

좀 나아지는 것 같냐고. 그래서 뭐가요? 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대뜸 사랑에 실패했지? 어떻게 아세요?

라고 물었더니 무엇에든 실패한 사람이 아니면 혼자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넋 빠진 사람처럼 오래 이럴 수가 없는 거라구요.

그러면서 그러시데요. 한꺼번에 다 잊으려고 하지 말라고.

그러기엔 힘이 든다고. 힘이 들면 살 수가 없는 거라고."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쪽 수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좋았다고 이야기 했던 구절도,

내가 좋아했던 몇몇 구절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한 번에 찾아볼 수 없어서 결국 책을 다시 읽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싫기는 커녕, 기꺼이,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치 않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사이토 다카시,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올해,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세 권이나 읽었다.


세 권 다 좋았지만, 이 세 권의 중심에는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가 있다.


완독했을 때, 서평을 써둔 걸로 기억하는데...

도통 어디에 기록해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아쉽지만 다른 글을 덧붙인다.



*


그때 미래에 대한 불안과 회의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밖에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배울 수 있으니 더 낫다는 생각 때문에 미련할 정도로 책의 세계로 파고들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와 같은 문제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당시에는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하나 만드는 것이 유일한 수확이라고만 생각했다. (p.6)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프롤로그만 읽어보자, 하고 들고 나와 읽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지난 1년간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을 글로 읽는 것 같아서 놀랐다.

이렇게 생산적이지 못한 때에 이렇게 생산적이지 않은 일만 하고 살아도 되나 싶을 때도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는데도.


결과론이지만, 책만 읽고 살았던 지난 1년이 지금의 내게 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나를 거부해서, 몸을 초월해가며 읽고 있긴 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나의 몫이란 것도 안다.

이러면서까지 읽는데는 이 책의 제목처럼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읽는 책 한 권이 내게 무엇을 줄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직하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수많은 점들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점과 점이 이어져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p.11)

우직하게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든 지난 1년이 소중해졌다. 이 책을 왜 읽고 싶어했는지 단박에 알겠다.

*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구절은 따로 남기기로 하고,

오늘은 반성을 하게 된 구절을 소개해본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만큼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비슷한 책만 골라 읽는 사람들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독서법이다. 이런 독서는 생각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좁게 만들고 자신을 편협한 인간으로 만든다. 물론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가진 분야의 책을 찾아 읽으며 나와의 연결점을 이어 나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생각들을 살펴보면서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 어떤 생각이든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어떤 것이 근본적인 진리를 지향하는지 고민하는 동안 세계관이 넓어진다. (p.43)


*


간혹 어떤 저자의 책을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자기의 생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책만 골라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독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위험한 독서다.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을 쌓아 그 안에 갇히는 꼴이니 말이다. (p.190)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구절을 다시 읽는데,

내가 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는지 알았다.


책 속 구절들이 전부 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그 자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증명할 수도 없는 내공을 쌓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너무나 막연하고, 그에 비해 독서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 갑작스러운 인생의 위기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꾸준하게 책을 읽어라. 독서를 시작했다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삶의 고비를 넘는 지혜는 책이 줄 것이다. (p.204)



 


사유리, 눈물을 닦고


사유리? 우리가 아는 그 사유리? 맞다.


 


평소 그녀가 트위터에 남기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깊고 그걸 잘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좋은 구절이 참 많지만, 책을 읽던 당시에는 이 구절에 빠져 있었다.

나 역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한 순간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되기 싶기 때문에 이 구절이 그리도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한 순간 좋은 영향을 끼쳤고, 현재진행형이니

책을 쓴 사유리에게도 내게도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




 "사유리, 좋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를 찾지 말고 네가 좋은 학교를 다녀.

좋은 차를 가진 남자를 찾지 말고 네가 좋은 차를 가져.

돈 많은 남자를 찾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벌어. 넌 가진 게 없으면서 상대에게 바라지 마.

그리고 네가 상대방보다 하나 더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를 절대 무시하지 마."

엄마의 말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상대가 가진 것에 전혀 의지하지 않는 용기를.

여자라는 핑계로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지 않는 자존심을. (p.20)

글 곳곳에서 사유리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데,

사유리의 긍정적인 성격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사유리, 효도라는 것은 단지 자기 부모님에게만 잘하는 것이 아니야.

자식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사실 가장 큰 효도야."

(p.126)


"엄마는 아무리 바빠도 왜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그러자 엄마는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유리, 아무리 네가 잠잘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도 남에게 바쁘다는 말을 하지 마라.

그 말 속에는 진실과 함께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시간을 과시하는 마음이 적잖이 들어가 있다.

네가 바쁜지 아닌지 상대는 상관하지 않아. 그 바쁜 시간 속에서

네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만 상대에게 알려주면 된다."

(p.161)

 

마음이 가는 사람이건, 친구건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계속 만나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그가 나에게 줄 시간이 없다는 의미라고 이야기하던 사유리의 트윗이 떠올랐다.


언젠가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었구나, 하고 흐뭇하게 웃으며 이 구절을 읽었다.



그렇다. 사유리의 말마따나


더 이상 기다리지 말자.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p.162)



이 책을 챙겨 읽는 시간만큼은 정말 값진 시간이 될 거라 단언한다.




 

올해의 시리즈, '김영하 삼부작 시리즈' 中 말하다


  


작년 9월에 출간 된 <보다>를 시작으로 올해 3월 <말하다>, 11월 <읽다>까지.

보다를 포함해 '김영하 삼부작 시리즈'를 올해의 시리즈로 꼽는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말하다>를 10권 안에 넣었는데,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라는 부제처럼,

문학을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좋아라하는 글쓰기 나오니 말 다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내가 정말 좋아해서 다이어리니 스마트폰이니 컴퓨터 곁이니

메모해서 붙여둔 구절과 같은 맥락의 구절이 나온다.



 

책을 왜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갖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대부분의 삶은 실패한 채로 끝난다.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만의 내면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내면.


- 김영하

나만의 내면. 흔들리지 않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내면.

독서론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싶었고, 이후 내 독서에 큰 힘이 되었다.


<말하다>에 나오는 구절은 이런 구절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잘살아야 되잖아요.

사인회 같은 자리에서 젊은 독자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몇 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이 제 독자라는 걸 알게 돼요.

저는 그들이 자기의 존엄성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스

펙 쌓기도 바쁘고, 그 와중에 돈도 벌어야 되고, 그런데 왜 소설 같은 걸 읽을까요?

크게 도움도 안 되잖아요. 그런데도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책을 보려고 노력하고,

 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기도 한단 말이죠.

그건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인간다움, 존엄을 지키기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김영하 산문, 말하다 p.10)

이 구절을 읽고, 나는 이런 글을 썼다.




스무살 여름 방학시절에 나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첫 아르바이트였고, 혼자였다.

처음은 낯설었으나 일이 단순해서 금방 적응했고, 열심히 벌어서 2학기는

내가 번 돈으로 생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했지만 잠깐이었다.

같은 일을 매일 8시간, 때때로 잔업에 특근까지 하게 되니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싶진 않았으므로 매일 뭔가를 하기로했다.

그건 바로, 신문을 읽는 것. 읽을 거리가 필요했는데 책을 읽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짬이 날때마다 신문을 읽었다.

출근 길에, 점심 시간에, 쉬는 시간에. 그렇게 매일 한달을 넘게 읽으면서

무언가 매일 읽는 것에 습관이 생겼고, 지금 이렇게 책을 읽는 일상에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단순한 밥벌이로 살아왔던 지난 1년,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열심히 읽고 썼던 나날이 이 글 앞에서 아른거렸다.

'몸이 그대를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고 썼던 에밀리 디킨슨의 글처럼,

몸을 초월했던 그때의 내가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은 결국 '인간다움'이었나 하는 생각이든다.






‘결산’이 고되기는 해도 재밌는 이유는, 그게 ‘돌아보는 일’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돌아보는 일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 잊고 살았던 1월은 그때 챙겨봤던 한 편의 드라마로 떠오르고,

때로는 한 편의 영화로 계절이 기억되는 일.


책 역시 그렇지만,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책은 ‘언제 이 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이 책을 읽은 게 언제다’가 된다.


책을 사는 일과 읽는 일이 다르듯,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는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래서 독서는 시간을 들여 하는 일 중에, 값지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는 일이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읽었건, 정말 좋아서 읽었건, 방송에 나온 책이라기에 사 읽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책을 읽는다는 건 굉장히 능동적인 일이고,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책을 읽는 시간이었을 테니까.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벅찬 게 책인 이유도 어쩌면 그래서일 것이다.

매일 읽은 건 아니지만, 매일 곁에 두고 읽으려 했고 그렇게 남은 160권의 책들.

모든 책들을 기억할 순 없지만, 책을 읽으려 애썼던 그 시간들이 눈에 밟혀서 가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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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박인환의 시 <얼굴>을 올릴때 이 대사를 올린적이 있다. 공효진이 연기했던 나보리의 대사.

이 대사 덕분에 이어 나오는 박인환의 <얼굴>이 그리도 좋았다.


“시 할 차례라고 하던데, 맞아? ​시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려고 있는 거야.

살면서 외롭거나 힘들거나 혹은 내가 하찮다고 느껴지거나 할 때, 아무 시집이나 한 번 읽어봐.

그럼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누가 본문 좀 읽어볼까?”

이 대사를, 황현산은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에 이렇게 썼다.


"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이 있다." 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들에게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이란 말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시는 늘 우리에게 이 세상의 시간이 아닌 것 같은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시를 쓰게 하는 힘도 읽게 하는 힘도 거기서 비롯한다. 나는 오랫동안 시를 비평해오면서 무언지 모를 이 극단적인 것에 관해 되풀이해서 생각했다. 그것을 '시적인 무엇'이라고 단순하게 뭉뚱그려 부르면서 마음이 어떻게 시적 상태에 이르는지 설명하려고 애썼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 심정이 한 자락 노래를 타고 날아오르듯 약동하고, 삶의 어떤 매듭이 물결처럼 밀려드는 몽환에 휩쓸리고, 정신이 문득 소스라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각성에 이르던 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시적인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동력과 연결된 모든 것들을 말한다. 그 동력은 정신이 집중된 시간에도 나타나고 심신이 풀려 자유로워진 시간에도 솟아올라 내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은 아님을 알려주곤 한다. (p.8)

평론가 신형철의 문장이 떠오른다. '영화평론은 영화가 될 수 없고,

음악평론은 음악이 될 수 없지만 문학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 고.

황현산의 글 역시, 문학이 된 문학평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문장 한 문장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글.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아득하지만,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의 품에 파묻힐 생각을 하니 기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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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부터 취향저격 제대로. 허... 소설 읽는 혼자이길이라니... 미쳤다.

문장이 제대로 미쳤다. 멋있다. 부럽다.

프롤로그에 공감가는 구절이 있어 덧붙여본다. 

 

 

지나친 강박으로 스스로를 몰아치며 자책하고 있을 때,

김중혁은 내게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속삭여줬다.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을 때, 김승옥은 모든 울분을 갖다버릴 수 있는 낯선 도시로 나를 안내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이기호는 '인생은 언제나 뒷북'이라는 겸허하고 유쾌한 깨달음을 줬다.

그리고 하루키는 모든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수많은 작품을 통해 깨우쳐줬다.(p.7) 

2015년 독서 결산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반성했던 것.

다시, 소설을 읽자. 2016년엔 소설 읽는 혼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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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올려보는 #2015bestnine .

인스타를 북스타그램으로 쓰고 있는 건 맞지만 이 정도였나...하고 실감했다.

해마다 다독하고 있긴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잘 읽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몇년 전 들었던 '다독하면 좋은 책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은 다독에 대한 내 편견을 깨고,

신조 삼아 도전하게 했고 그렇게 4년 가까이 읽어 온 결과는 이렇다.
다독을 함으로써 생각이 쌓이고, 그리하여 좋은 책에 대한 안목이 길러지는 것이다.

다독 얘기 들을 때, 이 얘기도 분명 함께 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꼭 이렇게 직접 깨달아야 안다.

내게 그 말을 해주었던 사람의 안목도 그렇게 길러졌을지 모를 일이다.

남들에겐 아닐지 몰라도, 내게 시간이 걸리는 일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 그렇다는 것을.

초조해 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읽어나가면 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2016년에도 어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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