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을 때, 책에 담긴 7편의 소설 중
나는 몇권이나 가지고 있을까 하고 집에 있는 책을 모아봤다.
호밀 밭의 파수꾼을 제외하고 6권이 있었다. 아쉽게도 소장하고 있는 것일뿐, 전부 읽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6권 중에,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의외로 '그리스인 조르바'.
몇년 전에 필요에 의해, 철저하게 목적을 가지고 읽었던 책이다.
내 역량 부족으로 결국 기회를 놓쳤지만, 이 책만큼은 건졌으니 내겐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게, 그리스인 조르바라니.
빨간책방을 1회부터 챙겨들었는데,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이 책만큼은 읽었으니까 당당하게 들어야지 했던 세계문학으로 그리스인 조르바가 남은 것이다.
(두 권밖에 안 된다는 게 함정)필요에 의해 읽었으나, 그래서 완독할 수 있었고 끝내 내 인생에 남은 책.
이런 인연이 있어서 더 각별한 책이기도.
두번째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빨간책방에서 다룬 책인데, 반응이 좋았다기에 챙겨 읽은 책이다.
몰입하기 어려웠던 책이라, 중간에 내려놨다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게 되면서 다시 붙잡았는데,
그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50주 전에 쓴 이 책의 서평을 다시 읽었는데, 빨간책방이 아니었으면 내가 과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싶다.
1년 전에 찍은 사진을 꺼내들고, 책 이야기를 하는 건 어제 방영된 비밀 독서단 17회 덕분이다.
모처럼 스페셜 단원으로 나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매력을 설파한 동진님.
결국 나는 동진님이 등판해야 봉인해둔 책을 다시 읽으려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에는 난 왜 이러냐고 자책했었는데, 새해를 맞아 '나는 그런 사람'임을 인정하고 이렇게라도 읽기로 했다.
좋은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비밀 독서단에서 동진님의 이야기는 빨간책방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좀 더 친절한 면(방송을 위한)이 있어서 새로운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소개가 딱 그랬다. 내려놨던 책을 다시 붙들게 만드는 힘.
그래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시작으로, 매년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50장도 못 읽은 '속죄'와
작가정신에서 출간 된 2004년 당시에 샀으나 (살줄은 알았으나 읽지는 않았던 바보😭)
12년 넘게 봉인해둔 '파이 이야기'도 마저 읽을 셈이다.
2016년 목표 중 하나인, 책 다이어트. 새 책을 읽으려 하지말고 있는 책을 돌아보자.
2016년엔 소설 읽는 혼자가 되겠다는 다짐에도 힘을 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텐데,
그건 책을 다 읽고 이야기 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