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런메이, 완샤오파오, 어서 내 나무 물어내... 내 나무 물어내... 흥! 웃기고 있네! 아내가 말했어요. 당신 자식이 내 젖퉁이도 만지고, 뽀뽀도 했으니 내 청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와우! 아이들이 화끈한 아내의 말에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어요. 런메이! 당황한 제가 고함쳤어요. 웬 호들갑이야? 고모 차에 오른 아내가 고개를 내밀더니 말했습니다. 옷 위로 만진 거야! -223쪽
요즘 고모는 자기 손에 피를 묻혔다고 자주 참회해요. 하지만 그건 역사였어요.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 -243쪽
자기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쨌거나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선생님도 잘 알고 계신 루쉰의 소설 축복에 나오는 샹린댁처럼요. 제정신인 사람들은 샹린댁의 허황한 생각을 굳이 들추지 않고 한 가닥 희망을 지캬 주고 싶어 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샹린댁이 악몽에서 벗어나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길 원했으니까요. 전 고모와 아내의 말을 따르고 있고, 두 사람이 믿는 것들을 믿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것이 옳은 선택이겠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절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도덕군자들 역시 절 비판할지도 모르며 심지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관련 기관에 절 고발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 특수 업무에 종사했던 고모와 스쯔를 위해 기꺼이 어리석은 인간이 되기로 했습니다. -433쪽
선생님, 원래 저는 창작이 속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극본이 완성된 후 마음속에 자리한 죄의식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왕런메이와 그녀 배 속의 아이 - 물론 제 아이기도합니다 - 가 죽은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핑계를 들먹이며 저는 쏙 빼고 그 책임을 고모와 계획 생육 실무자들, 위안싸이, 심지어 왕런메이에게 전가하려해씨만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제가 바로 유일한 원흉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제 '미래'를 위해 왕런메이와 아이를 지옥으로 보냈습니다. 천메이가 낳은 아이가 일찍 저세상으로 간 아이의 환생이라고 상상했지만 그건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점토인형에 대한 고모의 마음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유일한 존재이며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손에 묻힌 피를 영원히 씻을 수는 없는 걸까요? 죄의식에 얽매인 영혼을 벗어던질 방법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444쪽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5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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