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의 소설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은 당시로서는 꽤 상층 계급인 특수한 사람들의 세계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 그런 상황은 일반화, 대중화하여 사회 구석구석까지 뒤덮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소세키적인 세계는 대체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31쪽
자유와 독립과 자아로 가득찬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런 외로움을 맛볼 수밖에 없네 (나쓰메소세키 '마음'에서 재인용) -52쪽
호모 파티엔스는 호모 사피엔스를 비튼 말인데 이 말에는 살아있는 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인간성의 위계에서 볼 때 더 높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55쪽
호모 파티엔스란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살아 있을 의미 같은 건 없다는 절망에 계속해서 내몰리는 수용소의 상황에서도 '인간적으로 고민하고 싶다'는 바람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 온 끝에 다다른 말이기 때문에 아주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56쪽
우리의 깊은 고뇌는 '문'으로 들어가버리고 싶다는 괴로움보다는 소스케나 소세키, 베버처럼 '문'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갈 수 없다는 괴로움이 아닐까요. -62쪽
진짜 자기를 찾아라 이것이 때로는 강박관념이 되어 사람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치관에 비추어 '이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좀 더 빛나는 진짜 내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짜 찾기의 공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략) 진짜 찾기는 신경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는 절대로 손이 닿지 않는 목표를 저편에 세워 놓고 영원히 그것을 향헤 노력하는, 헤겔이 말하는 '불행한 의식'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92쪽
저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자살에 실패한 사람 등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대의 병리로 취급하지 않고, 자기 실현에 실패한 평범한 사람의 무리로 보지 않고,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라며 잘라 버리지도 않고, 그들을 닥치는 대로 자기다움의 탐구로 내모는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93쪽
만약 진짜 자기라는 것에 진정으로 집착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106쪽
그는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보다는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다시 사는 '거듭나기'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121쪽
하지만 지금은 '사랑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긴박한 연극이 계속되는 작은 '극장' 같은 것이 된 듯합니다. -143쪽
하지만 맞서야 할 것과 받아들여야 할 것을 잘못 선택하면 비극을 부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152쪽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기서 우리는 때때로 이중의 잘못을 저지릅니다. '자연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회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154쪽
죽음이 가까이 있었을 때는 목숨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고 생각되었고 그 때문에 죽음을 멀리 쫓아버리는 데 열심이었는데, 죽음을 멀리 쫓아버렸더니 이번에는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168쪽
사소하다고 해도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을 소중히 하는 사회가 바람직할 것입니다. -179쪽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이 물어오는 것에 대해 계속 대답해간 사람만이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반대로 도중에 대답하는 것을 그만둔 많은 사람들은 삶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물음에 '대답한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고 '결단하는' 것이며 또 '책임을 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책임'으로 번역되는 responsibility라는 영어다 '응답'을 의미하는 response로부터 파생한 말이라는 것도 '대답한다'는 것과 '책임을 진다'는 것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정확히 '예'라고 대답해가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186쪽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어떤 사회나 세계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할까요. 그것은 '존엄'이라는 것이 의식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유일성'이나 '일회성'이 의식되는 사회입니다. 이런 것들이 사회를 재검토할 때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19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