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아가씨, 였다. 한때별명이. 시트콤아가씨,였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닥본사(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 닥치고본방사수) 라는 건 나에게 먼 얘기가 돼버렸다. 그래서, 남들 그토록 흥분하며 볼 때, 나는 한발짝 물러서 있다가 그 시기가 다 지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다림없이 쭈욱, 보곤 했다. 고맙습니다를 보며 혼자 뒤늦게 질질 울면서 감동받았으나, 나눌 이가 없었고, 연애시대를 보며 가슴설레했으나, '아아아악 연애시대 너무 재밌어'라고 아무리 오버에 흥분을 거듭해도, 이미 석달 전에 그 감동이 지나간 자의 반응은 '그래 나도 재밌게 봤었지' 정도랄까.
그간 드라마를 끊었던 건 아니지만, 드라마를 본방송으로 본 건 노희경의 굿바이 솔로, 이후로 처음이었다. 굿바이솔로도 닥본사, 까지는 못했지만, 대략 싱크 맞춰가면서 진도 나갔었다. 그리고 베토벤바이러스. 싱크가 본의아니게 맞아지는 바람에 닥본사에 합류하게 됐다. 그리고, 오늘, 작은 건우의 너무 빠른 성장과 '강마에보다 나은데요' 라는 평론가의 한마디. 강마에의 '나의 음악이 무너지고 있어'라는 대사에 급흥분하여 성토에 성토를 거듭하고, 지피디 이후로 한번도 안들어갔던 마이클럽 드라마방에도 들어가 3년만에 선영님들의 흥분을 보며 같이 열폭모드로 들어섰다. 물론 여전히 작건의 빠른 성장에 대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작건이 자신의 음악 세계의 한계를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설정이라면, 난 좀 화가날 것 같다. 그건 이 드라마가 계속 펼쳐왔던 천재, 재능, 그리고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기만하는 게 되니까. 그렇지만 강마에에 대해서는, 실은, 마클 한 회원의 글을 읽으며 완전 급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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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혼전에 혼전을 거듭해서 숨을 죽이고 봤는데
예고편에서 루미에게 화내는 강마에의 대사에서 비로소 어찌 될지 가닥을 잡았습니다.
강마에의 스타일이 확고해서 오래도록 그 틀이 지켜지고 있었는데요, 이를테면 완벽한 해석과 더 완벽을 기하는 작곡가 의도대로의 구현. 그런데 단원들을 도구로 생각할 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는 아니었는데
강마에가 여러가지 시련과 도전, 그리고 한 여자에게 느끼는 사랑 때문에 한 차원 높은 경지로 갈 거 같네요. 대가의 음악이 한 차례 변환기를 거치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면 아.... 상상하기 떨릴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 될 거 같네요. 작은 건우가 천재네, 뭐네 하지만 결국 강마에가 왜 강마에인지 지금부터 진짜 라운드로 펼쳐질 거 같은데요.
<출처 : 선영아 사랑해, 마이클럽 www.miclu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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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강마에는 성장할 거야. 그럴 거야. 그래야 하는 거야. 마흔살 먹은 아저씨의 성장드라마라고 좋아하면서 봐놓구는, 그 아저씨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나의 불찰이야. 드라마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감이 떨어졌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제5도살장에 나오는 트랄파마도어인의 시간관이 생각났다. 나처럼 단시간내에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운받아 보던 사람은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지. 흥분할 시간에 빨리 다음 회를 보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일주일을 기다려야하니, 작은 예고편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는구나. 그런데, 이 과정, 참 재밌잖아.
지금까지는 통시적으로 시간을 바라보는 트랄파마도어인의 드라마보기를 했었지만, 그치만, 나는 다 꿰뚫어보고 있는 트랄파마도어인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나 사는 일도, 드라마를 보는 일도, 기다림의 연속이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가슴졸이고 흥분하고, 오해하는 일 투성이잖아. 그렇구나. 닥본사란, 인간의 드라마보기이구나. ㅎㅎ 기다림과 집착이 싫어, 닥본사의 매력을 그간 모르고 있었구나. ㅎㅎ 베토벤 바이러스, 홍자매, 조금 더 믿어주며, 기다리련다. 아, 그래야지 그래야지. 아일랜드를 보며 손짓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가슴 떨리며 다음 회를 기다리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런 마음 때문에, IPTV와, 온갖 P2P, 공유박스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도 TV는 건재할 수 밖에 없는 거구나.
게다가 다음주엔, 노희경의 새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도 시작한다. 우훗, 당분간 저녁 약속은 잡지 말아야 하는걸까.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