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아 찌는 더위가 무더위이고, 햇볕이 내리쬐는 더위가 폭염이라는데, 이번 주는 무더위와 폭염을 함께 예상한다는 기상청의 말(을 들은 H씨가 전해준 말)을 듣고 좌절을 했었다. 가히 어제는 '말복'이라는 말이 절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더웠고, 오늘도 아침잠 때문에 토요일반 학원에 제시간에 가본 적이 없는 내가 더위 덕분에 더 자지 못하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 샤워까지 싹 하고 대기하고 있으니, 기상청 예보가 간만에 맞았나보다. 이런 건 안맞아도 고마운데 말이다.
요즘에는 8시 전에 일이 끝나면 버스타고 종로에 있는 불라로 넘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좀 지저분한 핑계를 대자면, 너무 더워서 청소하기도 귀찮고 하여, 방이 엉망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덥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니... 퇴근길에 넘어가서 시원하고 여유롭게 2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집에 들어가서 잠자고 출근하고, 뭐 이런 일상들의 반복. 책을 읽는 것, 정도를 위해 굳이 종로로 넘어가는 심리를 나야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그냥 왠지 모르게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가끔 사장님과 거기 있는 다른 분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면서, 집처럼 편하게 있다가 올 수 있으니까. 집처럼 편하게, 라며 왜 집으로 가지 않느냐, 라고 묻는다면, 하하하, 글쎄다. (일단은 청소부터 좀......;;;)
어제는 내가 커피를 직접 내려보겠다며, 스스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오홀, 좀더 연습이 필요하겠다 -_- 그래도 고슴도치 어미의 심정으로 맛있게 마셨다) 침대의자에서 쿠션을 껴안고, 몇달간 방치해둔 여행할 권리를 읽었다. 나 또, 불라는 여행카페였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며, 아하하, 컨셉과 어울려, 막 이러고, 뿌듯해하고, (여행할 권리의 색감과 불라의 인테리어도 어울린다 ㅋㅋㅋㅋ 집착) '여행을 떠나다'로 시작되는 두번째달의 1집을 오랜만에 틀어놓고 휴가도 못가고 이 무더위를 서울에서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나에게 휴식같은 시간을 선물했다.
역시나 이 책도 나의 로망을 자극하는구나. 빈둥거림의 로망. 하하하. 철없이 빈둥거리는 자를 꿈꾼다는 것도 역시나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꿈꾸는 일일까. 하지만, 나는 스스로 빈둥거림을 너무나 사랑하는 자인데, 그럼 역시나 김연수의 말처럼, 그건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걸까.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내가 빈둥거림을 꽤나 사랑한다는 것. ㅎㅎㅎ 하지만 오늘도 나는 절대 빈둥거리는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그저 한켠의 꿈으로 남겨둔 채, 가끔 실현하는 숨통, 정도로 남겨놓은 채, 좀 열심히 보낼 예정 (영어학원 갔다가 엠네스티 인권 강의라니, 넘흐 열심히 살고 있잖아 -_-)
자, 그럼 이제 나갈 준비를 해볼까? 머리도 말리고, 스킨도 좀 바르고, 시간이 남으면 청소도 좀 해놓고 말이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