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그날 도착했던 작가세계 여름호(김연수 특집)를 꺼내들었다. 장소는 택시 안, 차에서 책을 잘 못읽기에, 조금 멀미가 날 것 같았으나, 그래도 꿋꿋이 책을 편다. 물론 단편 하나 읽고 바로 접을 수 밖에 없었지만

김연수를 읽으려고 하며 책을 넘기는데, 편혜영의 단편이 함께 들어있는 거다. 이건 예상치 못한 횡재를 한 기분이랄까. 이효석 문학상 작품집에서 분실물을 꽤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고, 이번에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하며 로쟈님이 쓴 글을 보면서 좀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작가.

편혜영은 소설을 촘촘하게, 1mm, 1mm씩 써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편혜영의 촘촘함은 세밀함, 혹은 예민함과 좀 다른 느낌의 그것이다. 한순간도 크게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그 호흡을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랄까.

금요일밤의 안부인사에 나오는 아저씨들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또 너무 전형적이다. 투자로 먹고 사는 기러기아빠, 위태위태한 중소기업 중간관리자급 직장인, 그리고 명퇴후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그들에게 가족은 타인보다 불편한 존재. 적당히 쿨할 수 있고, 적당히 즐거운 얘기만 할 수 있기에, 또 적당히 나와 당신을 속일 수 있기에, 가벼운 관계를 통해 위로를 얻으려고 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편치만은 않다. 나 또한 가끔 가족보다 타인이 편하고, 나를 잘 아는 사람보다는 잘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 때가 있으며, 피상적인 만남들을 통해 종종 만족과 위로를 얻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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