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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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이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나는 그냥 인문학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사실은 조금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사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긴 하지만, 이조차도 이공계의 위기에 파묻혀 있으니 참... 같은 위기끼리도 인문학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희망의 인문학을 읽고 나도 더 인문학을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으나...
 
이 책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의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인문학의 실질적인 삶에의 적용이랄까? 암튼, 이 책의 실질적인 삶의 적용 내용은 사실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사실 인문학은 배고픈 학문이다. 배운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어디에 나가서 써먹을 수 있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기에 거대한 실용주의 노선 아래서, 점점 인문학은 등한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희망의 인문학의 저자는 그러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가난한, 어디 나가서 써먹을 지식이 당장 필요한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앞부분은 가난한 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야 하는 당위성과, 그 실효성에 대해 굉장히 길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 부분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될 만큼 그 당위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내가 전공한 것은 다소 실용적인 학문이었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인문학적이었다. 스스로를 인문학도라고 말하기는 다소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 많이 안타까웠던 게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경우 중산층 배운 여성 지식인들의 학문이라는 인식이 굉장히 팽배하다. 그들은 덜 배우고, 못 가진, 사회적 약자이자 타자인 여성들을 위해 애쓰지만, 정작 덜 배우고 못 가진 여성들은 그들의 논리에 공감하지 못하며, 사회에 순응하며 그저 자신이 박복하려니, 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는 여성을 한 예로 들었을 뿐, 상황을 여성에 국한시키는 것은 아니다. 범위를 좀더 확장해 서민 전체로 놓고 볼 때 가난한 사람, 서민들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노력하는 정당이 있어도, 서민들은 오히려 그런 것들의 정치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정당을 지지한다. 자신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인 신문(조중동 등)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각을 보면, 그 생각들은 더 이상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안타까우나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이 참 무력하다고 생각했다. 먹고 사는 데 바쁜 이들에게 생각과 성찰의 여유는 오히려 욕심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 책의 저자 얼 쇼리스의 주장을 읽으며 가슴 한 구석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정말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세상 한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는 감동-
 
이 책은 이런 클레멘트 코스에 대한 매우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필요성에 대한 촉구를 넘어선, 세세한 적용 실례까지. 특히 뒷부분에 실제적인 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부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런 내용으로 수업을 받고 싶을 정도로) 책 내용 중 클레멘트 코스 수강생이 본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겪었을 때 "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어요"라고 대답한 부분은 참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성품을 바꾼다는 게 곧 그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고, 그 사람을 둘러싼 세계를 바꾸는 일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며,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건, 그 사람은 세상을 원망할 줄만 알았지, 바라보고 성찰할 줄은 몰랐다는 점이었다. 그에게 어린 시절 좋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그가 좋은 것을 많이 배우면서 자랄 수 있었다면, 그런 안타까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레멘트코스야말로 정말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도 이제 클레멘트 코스가 조금씩 정착되는 단계이다. 사실 책을 처음 받고 머리글을 읽었을 때의 두근거림으로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나 클레멘트 코스의 강사로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괜한 사명감까지 느꼈으나, 나의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짓이다. 그저 나의 위치에서 조용히 응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클레멘트 코스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날이 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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