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뭐랄까, 이 책은 진흙 속에서 찾은 진주 같았다고나 할까? 중앙공원에서 벼룩시장을 하는데 꼬마 아이가, 책을 여러 권 팔고 있었다. 오래된 책 한 권이 눈에 띄어 보니 제목도 작가도 내겐 생소했다. (이렇게 유명한 책인줄 몰랐던 거다 -_-) 다만 역자인 신영복 선생님을 믿고, 또 함께 있던 지현선생님의 추천을 믿고 산 책, 아니다, 사려고 했다가 선물 받은 책이다

책값은 단돈 500원

책꽂이에 꽂아놓고 시간이 없어 계속 읽지 못하다가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 이 책을 들었다. 책을 펴는 순간부터 빨려 들어가는 스토리 전개- 정말 잘쓴 소설이었던 거다 . 의외의 수확에 정말 감동하며 모처럼 즐거운 독서를~ 

표지에는 작가인 다이호우잉을 '중국 현대 휴머니즘 문학의 기수'라고 표현했다. '휴머니즘 문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또 '사람아 아 사람아!'라는 제목에 부응하게 이 책은 철저하게 사람에 대한 책이다. 표면적인 주인공은 호 젠후, 그리고 손 유에. 이들은 문화혁명시기로 대표되는 중국의 한 시기를 살아오면서 사상을 믿고, 이념을 믿었던, 하지만 그러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은 표현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호 젠후와 손 유에의 사랑 이야기는 이 소설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축이지만 사실 이 책은 이 두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각각 이 시기를 다른 방법으로 살아온 11명의 사람들이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완벽한 이상에 젖었던 사람, 그 이상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 그 이상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그 세대가 겪었던 것들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각오로 살아가는 패기넘치는 젊은이, 그런 것과 전혀 상관 없었지만  그로 인해 삶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소시민까지- 이 사람들은 이 시기의 중국을 살아온 사람들의 전형이다

내가 산 중고책의 원주인이었던 사람도 중문과라고 쓰여져 있는데, 아마 수업의 교재로 이 책을 활용했던 것 같다. 그 시대, 그리고 그 때 그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손 유에라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녀와 함께한 결혼 생활을 그녀의 전 남편인 자오 젠 호안이 되새기는 모습을 보며

옛날처럼 그녀와 나란히 강가나 거리를 거닐며, 이상을 논하고,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며, 신문에 실린 뉴스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고 사랑과 증오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으아- 이거 완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인데' 이렇게 책 옆에 적어놨다는 ㅋ

 
그녀의 유고 시집인 연인아 연인아, 그리고 그녀와 남편의 이야기를 적은, 그러나 지금은 절판되어 버린 시인의 죽음까지 힘들게 찾아서 구매했을 정도로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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