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높거나 절대적으로 낮은 자존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강의 시간에, 높은 자존감이란 ‘착한 지도교수’나 ‘부모의 손이 필요 없는 아이’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허상입니다.
최근에는 상태 자존감 state self-estee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자기가치감을 뜻합니다. 또한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유동적인 자존감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지각하는’ 자존감, 자기가치감이 낮을수록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경향성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새삼 돌아보면, 자존감 문제는 우리의 인격적 성숙도나 사회적・직업적 성취도가 한결같이 절대적으로 낮아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자신의 성취를 얕잡아보고 스스로를 하대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들이밀지 않을 엄하고 모진 잣대로 자기평가 self-rating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