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나. 궁금한 게 참 많은데 검색 양식도 정해져 있다. ‘○○ 부작용’ 이런 식. 호기심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 느낀다. 방금 ‘호기심 부작용’에 대해서도 검색했다. 모든 상황의 최악을 찾아내 발판처럼 깔아둔다.

좀 황당하지만 당시엔 비교군이 무려 런던이었다. 런던도 가는데 일산은 뭐,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야 런던보다 일산이 더 멀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그 우연과 마주해야만 진짜 내 노래가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다. 노래가 나오면 얼른 녹음 버튼을 눌렀고, 그렇게 녹음된 테이프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노래와 노래 사이, 버튼을 누르고 또 눌렀을 기다림까지 놓치지 않고 읽어냈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노래 자체보다도 그 노래를 채집통 안에 담기 위해 바빴을 마음을 생각하면 더 황홀해지는 사람.

EBS 방송센터 로비에 서서 가방을 뒤적뒤적할 때마다 나는 어부의 심정이 된다. 바다에 던져둔 그물을 끌어 올릴 때랑 좀 비슷하달까. 단지 가방에서 출입증 하나를 꺼내려고 했을 뿐인데 미역도 딸려오고 다시마도 딸려오는 느낌이다

오늘은 어떨까? 지금은 무릎 위에 얌전히 놓인 가방 속으로 손을 넣어본다. 출입증을 들어 올리면 뭐가 따라 나올까? 돌잡이 이벤트 느낌도 나고 얼마나 기대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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