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는 어떤 행위든 간에 배경이 장려하고 대의가 숭고하기만 하다면 지지자가 있을 것이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결투 장소가 더 아름다워지고 권총이 더 멋있게 만들어지면서 잘난 남자들은 점점 더 사소하고 하찮은 모욕에도 자신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흔쾌히 나서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결투가 큰 죄?배반, 반역, 간통 따위?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되었다면, 1900년 무렵에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결투의 이유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모자를 삐딱하게 썼다거나 계속 째려보았다거나 쉼표의 위치가 틀렸다거나 하는 이유로도 결투가 벌어졌다.

잘 정립된 옛 결투 규약에는 모욕한 사람과 모욕받은 사람이 총을 쏘기 전에 걸어가는 걸음의 수는 모욕의 강도에 반비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즉, 가장 심한 모욕의 경우에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절대 살아서 결투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가장 적게 걸어가서 쏘는 결투로 끝장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흠, 그렇다고 한다면…… 백작은 생각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적어도 만 걸음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결투를 벌여야 하리라. 다음과 같은 방법은 어떨까. 누가 장갑을 내던져서 입회인을 지정하고 무기를 선택한다. 모욕한 사람은 미국행 배를 타야 하고, 모욕받은 사람은 일본행 배를 탄다. 각 나라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각자 가장 좋은 외투를 입고 각자의 건널 판자를 내려가서 부두에서 몸을 돌려 총을 쏠 수도 있으리라.

"공주가 대장장이의 아들하고 결혼했나요?"

"대장장이의 아들하고 결혼했느냐고! 어이구. 물론 안 했지. 차를 마시고 나서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단다."

니나는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아이는 공주가 대장장이 아들과 결혼하는 것이 한결 어울리는 결론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역사의 단점에도 아이는 고개를 끄덕여서 백작이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