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답게 2권 읽었다. (자랑이냐)

그런데 두 권 다 진짜 너무 좋은 책들이었다. (자랑이다.)




















007.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김원영


작년에 산 책인데, 사내 책모임 도서로 선정되어 이번에야 읽었다. 저자인 김원영은 변호사이고, 연극 배우이고, 1급 지체장애인으로 휠체어가 없이는 생활이 불가하다. 이 책은 wrong life 소송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기가 태어났으니 손해를 끼쳤다며 산부인과 의사에게 거는 소송이다. wrong life 소송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아이러니하고 슬픈 말이 또 있을까. 세상을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wrong life 로 삶이 단정되어 버리다니... (하지만 법원은 차마 장애를 손해라고 판단하지 못했다고 한다.)

* 여담이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김초엽의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엔 자신과 같은 유전병을 가진 아이를 임신한 것을 배아 단계에서 알게 된 산모가 그 아이를 버리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아이를 그 이유로 버린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태어날 가치가 없는 삶이었다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후에 김초엽과 김원영이 시사인에 장애를 주제로 한 사이보그가 되다, 라는 칼럼을 연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역시 올해 출간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을 당시에는 그녀에게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터라, 김원영의 wrong life 소송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김초엽이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또한 알게 되며, 저 소설의 저 부분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었다.

이 책이 내게 신선했던 건, 나는 현재까지는 장애인의 입장에 서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이 외치는 차별의 경험에 대해 절절하게 공감할 수 없듯, 나 역시 이 한 권의 책을 읽은 것만으로 그가 살아온 삶을 이해했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문제엔 정말 무심했던 나 자신을, 산전 기형아 검사 때 딜레마에 빠졌던 나 자신을(이 아이에게 혹시 기형이나 장애가 있다면 낳을 수 있겠어?), 살면서 단 한 번의 장애인 친구도 가져본 적이 없는 나 자신을 볼 수는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의 장애인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건, 내가 그들을 내 삶에서 배제해왔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그들이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난 달 읽었던 이슬아의 책이 떠올랐는데, 그녀가 중학교 때 장애가 있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졌던 달레마에 대한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장애 수준도 아니고 그저 조금 뒤쳐지는 정도의 친구가 나에게 접근만 해도 매우 난감해했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장애가 있던 부부에게 내가 가졌던 편견도 잊혀지지 않는다. 적당한 친절은 베풀되 거리감을 두고 삶으로 들이지 않는 것, 이것이 내가 취한 소셜 스탠스였던 것 같다.

김원영은 장애인들의 매력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울 기회를 평등하게 부여 받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평가할 때, 외모에 의해서만 평가하지 않고, 같이 충분히 보낸 시간을 통해 총체적으로 보여지는 그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듯,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같은 기회를 갖고 싶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조차 박탈되어 있다는 것. 게다가 장애를 가진 이들조차 본인이 태어날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항변하고 증명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그 장애를 가진 자신을 돌보고 보듬을 겨를이 없다는 것.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라는 마지막 부분의 그의 선언은 울림이 너무 커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는데, 이것은 이 선언이 그냥 허공에 외치는 울림이 아니라, 그가 40여년을 통과해 온 그의 모든 삶으로 외치는 선언이라는 절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원래 이렇게 길게 쓰는 코너가 아닌데 이 책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아 길어지고 말았네.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을 읽고 김원영이라는 인간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충분히 시간을 들어 그의 말을 들으니(그에게 아름다울 기회를 보장하니) 그의 매력이 어마어마하게 다가온 것이다. 그의 말이 옳았다.

마지막으로 동료의 농담을 전한다. 이 책이 S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아마도 제목이 “나는 바퀴 대신 희망을 굴린다” 였을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공감되서 막 웃었다.






















008. 깨끗한 존경 / 이슬아


위에 김원영의 책을 읽으며 이슬아의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독서 모임에서 동료가 이슬아의 원하는 이에게 빌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 책에 이슬아가 김원영을 인터뷰한 게 실렸어요.” 라고. 아. 이쯤 되면 나의 촉 무엇? 김초엽을 생각했는데 둘이 릴레이 칼럼 쓰고 있었고, 이슬아 생각했는데 둘이 인터뷰를 했네. (자리 깔아야 하나...)


이슬아를 좋아했지만 이 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은 일간 이슬아에 실렸던 인터뷰를 모은 책인데, 4명의 인터뷰이를 내가 잘 모르거나, 별 관심이 없거나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원영이 있었고(관심이 생겼고), 그를 계기로 다른 저자들의 인터뷰도 읽어봤는데 하나같이 너무 좋았다. 정혜윤이 전하는 세월호 유족들의 이야기도, 김한민이 말히는 비건의 삶도, 그를 대하고 전하는 이슬아의 말도 너무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유진목의 인터뷰가 너무 좋아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은 유진목의 책을 읽고 있다네 - 역시나 너무 좋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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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20-05-1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것부터는 진짜 짧게 써야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