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일은 시간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세간살이는 집의 한구석을 점유했던 시간의 이미지이다. 그 시간들은 따뜻하기보다 사소하게 수치스럽고 덧없으며 때로 히스테릭하다. 사물들은 그 시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게 만들며, 그 시간 앞에서 어떤 허세도 망각도 기만적인 것임을 알게 한다. 물건들을 견딘다는 것은 한때 부풀어 올랐다가 꺼져버린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받아들이는 일이다. 사물들의 배후에 있는 것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비밀이다. 버리기 쉬운 것들은 옅은 비밀을 간직한 것들이며, 깊고 무거운 비밀을 보유한 물건들은 그만큼 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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