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일스라는 서점에 갔었는데 입구 쪽 전시대에 진열되어 있는 책이 전부 하루끼였다. 몇 칠 전에는 스티브 잡스 책과 반분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2. 처칠네 집에 다녀 왔다. 처칠네 가는 도로변의 아름다운 단풍들이 무척 아름다왔다. 처칠네 정원을 작은 식물원처럼 꾸며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서 딴 사과같은 것을 팔기도 한다. 처칠은 영국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의 집은 영국보다는 그 동네의 지역성과 더 밀착되어 있었다. 그런 점이 좋았다.

3. 요즘 영국 하늘엔 언제나 낮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4시면 어두워 진다. 책을 읽고 공부하기에 더 할 나위없이 좋은 계절이다.

4. 나는 요즘 백열과 같이 작렬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좀 찔린다. 이곳 저곳 잘도 돌아다니고 딴 짓도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딴짓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내 머리 속은 럿셀과 비트겐쉬타인의 것이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5. 비트겐쉬타인의 노트북을 다 읽었다. 후반부를 읽으면서 경악을 했다. 쇼펜하우어에게서 받은 영향이 너무도 명백해지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웃기로 했다. 이 노트북을 처음 읽은 비트겐쉬타인 학자들은 얼마나 기절초풍했을 것인가를 상상해 보면 그냥 웃기다.

6. 나는 럿셀의 판단 이론을 추적하다가 이 노트북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이 노트북을 읽기 전까지 비트겐쉬타인에 대해 갖고 있던 관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나는 노트북을 읽으면서 "어이, 비트, 그만, 그만하라구!" 이런 소리를 속으로 지껄여 댔었다. 나는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 없다. 오해한 건 나니까. 암튼 비트는 친절하여 이런 조언을 해주더라.

"Don't worry about what you have already written. Just keep on beginning to think afresh as if nothing at all had happened yet.

댓글(4)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1-11-22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1-11-22 22:40   좋아요 0 | URL
비트겐쉬타인의 노트북은 "NOTEBOOKS 1914 ~ 1916"이란 이름으로 나와 있는데 알라딘 등에서 외서로 구입가능할 것 같습니다.

논고 후반부 5.621의 "The world and life are one." 그리고 5.63의 "I am my world.(The microcosm)." 같은 말들은 쇼펜하우어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죠. 그런데 노트북에 보면,
"The thinking subject is surely mere illusion. But the willing subject exists." 같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는 말들이 나옵니다.

또 찾아보면 "The life of knowledge is the life that is happy in spite of the misery of the world." 같은 말 등등...

최근에 구입한 앤스콤의 논고 입문서를 보면(앤스콤은 비트겐쉬타인의 학생이었죠) 비트겐쉬타인 철학의 근원을 조사하려면 반드시 쇼펜하우어를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하네요.

(보셨다시피 저는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주제지요?^^ 저는 비트겐쉬타인이 럿셀의 영향을 벗어나 자기 자신의 철학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그 철학적 정체성의 한 부분이 쇼펜하우어적인 사상인 것 같고, 그렇게 분기하게 된 한 계기가 럿셀의 판단 이론인 것 같더라구요. 지금 그걸 공부하고 있답니다.^^

2011-11-23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1-11-23 18:55   좋아요 0 | URL
지금 알라딘에서 이영철 옮김 선집 보고 왔는데 노트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노트북은, 말하자면 논고를 위한 사색 노트라 단편적이고 과도기적입니다. 선집에 넣을 만한 작품은 아닐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올리는 철학 관련 포스팅들을 즐겨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 사실이 제게는 무척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제 스스로는 제가 선무당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죠.^^
 


위에 걸어놓은 동영상은 커플링이란 영국 드라마의 에피소드의 한 부분이다. 영국판 프렌즈라고 보면 된다. +19판 프렌즈.^^

주로 대사로 웃긴다. 한국의 3류 에로 영화를 깔끔하게 포장해 내놓았다고 보면 될 듯 하다. 깔끔하지만 코드는 같다. 어쨌든 웃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11-05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역시 무대가 카페가 아니라 펍 이군요 ^^
올려주신 부분만 봐서는, 글쎄요, 꼭 19금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weekly 2011-11-08 18:18   좋아요 0 | URL
^^ 기분 전환하는 데는 최고지요. 배우들도 다 멋지고~ 특히 마지막 부분 보면서 계속 킥킥거리게 되더라구요.^^
 

내가 현재 몰두하고 있는 문제는 럿셀의 판단 이론에 관한 것이다. 럿셀과 비트겐쉬타인이 취하고 있는 방법의 차이가 재미있다.

럿셀은 제한 사항을 계속 부가하여 제기된 반론을 피하려 한다. 반면 비트겐쉬타인은 그러한 제한 사항을 필요로 하는 근본 조건들을 문제 삼는다. 즉,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 한다.

여기까지가 오늘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 비트겐쉬타인은 어떤 근본 조건을 만들어 내었는가 하는 이야기는... 먼 훗날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아직도 럿셀의 책 제4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갖고 안달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다행이 제4장에서 제기된 문제가, 심오한 것은 아닐지라도 흥미로운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문제 자체에서가 아니라 문제가 드러내고 있는 국면에 있어서 그렇다. -내가 말할 수 있는 한도는 현재 여기까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 잠깐 포일즈라는 런던 시내에 있는 커다란 서점에 다녀왔다. 입구 가까운 쪽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스티브 잡스의 책과 하루끼의 책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철학 서가쪽으로 가 보았다. 나의 주제는 이제 매우 구체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은 더 늘어나 있었다. 아니, 이게 당연한 일인 걸까? 난 모른다. 서점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언제나 나의 무능과 게으름뿐이다.

조급한 마음을 담은 채 서점을 나섰다. 지하철 연결 통로를 지난다. 기타 연주 소리가 들린다. 록 스케일을 연습하는 듯 했다. 그제는 블루스를 연주해 주었는데 말이다. 아이 아빠가 연주자에게 갖다주라며 다섯 살도 채 안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동전을 쥐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었다. 그래, 블루스를 연주하라고. 이 계절은, 이 도시는 지금 블루스를 원하다구. 늙었다. 젠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