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1.
민음사에서 예쁜 책을 만들었다.
표지도 예쁘고 작은 삽화도 인상적이다.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처음인대 세련된 문체가 너무 화려해 살짝 부담스러웠다.
얼마전에 읽다가 포기한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이 생각났다.
인물, 사물들의 입을 옮겨다니며 전개되는 방식도 비슷하고
문장이 현란하여 내취향은 아니고 오히려 거추장 스러운데

지금 그녀는 겉옷 치마 속에 호색적인 가면을 숨기고, 몬테피오레 너머 들판을 가로질러 몰래 달려가는 악마다. 발뒤꿈치에서 피가 끓어오르는것 같아 달려야 했다.

백설공주를 죽이기위해 몰래 분장을 하고 들판을 달려가는 루크레치아
발뒤꿈치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분노와 열망과 갈증
거친숨을 토해내며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자락, 움켜쥐고
들판을 달리는 그녀가 울고 있다.  
 

2.
백설공주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누이동생 루크레치아를 중심으로 재생했다.
교황의 서자로 태어나 권력을 위한 욕망을 부끄러움 없이 끝까지 밀고간 남매는 매력적이다.  
그 성격을 빌려왔을뿐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순결한 백설공주보다 욕망에 솔직해 탐욕스런 루크레치아가 더 아름답다.
중세시절 자기욕망에 충실한 여자는 아마도 마녀였겠지. 지금도 그렇다오. 
거울을 통해 욕망을 확인하는 마녀 루크레치아를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가 막상
마무리는 전통적으로 해버린다. 그러니 싱겁다.
왜 예외없이 늘 멍청하고 순결한 백설공주가 예뻐야 하는 거냐고.

또한 가지 늘 궁금했던 것은 
콩쥐, 신데렐라, 백설공주가 계모에게 아동학대 당할때 그녀들의 아빠는 어디서 몰할까 였다.
음---,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그런대 부재도 무능이다.
실제 역사는 늘 남자들의 욕망으로 움직였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욕망은 늘 여자들 것이고, 그녀들은 마녀다.
그러니 남자는 없다. 마녀를 막지못하니 있어도 무능할 밖에.  


마키아벨리의 친구였다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체사레 보르자가 생각보다 더 악명이 높고, 매력적인 듯이 보인다.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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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특급 살인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3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0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1.
마술이 응용과학으로 현실에 사용되는 상상의 세계가 어째서 이렇게 리얼한 걸까. 재밌다.
다아시경 씨리즈의 마지막인데 가장 재밌다.
랜달 개릿이 병에 걸리지 않고 계속 집필했더라면 몇편이든 더 나왔을텐대. 아쉬워라. 
 

2.
랜달 개릿의 현명함은 소설의 분량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나폴리특급살인 이나 입스위치의 비밀은 플롯을 좀더 정교하고 맞추고 몇몇 에피소드를 배치하면
충분히 장편소설 분량으로 써낼수 있을듯이 보인다.
그렇게 길게 했다가 실수한 것이 마술사가 너무 많다이다.
딱한번의 경험으로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적절한 분량을 조절하면서 대신 각각의 단편들안에
서로 연관을 준다. 이것이 랜달 개릿에게는 더 안전하고 재밌었던 셈이다.

가장 큰 장점은 개성적인 캐릭터
다이시경 뿐 아니라 마스터 숀을 다시 보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니 눈물도 찔끔 나려한다.
더욱이 몇장면 등장하지도 않으면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세르카 요원 055번 올가의 매력이라니
랜달 개릿이 써내지 못했지만 구상한 다음 작품중에
분명 올가의 스토리가 있었을 거라는 것으로 내기를 할수도 있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를 변주한 마술사가 너무 많다 보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변주한 나폴리 특급살인이 더 재밌다.
막힘없는 스토리로 원숙한 랜달 개릿이 마스터가 되어 가고 있던 참이었다.


작업중인 마술사를 방해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요 문장을 그리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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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강지영 지음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한국 현대소설 잘 안읽는 편이다.
현실을 다루는 시각의 편협함이 자폐증 수준이라고 나는 느꼈었다.

성찰없이 도식화되어 그려진 삶은 재미없거나
골방에 저 혼자 앉아 아프다고 징징대는 느낌 
양쪽이 다 어설프고 가난하더라.

심지어 요즘은 한심하기 짝이없는 명바기 일당 보기 싫어 뉴스도 안보는 마음이 더해저
소설을 보며 쉬는 시간에 굳이 우리나라 현실은 외면하고 싶다.

무거운 현실을 벗어난 혹은 이데올로기의 과잉에서 자유로운 작품들이 그래서 반갑다.
이제 젊은 친구들은 그래도 된다.
우리는 그럴수 없었거든.
폭력에 노출된 우리의 상상은 잿빛 현실에 가위눌렸거든.

발랄한 젊은 친구들이 좋다.


2.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렇게 경쾌한 상상의 말랑말랑한 소설이 있었네. 몰랐어.
살인사건이 나오지만 순하고 착하다.
함복배와 연지 박연을 비롯해 인물들이 생생하고
스토리의 치밀함이 아니라 현실감 있고 재치있는 에피소드들로 승부한다.
조선시대 옷을 입은 현대적인 미스터리 멜로 사극

한나절 가볍게 웃으며 소일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막말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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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얼마전에 본 링컨차가 워낙 재밌길래 초기 작품도 빌려왔다.
사실 링컨차를 보기 전에는 표지도 그렇고 '자살노트를 쓰는 살인자' 라는 제목도 그렇고
무섭다는 리뷰들도 있어서 딱히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마이클 코넬리를 믿고 빌려왔다.

물론, 재밌다.


2.
책의 내용이 포함된 스티븐 킹의 서문을 작품앞에 배치 한 출판사에 짜증난다.
유명한 작가가 시인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고 싶지 않다.
그냥 마이클 코넬리가 쓴 시인을 즐기면된다.
스티븐 킹의 추천이 있거나 말거나 마이클 코넬리는 재밌다.
굳이 킹의 추천을 알려주고 싶으면 작품 뒤에 배치하든지.
킹의 명성에 코넬리를 업으려는 듯한 이런배치 재미없다.


3.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리얼하게 사건을 몰아가다가
FBI 팀이 나올때는 인물들이 생생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를 넘어 긴장이 고조된다.
남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고 표현하던데 나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가끔 책을 덮고
뭐, 이런, 이건 소설이라구. 현실이 아니라구.
숨을 몰아 쉬었다.
영리한 마이클, 사람이 어떤상황에서 긴장하는지 잘안다.

어둡다. 특히 시인의 마음을 따라갈때 토할것 같기도 하지만, 다행이 잠깐이다.
딱 요만큼이 흥미를 느끼면 참을 수 있는 어두운 역겨움인것 같다.
가해를 즐기는 자의 뒤틀린 마음, 그런것들 말이다.
그런 마음을 설명하는것에 더 많은 페이지를 쓰면 아마 나는 책을 덮을거다.

영리한 마이클은 여기서도 그런 경계를 잘 아는 셈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스토리를 53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각각의 짧은 장들로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형식은
이미 초반의 작품부터 코넬리가 즐겨쓰는 형식이었는 갑다.
요런 형식이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어두운 것보다는 경쾌한 쪽이 좋고
트릭, 퍼즐의 난해함 보다는 스토리의 플룻과 개성적인 인물들을 좋아하는데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재미있다.
이름만으로 신뢰할수 있는 작가를 만나는것은 배부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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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대통령 길들이기 - 삼류정치에 우아하게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마이클 무어 지음, 최지향 옮김 / 걷는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1.
코메디 같은 대통령때문에 비극적인 현실을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이클 무어의 제안
그의 다큐만큼 명쾌하고 거침없어 시원하다.

선거를 통해, 한표행사 하는것으로 세상이 바뀔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이클이
순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세상은 바뀌게 되어있다. 한때는 노예를 착취하는것이 당연한 시절이 있었고. 여성이 참정권을 요구하는 게 범죄이던 시절이 있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여러분 곁에는 내가 있고 내 곁에는 여러분이 있다.

이런 낙관에 근거한 씩씩함과 가벼움이 그의 힘이다.
왜 정치는 무거워야 한단 말인가. 누구 좋으라고.

잘사는 것들만 더 잘살게 하기 위한 공화당의 집권을 바꾸지 못해 무겁지만
그로인해 전쟁과 가난이 판을 치지만 포기하지 말자고
까잇거, 한번해보고 안돼면 또하지 뭐.
쉽게 포기하지 않는 씩씩함이고 가벼움이고 낙관이다.


2.
미국 정치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매우 쉽게 알려준다.
마이클 무어의 인식과 말투는 상식적이고 가끔 보수적인 평범한 미국 사람들의 수준에서 출발한다.
논리적인 정연함은 떨어지지만 실사구시의 현명함은 떨어지지 않는다.
현실을 분석할 때는 과거로부터 밝히고 구체적인 통계도 자주 인용한다.
매우 감정적인듯이 보이지만 실은 매우 냉철하다는 말이다.
어렵지 않고, 잘난척하지 않으며 평범한 말로 알아들을수 있게 주장을 할 줄 아는것은 장점이다.

냄새나는 상류정치 따위는 하수구에 처박아버리자고 선동하며 
마이클 무어의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이렇게 바뀐다. 10대공약이 멋지다.
이런 나라 마음에 드네.

전쟁없고, 무상의료, 무상교육뿐 아니라
저렴하게 영화를 즐기기위해 음료수와 팝콤 콤보가 반값에 케이블 TV가 무료인 나라.
공공의 서비스와 사회보장의 수준을 높이는 사회에 대한 그림이 재밌다.
쇼처럼 신나고 재밌게, 포기하지 말고, 정치에 개입하자고 수다떤다.

미국이 언젠가는 정말 이렇게 변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할수 있다니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낙관적인 미래를 그릴 줄 아는 이 사람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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