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지 그림자 : 심연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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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만큼 자극적이지 않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아나의 고정한계를 하나씩 실험하고 넘는 과정이라면

심연편은 그레이의 고정한계는 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레이의 세계. 그녀를 통제하고 명령하고 싶은 세계를 탐험하던 아나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떠난다.

심연편에서 그레이는 아나를 찾아와 항복한다.

더이상 자신의세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명령으로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요트, 피아노, 당구대, 엘리베이터

매우 다채로운 사랑놀음이 있으나 자극적이지 않다.

제임스는 매우 똑똑한 작가다. 우연은 하나도 없다.

소품과 스토리와 캐릭터를 모두 고려하며 배치한다.

 

제임스의 가장 큰 공은 여성의 눈으로 섹스를 즐기는 작품을 창조한 것이 아닐까.

여성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감성에 맞춘 섹스에 대한 표현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백미는 밀당이다.  

 

사실 내 감성에 사드는 참 역겨울 뿐 아니라 쪼잔한 남자가 구질구질하다는 느낌이었다.

그가 즐기는 가학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여 마지막에 죽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종일관 소통하지 않는것이 더 문제다.

심지어 사드는 스스로도 자기가 원하는것이 뭔지 모르는 것 처럼 느껴진다.  

5살짜리 아이의 정신으로 어른의 몸이 되어 신체를 학대하는 짓을 보는 것은 즐겁지 않다.

한사람 마음대로 하면 절대 안되는 것이 사랑이고 섹스거든.

 

한편 그 유명한 폴린레아주의 O이야기는 작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남성의 욕망에 맞춘다.

뭐랄까. 정말 이런 일들이 있을까, 싶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면은 있지만

일방적으로 그의 욕망에 맞추는 그녀를 보는 것은 안스럽다.

그의 욕망을 위해 그녀가 노예가 되어 무조건 맞춰주는것, 은 사실 남자들의 욕망이거든.

 

밀당이 중요한 이유는 밀당은 소통이고 욕망에 대한 존중이고, 설레임이기 때문이다.

그, 혹은 그녀의 손에 채찍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밀당이고 소통이고 욕망에 대한 존중이고 설레임이 되어야 하는것이다.

제임스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영리하게 구성한다. 그래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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