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야수 블랙 캣(Black Cat) 24
마거릿 밀러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1. 

블랙 캣 시리즈를 좋아한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C.J 샌섬. 블랙캣을 통해 알게된 대가들이다. 

요즘은 북유럽 작품들도 가끔 소개되지만 헤닝 망켈 다음으로 블랙 캣을 통해 인드리다손을 보았고 

미국과 일본 일색인 출판시장에 영국과 북유럽을 알려준 시리즈로 나는 기억한다. 


캐나다는 유럽 감성이 강하다. 

마거릿 밀러가 남편 로스 맥도널드 보다 먼저 미스터리 소설가로 데뷔하여 인정받았다더니, 

재밌네. 

캐릭터가 선명해서 저절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2.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아 그냥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재산이 늘어나는 헬렌

그녀는 삶의 일상적인 감각을 잃었다. 

중년여성처럼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싸구려 호텔에서 은둔한 채 살아간다. 

그녀가 사건을 의뢰한 블랙쉬어는 은퇴 직전의 시니컬한 투자상담가

헬렌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동정심이 일어,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핑계로 그녀의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스릴러의 탐정처럼 거리를 쏘다니며 사건을 추적한다. 그는 이 일이 재밌는 것 같다. 


소설의 시작이 낯선여자가 헬렌에게 전화해서 협박하는 장면이다. 

도대체 이 미친여자는 뭐고, 수정구슬은 또 뭐니. 

궁금해 하며 블랙쉬어를 따라 쫓아 다니다 에블린의 정체가 확인되면 일단 한번 놀란다. 

이제부터는 헬렌이 뭘 잊고 사는 것이고, 에블린은 왜 복수의 화신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다시한번 헬렌과 에블린의 관계를 알게 된 순간 

헬렌이 사는 싸구려 모텔은 은둔처 일 뿐 아니라 헬렌이 스스로 세상과 단절시킨 감옥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스스로 만든 그 고립의 상태가 또한 얼마나 허술한지 알게된다. 

중요한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


에블린은 매우 독특한 설정이다. 

그녀의 사악한 이중인격의 핵심은 증오와 복수심에 가득해서 사람들을 이간질 시킨다는 것.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를 넘어 내 정체성이 나를 공격한다. 

에블린의 파괴력은 그녀가 일말의 진실을 말한다는 것. 

우리 모두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을 외면하는것, 그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에블린의 수정구슬이다. 

다면적인 인물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할 뿐 아니라, 에블린 캐릭터는 막무가내로 독특하고 악의적인 아우라가 넘친다. 


사람의 약점을 찾아 꿰뚤어보고 협박하는 에블린의 수정구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순간 

아니 그 수정구슬이 무엇인지, 설마, 설마 하며 짐작하는 순간부터, 반전의 마지막을 확인하며 소름끼친다.

내 안의 야수, 라는 제목이 갑자기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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