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벽 1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1. 

얼마전 알라딘을 통해 망켈의 죽음을 알았다. 

최근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느라, 망켈스럽지 않게, 스토리와 무관하게 장황해 지기도 하고 

불안한 남자는 뭐랄까. 마지막 발란더로 독자들에게 미리 안녕을 고하는 느낌이었고 

깜빡깜빡하는 기억과 말을 듣지 않는 몸과, 빛바랜 추억 조차 피곤한, 그래서 미리 슬펐었지. 


빨간리본은 그래서인지, 너무 많은 것을 쓰려다가 엉켜버린 느낌이었다. 

망켈이 살아낸 20세기 혁명과 냉전에 대한 추억, 젊은날 가슴 뛰던 정의에 대해 웃으며 회고하는것만 분명해 보였다. 

그때 그렇게도 순진하게 바라던 정의가, 현실에서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 충분히 숙고하지 못해 마무리가 이상했다고 생각해. 


한번도 본적 없는, 더 산다해도 우리가 만나서 대화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한번도 본적 없는 이방의 노인에게 가까운 친구같은 애정을 나는 갖고 있다. 


망켈의 죽음을 다시한번 애도하며 서론이 길었다. 

적어도 발란더형사시리즈 만큼은 모두 번역되어 출판되길 간절히 바란다, 라는 말을 쓰기 위해. 



2. 

리드베르와 아버지와 스베드베리가 죽은후 

패스트푸드를 줄이고 정기적으로 산책을 하며 혈당치를 낮추고 체중을 중려가는 

50대에 접어든 발란더다. 

특히 스베드베리의 죽음 이후 발란더의 팀은 유능함이 사라진것은 아니지만 우울하고 뭔가가 허전하다. 

수사회의를 위해 모인 테이블에 스베드베리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 나에게 까지 안타깝게 전해진다.  


황량한 해변에 너무 오래 오물러선 안된다. 특히 가을에는. 자칫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웠다. 

발란더는 우울증에 걸려 황량했던 시절의 기억조차 두렵다. 

여전히 우울해 보이고, 예전보다 느리지만 차분해졌고, 동정심은 여전하다. 그리고 여전히 일중독 


스웨덴. 북유럽에서 만난 최초의 형사 발란더가 얼마나 쇼크였던지. 

경찰이 이렇게 유능하고 착할 수 있다니. 

이런 경찰이 실제로 스웨덴에 없더라도. 이런 경찰을 상상할 수 있는 스웨덴 사람들이 그때부터 지금도, 부럽다. 



3. 

18살 스테판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첫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같은 서사. 


한밤중에 산책하다 은행 씨디기 앞에서 심장아 멈춰 죽은 남자 

택시기사를 망치로 때리고 칼로 찔러죽인 십대 여자아이들 

이 두 사건은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여전이 인상적인것은 발란더와 그의 동료들, 마틴손과 한손, 회그룬트의 수사회의다. 

사건을 정리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의 방향을 정하고 역할을 분담한다. 

각자 나누어 추적하고 다시 모여서 다시 반복한다. 


나는 대한민국 경찰이 저런 회의를 할 거라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들지 않는다. 

시위하러 모인 국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 죽일 줄은 알아도,

대한민국 경찰이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할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발란더와 그의 동료들을 보며 즐겼다. 

여전히, 늘 그랬듯이 우울한 발란더와 무뚝뚝하지만 유능한 뉘베리, 뛰어난 참모 마틴손이다. 


그리워질꺼야. 망켈. 오래오래. 그리울 거다. 헤닝 망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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