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살인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1. 

일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다가 한명이 독살당했다. 

그런 상황에 비해 무겁지도 어둡지도 않아, 가벼우니 좋구나 생각하며 읽다가 

형사 교조가 가정부 사유리를 만나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 

"응?......아! 아아, 자, 자, 여기, 여여여여기.....여기에 앉으세요."


가족들이 모두 용의자이기 때문에 의례 그렇듯이 한명씩 차례차례 어깨에 힘 꽉주고 심각하게 인터뷰하다가 

사유리 등장하는 순간, 눈이 번쩍 커지더니 바보로 변신 해주신다. 

교조는 보호본능을 자극받았다. 세상의 추한 현실에서 사유리를 멀리 떼어놓고 싶었다. 누군가가 사유리를 지켜주어야 한다. 힘이 될 만한 누군가가..... 나 밖에 없다.....

택도없이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교조형사 되시겠다. 

현실에서 이런 경찰을 본다면 한심해서 한대 패주고 싶겠지만 

보통 추리소설의 경찰들은 유능하든, 모질라든 모두 진지하고 심각한 사람들인데 

교조의 가벼움이 독특하다. 



2. 

가벼운건 좋은데, 너무 어설퍼. 

2월에 최초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일가족이 차례차례 모두 죽는데 

12월 교조가 추리소설 매니아인 두 동생에게 사건 설명을 해주니 

동생 신지는 죽은 일가족의 재정상태를 조사해보라고 조언한다. 

헐, 뭐니. 

일가족 연쇄살인이 아니더라도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그의 죽음으로 누가 유산을 상속받는지

가족들의 재정사태가 어떤지를 조사하는건 기본이잖아. 

경찰이 열달이 넘도록 뭐하느라고 기본도 안하고, 추리소설 매니아 씩이나 되는 동생에게 충고를 듣는지 

추리가 시종일관 장난인 신지와 이치오를 읽다가 요 대목에 이르니 헛김이 빠진다. 

심심풀이 땅콩도 아니고. 

살인사건으로 죽음에 대한 통찰을 할 필요는 없다해도 

살이사건처럼 취급은 해줘야지. 너무 게임으로 취급하니까, 실감이 떨어진다고. 


왜 제목이 0의살인 인지도 알겠는데 

신지와 이치오가 즐겨쓰는 표현처럼 이런식의 마무리는 반칙이다. 


그래도 뭐. 휴일 오후. 쇼파에 누워 한손으로 텔레비젼 리모콘 돌리며 휘리리릭 읽기에는 좋다. 



3. 

작가를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쓴 작가가 쓴 것이라니. 

몇년전 너무 잔인하고 토할것 같아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입안에서 비린내가 나서 중간쯤 읽다가 포기하고 책을 덮으며

아비코 다케마루, 이 작가의 작품은 다시는 보지 말아야 겠다, 했었는데 

작가 이름도 까먹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사전지식없이 빌려와 읽었는데, 놀랍다.

어떻게 같은 작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작품을 쓸 수 있는걸까. 


이번에는 코믹하고 경쾌한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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