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을유세계문학전집 71
알라 알아스와니 지음, 김능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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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라는 이집트과 시카고, 두개의 조국을 갖은듯이 보인다. 모두 사랑한다. 

오래간만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깊은 낙관적인 소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 졌다. 


강대국 미국 앞에선 식민지 이집트 지식인들의 정신분열도 

누구보다 완고한 이집트인이지만, 기를 쓰고 노력해 미국인으로 성공해 이집트를 경멸하는 사비트와

이국땅 시카고에서 품위있게 성공했지만 예순이 넘어 결국 이집트에 대한 향수병이 걸린 무함마드 

미국을 찬양하고 부러워하고 경멸하고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식민지 청년의 순진함과 교활함 

그 모든 애증에 대해   

또다른 동방의 식민지 한반도의 여성이 읽어도 너무나 잘 공감이 된다. 


사실 이슬람, 이집트는 잘 모르는 동네다. 

먼 옛날 피라미드를 건축할 만큼 앞선 수학적 재능과 

노동력을 응집시킬수 있는 중앙집권의 힘이 있던 이집트에 대한 이미지외에는

클레오파트라 이후 그들의 역사도, 예언자 알라를 믿는 그들의 종교도 잘 모른다. 

여성들의 얼굴을 가리게 하는 답답한 종교와 독재자들의 악수하여 극심한 남성우월주의에 자살폭탄테러 

그래서 이슬람을 알고 싶어 시도했던 몇몇 역사책은 매우 지루해서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시카고는 이집트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음.... 대한민국이랑 비슷해. 

미국에 기댄 권력자들, 의 독재. 미국 대학을 유학하고 온 자들끼리 인맥으로 고급관료가 되어 지들끼리 부패하고  

무능력한 경찰들은 비대하게 오만하고, 인민들에게 무뢰하며 잔인한 것 까지 

이집트 여성들이랑 만나면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9.11테러 이후 편견이 더욱 강해져 미국인들이 혐오하고 싫어하는 당사자 이방인의 눈으로

보아야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보여준다. 

비열하고 강하고 유연하고 소박하고 속물들이 많은 미국


많은 사람들이 '시카고'가 영어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것은 인디언들이 쓰는 언어 중 하나인 알칸킨족 언어에 속하는 던어이다. 그 언어에서 시카고의 의미는 '강한향기'인데, 지명의 유래는 오늘날 그 도시가 점하고 있는 장소가 원래는 드넓은 평원으로 인디언들이 거기서 양파를 재배했고, 코를 찌르는 듯한 양파 냄새 때문에 이 명칭이 생겨난 데 있다. 

시카고의 시작을 미국인이 아닌 알라가 알려준다.

왜냐하면 미국의 시작이 곧 인디언들에 대한 학살의 역사라는 것 

원주민 인디언들의 종을 말살하고 세워진 탐욕의 땅이라는 것을, 미국인 스스로 쓰는 문학을 나는 아직 못봤다. 


이어진 백년동안 백인 이주민들은 가공할 인종 말살 전쟁을 벌여 미국 전역에서 5백만에서 1천2백만 명에 달하는 인디언들을 죽였다. 


그들이 낮동안 저지른 살육이 아무리 잔인했다 하더라도 그런 행동은 그들이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드리는 기도의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인종말살 전쟁은 이민자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 시카고는 1837년 최초로 미국의 도시로 선포되었다.  


이집트인들에게 미국은 한국인들에게 미국과 비슷하구나.


진지한 알라 알이스와니에게 공감하며 지지한다. 소박하고 담백한 문장도 좋다. 

솔직한것.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쓰는 것이 알라의 장점이다. 


"나는 우리나라 여러 주에서 10년동안 경찰로 일하며 여러 마을과 촌락과 부락을 돌아더녔지. 나는 이집트 사회의 밑바닥을 알고 있어. 자네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이집트인들은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고 또 그들은 민주주의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이런 비슷한 논리의 얘기 어릴적에 많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맞아야 하고, 민주주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나 어울리며 우리에게는 그저 독재가 딱이라고. 

특히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이런말 자주 했어. 

아이들에게 자긍심이 아니라 비굴함을 가르키는 천박한 자들이 선생이라니.  



2. 

존 그레이엄. 

68혁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통계학과 교수. 

여전히 혁명을 믿는 좌파 교수. 여전히 거리, 투쟁의 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뒤늦게 만난 젊은 흑인여성과 사랑하여 함께 사는

60대 미국남성과 30대 흑인여성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만나는 편견의 벽앞에 고민할때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둘은 인종 차별적인 상황을 겪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 열정적인 관계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벌컥벌컥 사랑의 잔을 들이마셨고 그런 뒤 여유를 갖고 차분하고 맛깔나게 마셨다. 


나지는 존 그레이엄 교수를 찾아가 석사학위 논문의 지도교수가 되어 줄 것을 청한다. 

존은 내게 학생의 품성은 그의 지식보다 중요 하다며 토요일 저녁을 함께 먹자고 집으로 초대한다. 

토요일. 둘은 죽이 맞아 술을 진탕먹고 늦게 찾아온 카람에게 나지를 내 친구 라고 소개한다. 


인디언 학살로 시작한 미국이란 나라를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의 지도를 받는 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보다 품성이 중요하다는 교수가 학생을 친구하고 소개하는 이런 풍경은 부럽다. 


한국에서 교수는 꼰대, 게으르고, 남의 논문을 표절하고, 제자들을 착취하고 성폭행하는 자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레이엄 같은 교수가 있었으면 나의 대학시절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다가 

그레이엄 같은 사람은 한국에서 절대 교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유대인 웬디와 연애하는 아랍운동권학생 나지의 어려움도 설득력있다. 

나지와 웬디의 연애는 같은 학교다니는 유대인들의 분노를 일으켜 

그들은 나지를 모욕하고 조롱한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어려운 연애처럼 보여. 


자이납이 그에게 "미안하지만 너는 겁쟁이야."라고 말한 그날로 부터 30년 후, 미국에서 성공한 교수가된 무함마드는 

향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 한다. 

평범하고 소심한 그가 성명서를 읽는 장면은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슬프게 마무리 된다. 

음.... 이런 장면들에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알라의 실력이 보인다. 


사비트와 살라흐, 

촌스러운 독재국가 이집트를 떠나 미국에서 성공한 후 두 교수는 열심히 살았는대 스스로의 삶이 자신을 배신한 느낌이다.

젊은 유학생들은 여전히 앞선 세대의 고통을 반복하고 있고 

여전히 나지는 걱정스럽고, 다나나는 역겹다. 

다만 타리크와 샤이마의 사랑을 응원한다. 

저 바보같은 마초대마왕 타리크를 어쩌면 좋을까. 

샤이마. 힘내라. 타리크 따위 뻥 차버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남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 

나쁜 마초 아니면 착한 마초 둘중 하나니까. 타리크는 착하고 순진하쟎아. 바보라 그렇지. 

해피 엔딩이라고 믿고 싶어.   

 


3.   

그런 자들도 우리처럼 인간이란 말인가? 그들에게도 순진한 어린애였던 지난날이 있었던가? 사람들을 때리고 고문하는 일이 어떻게 인간의 직업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고문하는 자가 어떻게 먹고 자고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자기 아이들과 장난을 칠 수 있단 말인가? 이상한 점은, 국가 보안국의 모든 장교들이 똑같은 얼굴 생김새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에서 체포되었을때 나를 고문한 장교는 사프와트 샤키르를 닮았다. 피부는 끈적거리고 차가운 빛도 같고, 그 죽어 있는 듯한 두눈도 그렇고, 모질고 냉혹함이 넘치는 그 잔뜩 찌푸린 잿빛 감도는 얼굴도 같다. 


철학적으로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에 대한 고찰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때리고 고문하는 일이 어떻게 인간의 직업이 될 수 있는가. 

그들은 모두 뱀의 눈에 이미 비인간적인 특징을 몸에 지녀 한눈에 봐도 알수 있는 징그러운 자들일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고 싶다. 

사실은 고문을 하는게 직업인 사람조차, 교회 열심히 다니는 이웃의 모습이라는 것이 더 두려운 진실이다. 

인간은 그래서 무서워. 

속을 알수 없기 때문에 무섭고, 고문하는 직업도 좋은거라고 스스로를 속일수 있는 재주가 무서워. 


고문기술자였던 이근안이 목사가 되는 놀라움 말이야. 

그가 정말 반성하고 사죄한다면 그걸왜 지가 믿는 신에게 사죄받냐고. 

지가 고문해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영혼과 그 가족들의 고통에게 사죄받아야 하고, 

고문의 협박을 함께 감당하여 주눅들게한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사죄해야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감히 목사가 될 생각을 했을까. 악의 뻔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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