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의 약속 매그레 시리즈 8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1. 

이번에도 재밌다. 

바다에 나갔던 원양어선이 석달만에 돌아왔는대 얼마후 사람이 시체로 발견된다. 

석달동안 배안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보다 캐릭터가 생생하다. 

묵직하고 말이 많지 않고, 그리고 '미리 판단하지 않는' 매그레와는 친해진 느낌이고. 


나한테 이번 사건의 특징을 묻는다면, 난 이번 사건이 분노의 별자리 아해 위치해 있다고 대답하겠소...... 그 저인망 어선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몹시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하다가 마리의 직관을 들을 순간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군. 모두 짜증날 수 밖에 없는 석달이었군. 석달씩이나. 어떻게 저럴 수 있었을까. 


이번에는 아델 캐릭터가 재밌다. 

겁도없는 여자다.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알 뿐 아니라 어떤 눈빛과 몸짓에 남자들이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그때 그때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자들의 폭력에 늘 노출되어 있어 위험한

스스로는 영악하고 머리를 잘 굴린다고 생각하지만, 위태로운 

가난하여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약삭빠른 

보수적인 매그레는 그녀가 맘에 안드는 모양이지만, 나는 좋다. 

아이고, 이 간 큰 아가씨야. 어쩌려고 그러니. 걱정이 되더라. 


아델의 반대편에 마리가 있다. 

경찰들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사건의 핵심을 단박에 알아채는 장면도 재밌다. 

여자의 직관은 뛰어나다는거지. ^^


심농의 표현에 의하면 도발적이고 한창 물이 올라 탐스럽고 동물적인 관능을 뽐내는 아델과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빈혈에 시달리는 양갓집 규수 마리와의 캐릭터 대결이라고나 할까. 

적어도 심농은 그걸 의식하고 대비시키며 썼다. 응큼한 영감 같으니라고. 


매춘부라고 업신여김을 당한 아델이 호텔바에서 위선적인 사람들을 향해 일갈할때 

품위있는 척하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을게 전혀 없다는걸 확인하고 나면 정말 역겨운 기분이 들어.

말해주고 싶다. 

아델, 네 말이 맞아. 나는 네 편이야.  



2.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뭔가 놓친것이 있었다. 반장은 바로 비극의 본질 그 자체만 빼놓고 모든 것을 이해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죽은 팔뤼선장을 비롯하여 오세앙호를 타고 석달간 바다위에서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보고 재구성 한 매그레는 

모든것을 이해했는데, 사건이 풀리지 않아 뭔가를 놓친듯 하여 찜찜하다. 

한밤중에 배앞으로 간 매그레는 배가 출항했을 때부터 인물들의 행동과 분위기를 머리속으로 하나하나 재구성한다. 

항구에 인물들이 도착하고 배위로 올라 각자의 위치에 가서 

처음 승선한 막내 선원에게 짖궂은 장난도 치고, 중간중간 사람들의 증언을 떠올리며 

<팔뤼선장과 전신기사가 서로 원수처럼 피한건 대략 사흘째 되던 날부터였어요...... 그들은 각자 주머니에 권총을 넣고 다녔죠......서로를 두려워 하는 것 처럼 보였어요....>

이렇게 머릿속으로 추적하는 18페이지가 압권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심농은 매그레의 머릿속을 보여준다.  



3.

진상을 알면서도 덮어두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덮을 줄 아는것이 또한 매그레의 매력이겠지. 

그래서 처음부터 휴가였다. ^^


사는 것도 그럴때가 있다. 

내가 살아 온 것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다 알면서도 도무지 왜 이런 결론이 돼어 나의 운명이 내 뒷통수를 치는 것인지. 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것인지. 황당할때. 



4. 

마초라도 서민적이고 성실하니까 매르레를 참아주기로 한다.      

거칠고, 더럽고, 시끄러운 가난한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관찰하는 심농의 눈길이 느껴진다. 

본질적으로 매그레는 부자귀족 보다는 성실한 노동자와 더 가깝다. 

여성을 비하하는 시각은 계속 걸리지만 

심농의 시대에는 아마도 이저도가 평균치였겠지. 

노골적으로 아델을 깔보는 문장들이 자꾸 걸려.  


세번째 매그레인대, 점점 더 좋아진다. 

처음본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보고 엄청 실망해서(특히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여성비하) 

한동안 안보다가 이제는 좋다. 

손에 잡히는 대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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