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1. 

스와루프는 인도에서 법률가 집안에 태어나 외교관의 신분으로 세계를 돌아다닌 사람이다. 

양지바른 곳에 선택되어 태어난 사람이 

제 자란 물을 벗어나 국경을 넘다들며 타인의 시각 또한 익혔다는 말 

부와 교양이 동시에 있을수도 있지만, 

불가촉천민이라는 신분을 강제하는 인도의 지배층을 용서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2. 

죽음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살인에도 카스트제도가 적용된다.

소설의 첫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쿨하고 경쾌한 문장. 현실을 비트는 유머. 재밌다. 


비키 라이는 막강실세를 자랑하는 정치인의 후계자인데 불법, 탈법의 수준이 살인에 이른다. 

수십명이 보는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도 처벌받지 않아, 신나서 기념하는 파티를 열었다가 총 맞아 죽었다. 

ㅎㅎㅎㅎ

누가 죽였든지 잘했다고 할 판이다. 

그런데, 인도도 참 어지간한 나라야.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재벌의 횡포가 심하고 빈부격차가 심한게다.

게다가 카스트제도라니.   


그녀는 벌꿀같은 피부에 BMW같은 몸매를 지녔다. 

이런 표현은 참. 무슨말인지 느낌은 오는데. BMW같은 몸매라니. 

잘빠진, 늘씬한, 세련된, 부자 느낌의, 뭐 이런걸까. 


요즘 좋은 하인구하기가 단종된 대우 마티즈의 스페어 타이어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도 참 당황스럽다. 

하인과 마티즈의 스페어 타이어라니. 

인도사람들이 차를 참 좋아하나봐. 

범상치 않은 스와루프의 순발력이다. 

말하듯이 문장이 술술, 심각하지 않게, 그렇지만 머리를 탁치는 리얼함이 있다. 


한마디로 홀랑 깬다. 

모한 쿠마르는 엄청 부패한 높은 지위의 관료인데 숨겨둔 애인과 간디의 영혼을 접신하는 쇼를 보러갔다가 

간디 신에 들린다. 푸하하하하. 

그리하여 이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영혼과 비타협적인 저항운동의 화신 간디의 영혼이 들락날락 하는데 

그 순간들이 절묘하여 재밌을 뿐 아니라 

그의 아내 샨티와 운전사 브리즐랄은 두 영혼을 상대하며 천국과 지옥을 비교적 익숙하게 왔다리 갔다리 적응한다. 재밌어. 


스토리를 황당하고, 논리적인 연관성은 거의 없다. 

간디신이 내리질 않나, 우연히 돈 다발이 든 가방을 줍고, 길을 가다 납치되어 성폭행 당하고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에게 팔렸다가 탈출하여 FBI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하나 일상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져 황당하지만 

돈가방을 줍는 어설픈 소매치기 백수건달이나 성폭행당하는 여배우의 동생이나 

혹은 결혼사기에 속아 인도로온 미국인 남자나 

모두 리얼함이 있어 묘하다. 


비카스가 사는것은 원래 이렇게 황당하다고. 

세상에 황당한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냐고, 상식이 뭐 별거냐고

특히 인도에서 사는것은 계급질서에 관료들의 부패와 무능함, 재벌들의 파렴치함은 법조차 무시하고 

개판이라는 거다. 

그러니 제정신이 아닌것이 정상인거고, 그렇다고 다 바보는 또 아닌거고, 요지경이다. 

현대 인도를 잘 보여주는 황당함. 


"인생이 다 그런거야.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 힘을 내라는 건지, 어차피 잘 모르니 대충 되는대로 살라는 건지 쫌 헷갈리지만 

전자로 이해하기로 한다. 

묘하지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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