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이블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1.

내가 좋아하는 블랙 캣 씨리즈. 오래간만이다.

이 씨리즈의 모든 컬랙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컬랙션이 검증된 수작들의 카리스마가 있다.

최근에 신작이 너무 더디게 나온다.

혹시라도 더이상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2.
영국의 토지제도 맘에 든다.
공유지에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떠도는 부랑자들이 정착해서 일정기간 사는것이 합법이다.

아무도 무력으로 쫓아 낼수 없다. 브라보!

마을사람들은 그 공유지, 숲이거나 공터거나에 캠핑족이 거주하는 동안
쓰레기처리를 비롯한 위생에 신경써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상황에 대한민국이라면 당장 경찰들이 쫓아와 불법시위라고 무력으로 밀어내면서 사람패고 난리도 아닐거다.  

영국은 참 희안한 나라다.
혈통, 핏줄에 의한 계급이 아직 남아있는 사회이면서 또한 비교적 합리적인 법제도를 운영하는것을 보면.


3.
많이 어둡다.
인간의 잔인함, 교활함, 사악함 또 뭐가 있을까. 비겁함.
속물스런 인간들.
작은 마을에 뻔히 들여다보이는 질투와 거짓말이 넘친다.
이 마을에 제정신인 사람은 하나도 없는것 같어.
게다가 폭스 캐릭터는 비린내가 난다. 아동학대와 동물학대의 역겨움.
인간의 사악하고 추잡스런 모습을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주려고 작정을 하고 쓴 소설이다.  

특히 초반에 폭스와 울피가 동시에 등장하면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싶다.
유혈이 낭자하게 잔인한것이 아니라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악의 심연이다. 외면하고 싶은 인간성.

울피. 이아이는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느낌의.
초롱초롱 젖은 눈망울이 두려움에 떨며 생존을 위해 너무 많이 조숙한, 그래봤자 10살먹은
영양이 부족하여 나이 또래보다 작은 아이.
인간에게서 감지되는 악의와 선의를 감각적으로 더듬는 아이. 살기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위가 당겨진 활처럼 긴장을 유지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사람들의 캐릭터와 구성만으로 이렇게 분위기를 몰아가다니.
미네트. 고수다.

어쨋든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야.
550여 페이지의 장편을 단숨에 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
동부유럽과 영국쪽의 '황량한' 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배경의 영화들을 보면
그동네 사람들의 근원적인 우울함을 알수 있을것 같아. 
자연에 대한 경외와 노동의 신성함도 근원적이다. 
황량한 땅,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기고 노동의 결과물로 먹고 살려면 자연과 노동, 그 자체를 숭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에비한다면 한반도는 날씨좋고 살기좋은 땅이라,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성품또한 밝고 낙관적이다.
착취당하지만 않으면 천국일텐데.
인간들의 탐욕에 빼앗긴 자들의 고통이 깊어간다.

 

내일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는데
평택, 의정부, 전주, 울산의 철탑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동지들을.....어쩌면 좋으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