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명적이다 -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제미란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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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숙 / 균형잡기


1.
하! 결혼 10년만에 그린 그림이란다.
아슬아슬한 발밑의 하얗고 검푸른 물결이 화면전체를 압도하며 지배한다.
나는 결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삶은 누구에게나 가끔 저렇게 불안한 줄타기란다.


2.
그녀들의 비범함은 조선시대처럼 두렵고 상처받아야 하는 일이었구나.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 일정 경지에 오른 그녀들의 작품이다.

소금산의 어둠속에서 맨발로 기원하던 그녀처럼 나도 예술의 권능으로 영혼에 드리운 얼룩들을 거두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영혼에 드리운 얼룩,을 걷어낼수 있을까.

정승을 했어도 훌륭하게 했을 지혜로운 여인들의 위대함과 여신성이 평생 '한 남자를 견뎌내는 일'에 소진되고 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쓸쓸해지곤 한다.
아무렴. 그런데 여신성이라는 말 맘에 안들어.
여성의 존재가 비천하고 멍청하고 유능하지 않다고 차별하는 것도 싫지만
여자들안에 있다는 신성을 추켜세우는 것도 억지스러워.
여신성이 없어도, 여자이기만 해도 된다오.
못배우고 가난하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그래도 여신성이 없어도 된다오. 그냥 그녀이기만 하면. 
여신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그녀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객관적인 글쓰기를 못했다더니, 제미란의 감정과잉이 거슬린다.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제미란의 글이 방해해서 걸치적 거려. 머야.
독자들에게 자기 감정을 강요하는 꼴이되어 오히려 그림감상의 여지를 좁힌다.
그녀의 넘치는 주관이 부담스러워.


3.
김원숙, 김주연, 류준화, 유미옥, 한애규 - 그녀들에게 공명한다.
그녀들의 작품을 실물로도 한번쯤 보고 싶네.
한국 현대미술에 이렇게 아름다운 화가들이 많이 있네. 소개해 줘서 고맙다.
그녀들의 용기와 열정에 위로받았다.

마흔이다.
사는것에 지칠때쯤 도약하여 새로운 호기심으로 충만하게 해줄 지렛대가 있으면 좋겠다.
저 넘실대는 물결위 양복입은 남자가 든 막대기를 들고 높이뛰기를 하면 가뿐히 넘어질까.
누군들 그런 지렛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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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pata 2012-10-2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멧 알탄의 '감정의 모험' 표지였던 그림이네요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