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정치적이다 - 쟁점으로 보는 인권교과서 한겨레지식문고 3
앤드류 클래펌 지음, 박용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1.
오늘날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명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인권을 확장시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아니라
인권이 어떻게 표현되어 법제화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쟁점을 거치는지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침략전쟁도 하고 학살도 하고 불법적으로 구금해 고문도 한다.
그러므로 실제 인권이 존중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지,
인권이 침해되는 불가피한 상태가 있다면 어떤 조건에서만 허용할것인지 
인권을 침해할때 어떤 강제력을 행사할 것인지가 법에 명문화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도 '인권'이라는 말은 바뀌고 있는 셈이다.
더 많이 확장되어야 하고 더 구체적으로 서술되어야 하고 더 많은 판례들이 필요하다.

당연히 인권은 정치적이고 힘관계에 의해 그 의미조차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침략전쟁의 명분을 인권에서 찾기도 하니, 현실에서 힘있는자들의 명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런 전제없이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마땅히 존중해야할 권리가 모든 인간에게 있다는 것, 에 대한 합의가 이미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전제를 승인한 논리이며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며 안전하게 먹고살 권리가 있다는 것의 확인이다.  
이 권리가 '모든' 인간의 것이 되기 위해 지난한 투쟁이 필요했고 이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말이 무엇을 표현하는것인지 국제법에서 구체적으로 밝히려는 노력이 어떤 맥락인지 조목조목 서술되어있고
뒷부분은 주요 인권쟁점에 대한 각론의 의미들이 서술된다.
고문, 구금, 사생활 보호, 언론의 자유, 식량, 교육, 건강, 주거, 노동의 권리, 사형제 등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살기위해 최소한 지켜져야 할것이들이 무엇인지의 논의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 알수 있다.

가장큰 장점은 실사구시.
인권의 의미가 결정되는 현실의 쟁점, 명문화되는 사례, 사건들, 문제의식들을 구체적으로 예를들며 설명한다.
뒤에붙은 더읽을거리도 고맙다. 나같은 비전문가에게 필요한 지침이다.

우리 현실에 근거한 책이 아니라는 것은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고문, 구금.... 등이 어떤 현실인지.
더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교정시설에 몇명의 사람이 수감되어있고 어떤 환경인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등등


2.
구제역 대학살을 경험하고 있다. 
동물들 또한 태어날때부터 존중되어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명제가 되는 사회가 빨리 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인권도 지켜진다.
살처분을 행하는 인간, 살처분을 명령하는 인간, 살처분을 알고 고기를 먹는 인간 들이 운영하는 사회가
어찌 평화롭고 인간적일 것인가. 

나는 최근의 대학살을 보며 살처분이 단지 동물들에게만 적용될거라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동물을 살처분하라고 명령하는자는 명분만 있다면 인간도 살처분하라고 명할수 있지 않을까.  
명령받았기 때문에 돼지를 살처분하는자는 명령받으면 인간도 살처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 두렵다. 토할것 같은 사회에 산다.

그렇지 않다고, 동물이니까 살처분 하지 인간을 어떻게 그렇게 학살하겠냐고 말할것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학살을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 같다.  

인간을 학살하고 전쟁을 하는 자들또한 '최소한의 인권침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며 인간을 막 죽였다.
그러니, 인권에 대한 존중조차 이다지도 정치적이니, 이윤을 위해 뭐든 해도되는 사회에서
동물권은 어찌 감히 말이나 꺼내겠는가.

언제쯤 우리는 '동물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명제에 모두 동의하는 세상에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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