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입명을 삶의 지침으로 하는 현실주의자의 말랑말랑한 글들, 흥미롭지만 나른하다. 로자의 혁명도 사포의 사랑도 임수경의 열정도 나른하다. 고종석은 글을 잘 닦아 쓴다. 감성은 섬세하고 인문학적 지식은 균형잡혀 있다. 호모사피엔스를 좋아하지않는 염세주의자 고종석은 폭넓은 인문학 지식 덕에 여유있고 유연하지만 한가하다. 모난데 없이 애무하듯 문장을 다루지만 맛이 없다. 균형이 너무 잘 잡혀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내 입맛에 맞지 않지만 그의 문장을 딱히 흠잡을 수 없는 이유가 또한 고정관념과 편견이나 독선없이 열려있는 그의 균형이다. 감성을 벼리는 지식인의 균형 딱 요대목이 그를 함부로 폄하할수 없게 한다. 스스로 편애하는 여성들을 쓴 이글들이 흥미롭고 깊이있길 바란다고 했는데 깊이란 혁명과 사랑을 위한 열정의 순도가 균형을 넘어서는 지점에 있는것이 아닐까. 흥미롭고 나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