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
이명옥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1.
에로틱이라는 주제가 곧 젊음, 생명, 숨결, 싱그러움
이런 이미지와 맞닿아 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20대를 전선에서 보내며 내 삶과 몸이 가장 젊어 푸르렀을때
에로틱한 욕망을 표현하고 느끼는 것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을
못내 아쉬워 한다.
물론, 투쟁의 삶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한국에서 우리 세대에게 에로틱은
스크린 속에나 있는 욕망이고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좀 우스운 논쟁 속에만 있을뿐
일상에서는 금기로 차가워서
굳이 나만 억울할것도 없긴 하다.

몇년전 문득 정선아리랑 노래를 들으며 아!
먹고살기 힘들고 척박해도 우리 옛 선조들은 참 솔직하고 예쁘게 사랑노래를 했구나
에로틱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고 촉촉하게 하는 한 주제구나.
그렇게 진솔하게 삶의 시름을 달래는 구나.
신기한 깨달음


2.
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는 잘 기획된 책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지 않게, 재미있게
이명옥은 글을 잘쓴다. 그런데
그녀의 글보다 그녀가 선택하는 그림의 안목이 더 좋다.
그녀가 쓴 팜므파탈도 글보다는 그림이 좋았었다.
너무 많은 설명과 말이 필요없는 그림에 딱 적당한 만큼만 설명한다.
말을 아낄줄 아는 것도 훌륭한 미덕이다.

유럽의 미술관을 지칠때까지 걸어보는 것이 나에게 먼 꿈이지만
요즘은 이렇게 좋은 책들이 내 시름을 잠시 달래준다.


3.
참 이상도 하지. 그런데 여전히 나를 가장 사로잡는 것은
쿠르베와 쉬잔 발라동, 고야, 렘브란트의 자화상이다.
빈센트와 아르테미스의 자화상이 그랬듯이
자의식 강한 그림의 대가들이 세상과 만나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고 탐구하고 굳세게
외롭고 슬프게 세상을 응시하는 눈빛이다.

그 눈빛들이 나를 위로한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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