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 - 개정판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이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솔직하지 못한 행동을 자주 하지만, 벌레는 결백하고 죄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안목으로 보면 우리는 벌레보다 훨씬 못하다. -p359

 사람은 절망적일 때 신에게 의지한다. 그리고 신은 절망적일 때 거짓말을 한다!- p346

 처음엔 달라이라마의 명성이 너무 자자한데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정통핏줄출신'이라는 딱지때문에 이 분의 책읽기를 꺼렸다. 그러나 어떤 바람이 들었는지 북카페 경매에서 이 책을 꼭 잡아야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쩌면 그저 책욕심이었을지도.)
 아무튼 읽어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니, 내가 낸 돈의 가치보다 억만배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종교인이기보다는 진정한 사회실천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째로, 말이 좋아 망명이지 거의 추방이라 할 만한 쓰디쓴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조국을 포기하지 않았다. 왠지 우리 나라의 열성적인 교포를 보는 듯했다.
 두번째, 설법 중 여러 사회의 이슈에 대해 속시원히 두려움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종교인은 많지 않다. 정치인의 영성을 강조한 글도 실천가로서의 면모라 생각한다. 
 보통의 독실한 종교인이라면 절대 저런 말을 못할테니까.
 특히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회의감을 솔직히 드러낸 점을 가장 높이 사고 싶다.
 잰체하는 종교인들은 사이비 분위기를 풍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달라이라마의 저서를 좋아하는 어느 분께 내 소감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더니 그 분은 새로운 지식을 내게 전해주셨다. 티벳 승려들은 자신들이 괴로운 일을 겪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것이다. 티벳사람들의 드넓은 포용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그 분이 가지고 있는 달라이라마 책과 바꿔 읽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좋은 양식서를 읽어서 기분이 좋다. 그 기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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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에로스 - 심리학시리즈 - 사이코 북스 08
니콜라 에이벌 히르슈 지음, 이영선 옮김 / 이제이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네이버에서 에로스를 검색하면 19금이 뜬다. 더불어 야동동영상 사이트 주소들이 눈 앞에 드러난다.
 뭐 본인은 이제 19금 성인인증따위 피씨방에서나 도서관에서도 간단히 넘겨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멋도 모르고 이 단어를 검색한 청소년이 있다면 참 난감한 일이다.
 언제부터 에로스가 사랑이 아닌 섹스로만 통칭된 것일까?
 각설하고, 이 책에서는 신체로서의 에로스, 정서로서의 에로스, 정신적으로서의 에로스를 다루고 있다.
 '생기를 불어넣는 차이' 이론은 이론의 제목 자체로 마르크스의 이론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을 보면 결국 에로스는 잘못된 것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랑을 일컫는다.
 분명 야동에서처럼 성관계가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래 글은 에로스의 개념을 속시원하게 못박고 있다.

 물론 성욕에 공격성이 내포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성관계의 일부분인 공격성과 생생한 교류를 회피하거나 파괴되는 데 이용되는 공격성은 분명 구별된다.- 36p 

 결국 이 책은 SM관계라거나 소아성애자들을 에로스 개념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단호히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에로스라는 단어를 SM 혹은 소아관련 스너프영상에서 빼달라고 해도 관계자에게 시위해봤자 씨도 안 먹히겠지만...
 여태까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중요시하는 건 프로이트의 이론과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정신분석학자들 모두 동성의 부모에게도 동성애적 형태를 경험한다는 데 긍정한다는 구절을 읽고 놀라기도 했다.
 너무나 짧게 논문식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 본문을 더 뽑아내면 전체 줄거리를 말할 수도 있으니 이쯤하겠다. 
 아무튼 여태까지 읽었던 싸이코북스 시리즈 중에 가장 정리가 잘 되어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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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도서관전쟁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미량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름 도조X이쿠의 러브러브 닭살장면이 나온다길래 스포일러도 잠깐 보고 나름 사전준비하면서 봤다.
 근데 이건 으악 ㅋㅋㅋ 사전준비하면서 봐도 전혀 베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도조나 이쿠나 똑같은 타입의 인물이라더니 닭살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남들 의식하지 않고 던지는 것도 똑같았다. 이런 솔로의 저주를 받으며 죽어갈 커플들 같으니라고ㄱ-
 본인도 일단은 커플이지만 읽으면서 살짝 소름돋았다고나 할까(...)
 무튼 나름 말도 많았고 번역논쟁도 있었던 별책 도서관전쟁이 드디어 한국에 번역되었다.
 2권까지 죄다. 그러나 테즈카와 시바사키도 어느 정도 맺어질 패턴을 알고 있기에 그냥 이 정도 선에서 구입을 마치기로 했다. 더이상 구입했다간 돈이 아작날 뿐더러 딴 분들의 닭살까지 보고싶지 않다...
 비록 결말이 두리뭉실하게 끝나는 게 왠지 떡밥던지기 같다고 하더라도 난 걸려들지 않겠어!
물론 나이차 많이 나고 키차이에 하극상이 있는 커플의 아옹다옹도 재미있지만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특히 양화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작가가 양화법에서 금지된 단어들을 슬금슬금 피해서 욕설을 만든다는 줄거리도 나름대로 기발했다.
 본인도 그 책을 사고 싶었을 정도랄까. (사실 폭력물이라는 게 가장 큰 미끼이긴 했지만.)
 무튼 핵심줄거리는 도조와 이쿠의 닭살장면이라 이거다.
 결국 이 책은 '도서관전쟁 시리즈'를 읽은 커플들이 읽어야 하는 마이너 책. 네이버책에선 검색도 안 된다.
 할리퀸로맨스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부담스러울 정도인 선남선녀가 등장하는 전형적 일본로맨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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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아 - 사이코 북스 12
프리실라 로스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엄격한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또한 경멸하기도 했고,
 동생을 너무나 질투해서 걸핏하면 싸우고 때리려다보니 파괴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결국 나 자신을 증오하게 되고, 초자아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책망하다 못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내 책임조차 전부 남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습관을 은연중에 가지게 되었고,
 그들을 비판하는 와중에서도 나 자신을 혐오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에게는 '기묘한 이기주의자'로 보이게 되었고, 따돌림에 적합한 대상이 되어버렸다.
 약간의 친구들을 두고 있는 지금도 그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 초자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 경우는 아버지를 가질 수 있는 어머니를 질투한 게 아니라 어머니를 가질 수 있는 동생을 질투했다는 점이 다르지만. 그런 점에서 본인은 상당히 양성적인가보다.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동성애자에게 거부감은 없다.
 유일하게 찬성하지 않는 이론은 태어날 때부터 분노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도 자신이 가진 만큼의 분노로 해석한다는 내용의 이론.
 사람이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안 될게 없다. 20년 가량이 지나서야 아주 약간이라도 분노를 억누르고 남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본인이 산증거라고 감히 내세우겠다.
 분노나 죄책감 등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전에 인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미운 세살' 때 생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서야 주어지는 초자아는 평생동안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 알기쉽게 설명한다.
 초자아에 관한 책을 처음 읽는 분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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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에 뒤이어 나온 더 리더 영화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의도치 않게 내용을 미리 알아버려서 책으로 먼저 접하지 못한 게 그저 유감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로맨틱하고 에로틱한 1장을 다 읽었을 때 여전히 울렁거리는 가슴은 그대로였다.
 15살 남자아이과 30대 후반 여성의 사랑이 그렇게나 에로틱하고, 그렇게나 감동적일 수가 있다니.
 사실 약간 롤리타를 생각했던 본인으로서는 영화를 보면서도 충격, 책을 읽으면서도 또 한 번 더 충격이었다.
 그 기분을 간직하기 위해 그대로 책을 덮었다.
 2장에서부터 그녀를 관찰하는 냉철하고도 고통스러운 시선은 지나간 세월을 담담하게 전개해간다.
 한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성찰하는 장면은 지극히 독일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독일어에 특히 어울릴만큼 딱딱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애증은 절절하게 묻어나오는 게 아이러니하다.
 처음엔 남자에게 화가 났으나 이내 여자에게 화가 났고, 제 3장의 결말을 읽었을 땐 아연해지다가 이후 남자의 독백처럼 담담해졌다.
 결국 한나는 끝까지 자신의 상처를 애인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살다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버렸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겼다 졌다를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결국 속박되어 있는 사람은 감옥에 간 그녀가 아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엇갈리는 사회 속에서 일생동안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그였다.
 사회 자체가 감옥이라 하던 푸코의 말이 생각난다.
 영화 배우 케이트의 지독히 한나 아렌트다운 옆모습이 낙인처럼 아른거린다. 읽는 내내 그 영상을 지울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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