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에 뒤이어 나온 더 리더 영화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의도치 않게 내용을 미리 알아버려서 책으로 먼저 접하지 못한 게 그저 유감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로맨틱하고 에로틱한 1장을 다 읽었을 때 여전히 울렁거리는 가슴은 그대로였다.
 15살 남자아이과 30대 후반 여성의 사랑이 그렇게나 에로틱하고, 그렇게나 감동적일 수가 있다니.
 사실 약간 롤리타를 생각했던 본인으로서는 영화를 보면서도 충격, 책을 읽으면서도 또 한 번 더 충격이었다.
 그 기분을 간직하기 위해 그대로 책을 덮었다.
 2장에서부터 그녀를 관찰하는 냉철하고도 고통스러운 시선은 지나간 세월을 담담하게 전개해간다.
 한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성찰하는 장면은 지극히 독일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독일어에 특히 어울릴만큼 딱딱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애증은 절절하게 묻어나오는 게 아이러니하다.
 처음엔 남자에게 화가 났으나 이내 여자에게 화가 났고, 제 3장의 결말을 읽었을 땐 아연해지다가 이후 남자의 독백처럼 담담해졌다.
 결국 한나는 끝까지 자신의 상처를 애인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살다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버렸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겼다 졌다를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결국 속박되어 있는 사람은 감옥에 간 그녀가 아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엇갈리는 사회 속에서 일생동안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그였다.
 사회 자체가 감옥이라 하던 푸코의 말이 생각난다.
 영화 배우 케이트의 지독히 한나 아렌트다운 옆모습이 낙인처럼 아른거린다. 읽는 내내 그 영상을 지울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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