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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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지금 읽어봐도 51페이지에 나오는 "박혁거세" 엄청 거슬리고 기분나쁘다. 2008년에 제본 떴으면 최근인데 그걸 아직까지도 고치지 않았단 말이냐? 설마 최종철님 정말 자신의 번역에 만족하고 계신거야? 응? 그런거냐고?? 설마 아직도 사람들이 니누스를 모를 정도로 무식하다고 생각하는거야? 대체 그 말도 안되는 번역은 무슨 의도지? 엘리트의 그 쓸데없는 아집이냐, 아니면 아직도 대중들을 무시하고 있는 거냐? 아무튼 이런 책은 수정해서는 안 되는게 맞기도 하지. 극단적인 의역이 어떤 결말로 치달아가는지 보여지니까. 난 저 박혁거세(혹은 박거세)가 나올 때마다 "한여름 밤의 꿈"의 무대인 아테네가 와장창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철님이 거의 유일하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시와 노래로 보았던 게 사실이긴 하다. 나름대로 셰익스피어의 운율에 우리나라 한글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상황에 적절한 말들을 넣느라 고심한 게 글 속에서 느껴진다. 일본식의 ’~’하다.’라는 어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서는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였으니까. 아직까지는. 
 사실 난 셰익스피어의 연극본은 가급적 영어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독가라면 적어도 4대비극과 4대희극 정도쯤은 그 참된 맛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2010년과 2011년, 셰익스피어 연극의 새로운 번역본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어떨지 조금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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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창비시선 27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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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비해 글의 한과 비애가 좀 풀려나간 느낌이다. 슬픈 일을 겪기 전에 쓴 시인지, 아니면 슬픔이 한 풀 꺾여나가고 해탈해갈 즈음에 쓴 시인지.. 난 아무리봐도 후자인 것 같으면서도... 앞에 소개될 시에서 그 묵묵하고 진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이 시를 읽으신 분도 그 느낌을 전달받았는지, 이 시가 쓰여있는 종이 끄트머리를 깨끗하게 접어놓고 있었다.
 
 내 사랑에 묻어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치게 해야 한다.
 - 감자를 씻으며 中

 인간과 부딪치길 꺼리며 상처받기를 싫어하던 나에겐 크나큰 가르침과 교훈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입 안에 넣을 만큼 깨끗해질 수가 있을까? 유독 이 시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그 점에서 이 시는 점수를 많이 받지 못했다 ㅎㅎ 돌을 빵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정호승 시인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보기 좋았다만. 생각해보니 랭보도 이 모티브를 차용했던 적이 있었다. 악마의 유혹은 그만큼 인간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하긴 빵 때문에 전쟁도 하는 게 인간이다보니. 3부는 사람들을 만나서 막걸리도 마시고 삼치도 먹은 후,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잠시 졸다 깨면서 간간히 읽었다. 언젠가 사람들이 내가 술을 입 안에 굴리면서 음미할 줄 모른다는 말을 했었는데, 시마저도 나에겐 음미하기 어려운 종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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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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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적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지금은 네이버, 다음, 모든 사이트를 검색해봐도 전문을 볼 수 있는 시이다.
 불법이긴 해도 어찌보면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보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한’과 ’눈물’이라는 테마를 소재로 삼아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오늘 그의 시집을 본 나조차 그의 시에서 배어나오는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역시나 시집에 그가 살아간 삶의 모습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는 느낌.
 시인들은 언제나 자신의 일상을 테마로 삼아 시를 쓰는 것일까?
 어쩌면 여러 문학가들의 삶과 이야기를 파헤치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남조 이외에 좋아하는 시인이 이렇게 또 늘어나 버렸다.
 하지만 지르고 싶을 정도로 열광적으로 빠지진 않은 듯. 최근에 나온 시집은 약간 고민된다(...) 
 잠깐 정호승을 검색해보니 그의 시들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보아야 할 지 모르겠다. 역시 처음부터 정독?
 간간히 그가 썼다는 동화도 보이는데, 그림책과 동화집을 모으고 있는 나에겐 솔깃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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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보낸 한철
아르튀르 랭보 지음, 최완길 옮김 / 민족문화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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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매우 보고싶던 시집이었는데 이제서야 들춰보게 되었다. 앞에서 보았던 릴케의 시도 훌륭했지만, 난 개인적으로 랭보의 시가 훨씬 취향에 맞았다. 방종스러우면서도 매우 자신에게 솔직한 시라고 해야 할까 ㅋㅋ 특히 본인은 ’고아들의 새해선물’, ’착란 1- <바보같은 동정녀>, 지옥의 남편 ’, ’새벽’이 가장 재미있는 시라고 생각했다. 특히 ’새벽’이라는 산문시도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랭보같은 방랑에 미친 시인 말고 그 누가 새벽의 여신을 베일에 가두려고 정신없이 뒤쫓는단 말인가? 

나는 거지처럼 대리석 부둣가를 달려가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 <새벽> 中.

 부둣가를 정신없이 달려가는 그의 가벼운 구두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랭보의 연대기는 평전에서 보려고 지나쳤지만, ’가장 높은 탑의 노래’ 후기판 시에선 세상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혐오감을 드러낸다. 전기판 시와 비교해보면 정말 제목만 똑같지, 더 지독해졌다. 대체 그 어린 나이에 무슨 힘든 일이 있었던 건지.  ’지옥의 밤’이라는 시에서 독약을 먹고 죽어갈 때 어렴풋이 보이는 환상에 대한 시를 썼다. 정말로 먹어본 일이 있나 의심이 갈 정도로 생생했다고 해야 할까. ’배고픔’이라는 시에서는 그야말로 비참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이기도 했고. 그는 이 시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혼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생리적인 현상들에 절망감을 느꼈을까? 악마가 49일동안 굶은 예수님에게 돌을 빵으로 바꾸어보라고 유혹한 구절을 흥미롭게 인용했다. 
 그의 시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버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의 평전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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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민음사 세계시인선 9
릴케 지음, 김주연 옮김 / 민음사 / 197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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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좋아하던 장미가시에 찔려서 죽었기 때문에 상당한 명성을 얻게 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가 생각하기엔 아예 질려버려서 죽은 이후에도 장미가 있는 곳은 쳐다보고 살지도 않을 것 같지만’ 아무튼 시를 좀 알거나 관심있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인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사진부터가 내 예상하고는 아주 달랐던 릴케씨.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길래 훈남인 줄 알았더니, 그저 어두운 인상에 여자같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1906년 자화상’에서 묘사하던 모습과 꼭 닮아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장미를 좋아한다길래 밝고 화려한 느낌이 있는 줄 알았으나 대부분이 어둠에 관한 시였다. 직접적으로 시에서 언급하는 게 없다고 하더라도 그저 시 전체에서 그런 분위기가 풍겼다고 해야 할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신을 숭배한다고 썼지만, 어째 나는 그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여성성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하는 삐딱한 생각부터 들었다. 어둠과 대담하지 않고 고요한 분위기를 보면 여성성의 분위기가 강했지만, 간혹 ’돈주앙의 어린시절’ 혹은 ’죽음의 춤’ 같은 시에서 그의 남성성이 살짝살짝 돋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자장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내가 너를 잃어버릴 때,
너는 잠들 수 있을까? 보리수 화환처럼
네게 내가 속삭여주지
않는다 해도?

 사랑에 대한 그의 시는 전체적으로 매우 슬프고도 그로테스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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