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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보낸 한철
아르튀르 랭보 지음, 최완길 옮김 / 민족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전부터 매우 보고싶던 시집이었는데 이제서야 들춰보게 되었다. 앞에서 보았던 릴케의 시도 훌륭했지만, 난 개인적으로 랭보의 시가 훨씬 취향에 맞았다. 방종스러우면서도 매우 자신에게 솔직한 시라고 해야 할까 ㅋㅋ 특히 본인은 ’고아들의 새해선물’, ’착란 1- <바보같은 동정녀>, 지옥의 남편 ’, ’새벽’이 가장 재미있는 시라고 생각했다. 특히 ’새벽’이라는 산문시도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랭보같은 방랑에 미친 시인 말고 그 누가 새벽의 여신을 베일에 가두려고 정신없이 뒤쫓는단 말인가?
나는 거지처럼 대리석 부둣가를 달려가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 <새벽> 中.
부둣가를 정신없이 달려가는 그의 가벼운 구두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랭보의 연대기는 평전에서 보려고 지나쳤지만, ’가장 높은 탑의 노래’ 후기판 시에선 세상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혐오감을 드러낸다. 전기판 시와 비교해보면 정말 제목만 똑같지, 더 지독해졌다. 대체 그 어린 나이에 무슨 힘든 일이 있었던 건지. ’지옥의 밤’이라는 시에서 독약을 먹고 죽어갈 때 어렴풋이 보이는 환상에 대한 시를 썼다. 정말로 먹어본 일이 있나 의심이 갈 정도로 생생했다고 해야 할까. ’배고픔’이라는 시에서는 그야말로 비참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이기도 했고. 그는 이 시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혼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생리적인 현상들에 절망감을 느꼈을까? 악마가 49일동안 굶은 예수님에게 돌을 빵으로 바꾸어보라고 유혹한 구절을 흥미롭게 인용했다.
그의 시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버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의 평전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