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선아 지음, 김광배 그림 / 현암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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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가 명을 받고 뵙자 천자가 말하였다.
"(...) 내 누이의 재질이 보통 사람과 달라 오직 그대의 베필이 됨직하기에 아우를 통하여 뜻을 통하였더니라. 그런데 혼약한 곳이 있음을 들어 사양하더라 하니, 이것은 그대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
소유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 제가 지금 황상의 명에 따른다면 정 소저는 다른 집으로 갈리 없사오니 평범한 아녀자가 시집 갈 곳을 얻지 못한다면 어찌 왕의 정사에 결함이 되지 아니하리이까." - p. 백오~백육
 
   

 나이가 좀 들어차서 구운몽을 보니 예전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연애를 좀 알게 된 지금 구운몽을 보니 양소유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심을 잘 후리는 법을 알고 있음은 물론, 먼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법을 알고 있다. (더 읽어보면 재상자리를 뿌리치고 정 소저와 결혼시켜달라고 청원하려 계획하기도 한다.) 물론 끝은 ’어ㅅㅂ꿈’일지라도 양소유의 순진하면서도 흔쾌한 성격 때문에 팔선녀를 얻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술취해서 헤롱거리는 장면은 좋게 봐주려고 해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 혼자 벌주 마셨으면 됐지 왜 첫번째 아내서부터 골고루 벌주를 마시는 거냐... 난양 공주가 머리 아프시대잖아... 현 시대의 우리나라에서 그런 짓 했다간 죽빵을 맞을 듯. 아무튼 과제때문에 읽게 되었지만 예전에 읽던 것하곤 또 다른 느낌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우리나라 고전소설들에도 도전할까 생각한다. 김시습의 책은 어렸을 때부터 닳아빠질 때까지 읽어봤으니 숙향전 같은 걸 도전해볼까? 
 P.S  출판사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흠.. 현암사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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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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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시가 크고 휘황찬란한 만큼 우리가 우리의 죄를 숨길 수 있는 장소도 그만큼 많을 것이고, 도시가 사람들로 붐비는 만큼 각자의 죄도 서로 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1권 p. 178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더 가혹한 것은 인간같은 삶- 2권, p. 245
 
   

 미묘한 추리소설이었다. 잔인한 연쇄살인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흥분감이 일어나질 않았다. (예니시테를 붙잡고 계속 질문만 늘어놓으며 찌질찌질대는 살인자가 꼴불견일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2권 중반부분까지 황새와 올리브중에서 누가 범인인지 계속 헷갈렸었다. 술탄과 예니시테의 후원으로 인해 3명의 세밀화가가 이슬람의 그림방식에 서양의 르네상스를 약간 본뜨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주로 된 내용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이 추리보다는 무언가 큰 주제를 목적으로 했다는 암시가 풀풀 배어난다. 특히 카라라는 주인공과 세큐레라는 여주인공을 보았을 때 더욱 그렇다. 카라는 어린 시절부터 예니시테의 후원에 힘입어 도제가 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에 대한 사랑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 뭐 결국 범인은 찾지만. 예니시테의 딸 세큐레는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자신과 아이 둘을 어떻게 챙길지에 대한 계산이 빠삭한 여성이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아름답고 현명하지만 왠지 같은 여성으로선 거부감드는 여성. 이 소설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이 둘의 사랑이야기를 유심히 보았던 것 같다. 결론은 해피엔딩이긴 한데 카라가 겪은 온갖 고난을 생각하면 왠지 좀 찝찝함... 꼭 저렇게까지 틀어쥐어야 여자가 손해 안 보고 멋진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건가ㄱ- 나도 많이 물렁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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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1.4 - 속임수 부엌 요리조리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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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가 무조건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정부가 아파트 말고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서민들에게 제공하면 좋겠다. 특히 가난한 서민들이 살 만한 택지를 공급하고, 주민들 스스로 함께 집을 짓고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살면 안될까? 내가 꿈꾸는 나라다. - p. 97, 나효우님 글  
   

  읽새코너에 월마트에 대한 평을 써놓고 받은 잡지이다. 우선 겉표지를 포함하여 전체가 재생종이란 점, 글씨 하나하나를 영어없이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내용도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매우 소박하고 좋았다. 예술적인 글, 사회에 대한 투쟁적인 글, 농부의 '호박국 같은 글'이 골고루 담겨져 있었다. 특히 베란다농장은 본인의 관심을 끌었다. 꽃을 키우면 다 말려죽이기 일쑤였다는 저자의 말을 듣고, 대파나 콩나물쯤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괜한 희망을 품어본다. 사실 박형진님의 글이 가장 인상깊으면서도 가장 회의적이었다. 언제나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듣거나 글을 보면 반발하고 싶은 마음이 샘솓는다. 자발적 가난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분의 구수한 문체와 우스운 시가 내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언젠가 한 번 그의 시를 읽어야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 일본에서 일어난 방사능사고와 갖가지 루머들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가 불안과 혼돈에 휩싸여있다. 하지만 공동체 학교와 친환경무상급식 등,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어딘가에서 벌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위안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학도 분께 이 잡지를 보여드렸더니 잘 봤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정성을 들여 잘 만들어진 책은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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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재테크 - 결혼 준비부터 결혼 5년 차까지 돈 모으는 쏠쏠한 재미
류재운.허영미 지음 / 넥서스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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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은 과욕에 의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자가용이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할부로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고급 자가용을 사는 것은 사치를 넘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 p. 256  
   

 무슨 일이 있어도 빚은 지지 말자는 게 나의 신조다. 대학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많이 손을 벌리게 되서 걱정이긴 하지만, 돈은 꼭 갚았고 오랫동안 미룬 법이 없었다. 물론 키워주신 값은 잊지 않아야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빚지지 말라는 구절이 반복해서 나오는 책이며, 이 구절이 내 마음에 딱 들어서 원래 이런 책 보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누구 말대로 김칫국물부터 먼저 마시는 일이지만 요즘 본인은 결혼에 대해서 마음이 급하다. 늦어도 20대 후반에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취업은 커녕 졸업도 못했고, 재테크에 대해선 매우 기본적인 상식밖에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본인은 건강문제때문에 30대에 임신이 될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책을 보면서 꼭 참고해야겠다는 상식들은 적어두었다. 역시나 모르는 말이 많아서 긴장된다. 전깃세 절약방법에서부터 소득공제 계산방법까지, 가장 기본적인 목돈 마련 방법을 적어두었는데도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어른이 되서도 수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가...
 미래의 남편뿐만 아니라 나도 재태크에 대해 정확히 알고 돈을 모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남자와 여자가 가사를 분담하며 살아가는 시대인데, 재태크 관리도 나누어서 해야 공평하니까. 어떤 언니가 했던 말처럼 ’탈모샴푸회사의 돈만 벌게 해주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가면서 이만큼 노력했다는 만족감은 느끼고 싶달까. 참고로 본인은 투자보다는 절약하고 저장하고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목돈을 꾸려나가려 한다. 잘만 올라가던 돈이 반토막나면 쿨하게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아-_-;;; 
 P.S 이 소설의 묘미는 신혼부부가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유혹과 시련이 현실감있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본인도 친구와 친척들에게 선뜻선뜻 돈을 빌려주는 아버지와 삼촌이 이해가 안되고, 몇 번 싸운 적도 있다. 뭐랄까, 물론 같은 가족이지만 돈이 아니라 다른 물질적 정신적 방법으로 도와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물에 빠진 사람 도와주다가 같이 빠져 죽으면 도와주는 보람이 없잖아. 이 글을 쓰신 분은 그 상황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셨지만, 나처럼 돈을 빌려주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신 듯하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 의해 약해지려는 내 주장을 더욱 굳게 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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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시간들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 문예중앙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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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마틸드에게 회사는 그녀를 으깨는 곳처럼 보인다. 독재의 장소, 포식의 장소, 기만과 권력 남용의 장소, 배신과 추함의 장소. 오늘, 마틸드에게 회사는 기계적으로 모든 걸 반복하는 프시타시즘의 가장 독한 병적 징후처럼 보인다.- p. 183  
   

  귀신이나 악마같은 초자연적 공포물도 물론 인기가 많다. 그러나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 초자연적인 존재가 관여하지도 않고 살과 피가 튀기는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있다. 이 소설도 아마 그 종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본인은 이 소설의 광고내용을 보고 연애물인줄 알았으나, 연애물보다는 호러물에 가까웠다. 소위 낚였다고 해야 할까... 이 소설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은 상관으로부터 무시무시한 이지메를 당하는 중이고, 남자주인공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사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여는 데 너무 서툴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들은 일에 쫓기면서도 일하기를 원하며, 도시를 싫어하면서도 도시를 사랑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세상이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아웃사이더같은 존재이지만, 인간들과 끊임없이 섞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마틸드가 상사 마크에게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암시를 주는 것도 바로 이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암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둘은 자신을 이해해줄 남자 혹은 여자를 막연히 원하고, 어서 좋은 일이 생겨서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같이 파티를 벌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고보면 사람의 인생이 제각각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참 단순한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아무튼 직장에서조차 왕따를 당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_-; 마틸드에겐 안됐지만 별로 동감이나 감정이입을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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