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과학 - 이윤석의 웃기지 않는 과학책
이윤석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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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성 코미디언들의 직업적인 성공과 가정에서의 행복이 우리 사회의 진보성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p. 151  
   

  매일 코미디 프로에서는 절대약골로 등장하는 이윤석 씨가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은 박식한 분이었다니, 새삼 감탄했다. 사실 교수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특히 과학에 대한 설명을 상당히 쉽게 해주기 때문에 나 같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다가 잠들어버리는 초짜마저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렇게 작고 얇은 책에 웃음에 대한 인문적 과학적 사회적 이야기가 알짜배기로 들어있다니 이 책을 다 읽은 나로서도 그저 신기할 뿐이다. 참고문헌에 나온 책들은, 이름만 한국어지 책을 들춰보면 검은 건 잉크요 하얀 건 종이라는 사실만 간신히 알아볼 정도로 난해한 책들도 많다(...) 그런데도 약간 아쉬운 건 이윤석 씨가 귀찮아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그동안 보았던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했던건지... 몇몇 이야기는 참고문헌에서 나온 저서에서 본 적이 없는 지식들이었다. (예를 들면 고위직의 인사들을 만날 때 긴장을 풀기 위해 그 사람이 화장실에 앉는 장면을 생각한다는 이윤석의 이야기는 몽테뉴의 저서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아무튼 웃음거리가 되는 대상이 고위직이고 거만한 사람들일수록 웃음이 진보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내심 알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이다. 위에 적혀있는 명언은 여성 코미디언들이 직업상으로 인해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윤석 씨 개인의 격려를 써놓은 잔잔한 감동의 글이다. 저 글 역시 이윤석 씨의 진보에 대한 견해를 알 듯 말 듯하게 드러내보여서 좋았다.
 그러나 가장 새로웠던 글은 위험한 일을 감지했을 때 공격을 표시하려 어금니를 드러냈다가, 곧 대수롭지 않은 일임을 알아차리고 표정을 약간 풀은 어정쩡한 표정이 웃음의 시초가 되었다는 초반의 글이었다. 웃음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만든다. 때로는 웃음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 잔소리하는 아내를 간지럽히는 남편의 심리도 사실 자신이 느끼는 모욕에 대한 방어적 공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려면 같이 웃어야 한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아직도 집단의 웃음에 대한 상처를 간직하면서 살고 있는데, 그들과 같이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나 같은 사람 외에도 웃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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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태 2011.4
자연과생태 편집부 엮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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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성동은 전쟁으로 인한 실향민의 정착지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온 처지다. 정든 이 곳에서 평생을 마치고 싶다. 누가 뭐라해도 이 곳은 우리의 고향이다. 우리를 다시 이주시킬 도시재생 사업은 절대 불가하다. - 인천 자유공원 일대 오래된 미래, p. 93  
   

 연두색과 노랑색이 뒤섞인 표지의 저 식물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언뜻 봐서는 꽃잎이 아니라 풀인 것 같은데 어째서 저런 오묘한 색깔을 띄고 있는 걸까... 알고보니 저 식물은 괭이눈이라고 하는데, 풀이 추운 날엔 노랑색으로 변해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광합성을 하려고 초록빛을 띈다고 한다. 요번엔 식물에 대한 알찬 지식들을 상당히 많이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데 봄꽃보다 더 나은 소식이 어디 있으랴. 이번 편에선 인천 자유공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라거나, 유명한 프로그래시브 락 밴드 노발리스가 발매한 고래잡이반대음반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어서 왠지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이전에 친구들하고 차이나 타운으로 놀러갔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올라가지는 못하고 근처만 맴돌다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달리 사진에 나오는 인천자유공원의 풍경이 아름다워보였다. 나중에 나도 한 번 더 가고 싶은데 본인의 주위 사람들 중에 지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ㅇ<-< 보면 볼수록 점점 괜찮아지는 잡지이다. 하루라도 빨리 5월호를 보고 싶어서 안달내며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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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지폐
정문후 지음 / 세니오(GENIO)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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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가는 빈자와 노동자에 의한 유혈 혁명이라도 일어나야 올바로 된 세상이 될 판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지는 지각변동이 필요해."- p. 233

 
   

  뭔가 중간에서부터 약간 수상하다 싶었는데 끝에 가서 정말 골때리는 소설이다 ㅋㅋㅋ 근데 난 이런 결말이 참 좋고(...) 역시 돈더미 앞에서는 선량한 사람이 없나보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생략. 에드가 앨런 포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춰보시길. 가독성이 너무나 좋아서 하루는 커녕 반나절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사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위조따윌 해서 범죄의 길에 들어설 생각은 하지 않는 본인마저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엄격한 법령이다. 맘씨 좋은 부산 시민들도 예금된 돈을 돌려받기 위해 은행을 점령하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지? 이 책에서는 일본에서 위조사건 때문에 화폐 자체를 갈아치운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싶은 속마음이 있고, 누구나 ’공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3달 전 진짜 지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본인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소개하겠다.

"  물론 처음엔 돈을 미친듯이 찍어내겠죠 ㅋㅋㅋ 몇십억 찍은 뒤에 기계를 부숴서 증거몰수. 그 다음에 돈을 10분의 일로 나누어서 은행에 맡깁니다. 뭐 그렇게 나눠도 양이 양이다보니 수상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집에 가지고 있는 것보단 불안감은 덜하겠지요. 그 다음 시크하게 학교를 때려치고 강원도 산골에 내려가서 오두막을 짓습니다. 그 다음 그 안에 처박혀서 펴엉생 살겠습니다. 뭐 땅을 살 수 있다면 거기서 농사도 짓고요. 요즘 살길이 막막해서 글쟁이하기가 힘들다는데 저는 거기서 시도 짓고 소설도 쓰면서 살려고 합니다. 먹을 건 제 밭에서 나오는 작물을 먹어서 해결합니다. 살면서 위급한 순간도 있을테니 최대한 검소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다보니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도 입양해서 오손도손 살지도 모르겠네요 ㅎ "

 지금 생각해보면 본인은 정말 천하태평한 인물인가보다(...) 뭐 제대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1억을 분배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이 책의 경지에까지 다다르진 못했지만. ’정말 그 돈을 자신이 가난한 시절 꾸었던 꿈에 쓸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드는 걸 보면 의심론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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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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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정말 희안해요. 이전에, 아무도 그 어떤 사람도 나에게 ’네 명의 정상적이고 똑똑해 보이는 멋진 아이들을 갖다니 넌 정말 똑똑하구나! 그 애들은 모두 네 덕분이야. 훌륭한 일을 해냈어, 해리엇!’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어요. 아무도 이제까지 그런 말을 안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하지만 벤에 대해서는ㅡ전 그저 죄인이죠!"- p. 140  
   

   매우 놀랍다. 꽤 옛날에 쓰여진 것이라 짐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식이란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현대적이고 사회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책치고는 예상 외로 매우 맛깔스럽고 가독성이 좋다. (역시 도리스 레싱의 책은 공포를 소재로 한 짧은 소설을 읽어야 진가를 발한다.) 읽다보면 스티븐 씨의 스릴러 소설 생각이 나기도 하고, ’오멘’이나 ’배드시드’같은 영화가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단지 호러로 끝나지 않는다. 도리스 레싱은 지극히 딱딱하고 현실적인 상황을 소름끼치게 뒤바꾸어 버리는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맡기는 기관의 현재 상태라거나,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 그 속에서 어떻게든 서로 소통하려 발버둥치는 어머니와 아들의 절망을 공포스러운 요소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희안하게도 이 낡고 오래된 소설에서의 상황은 오늘날 복지 정책의 상황과도 잘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도리스 레싱의 필체가 다 그렇듯,  이 책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버린다. 어떤 영어영문과 선배의 말대로, 퀘스천 마크만 연기처럼 둥둥 떠다니는 쓸쓸하고 공허한 필체만 남았다.  이웃들에게 엄마로서의 인정과 격려를 받았더라면, 해리엇은 어떻게 변했을까? 해리엇이 다섯째 아이 벤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야성적인’ 벤은 자신의 특성을 살리는 법을 배워서 격투기 시합에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불쌍한 벤’이 아니라 ’사랑받는 벤’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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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let: Evans Shakespeare Editions (Paperback)
John Tobin / Wadsworth Pub Co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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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 more’s the pity that great fork should have countenance in this world to drown or hang themselves more than their even - Christian.- Act Five Scene 1

 
   

 역시 펭귄에서 출판된 것을 읽은 게 아니라 원본판과 영어판이 같이 나온 것으로 읽었다. 일단 수업과 관련된 책을 읽는지라 빨리 내용파악부터 시작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 영어판부터 읽었다. 그런데 확실히 <한여름 밤의 꿈>과는 언어양상이 달랐다. 뭐랄까, 언어선택이 좀 더 고급스러웠고, 그래서 어떤 장에서 올려진 영어단어의 3분의 1 정도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해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머릿 속에서 전개되는 스토리 흐름이 끊어질까봐 꾹꾹 참았다. 원서를 읽기 직전에 한국어 번역본을 먼저 본 적도 있고, 스토리 전개상 그냥 대충 이해가 되는 문장도 있었고.. 그래도 나중엔 꼭 해석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어 번역본이 너무 많이 의역한 티가 나는 것 같다. 원본으로 읽어보면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겠지. 계속 이런 과제만 있었으면 한다. 원서 읽고 마음에 드는 중요한 대사 체크해오기, 대사를 읽고서 그것이 어떻게 인상깊었는지 말해보기. 대학교에서 교수님이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햄릿을 읽어주는데, 너무 날로 먹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수업 중에서 제일 흥미로운 수업이다.
 P.S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셰익스피어가 낳은 자식들 중 한 아들의 이름이 햄릿이다. 왜 그 이름을 이 연극의 주인공에게 가져다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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