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1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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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자신 생각을 쏟아내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여기에 아무리 좋은 말들을 한다 해도 그건 자기만족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하는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뉴스 소비자가 아니라, 뉴스를 생산하는 1인 미디어가 되어야 합니다.- p. 30

 

 

참으로 아름다운 여류시인, 신달자님이 메인으로 출연하셨다.

 

 사실 난 이 시인이 누구인지 잘 몰랐는데, 어머니는 알고 계셨다. 자신의 젊은 시절 꽤나 유명한 시인이셨다고. 지금은 <종이>라는 시를 써서 출간했는데 이게 의외로 외국에서 히트를 치게 되어 외국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하게 되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래도 시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니... 축하할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분의 시를 읽고 싶어졌다. 언뜻 읽어보니 장미향기가 확 풍기는 김남조와는 달리 상당히 솔직하고 투박한 느낌이 났다. 작아에 잘 어울리는 시인이라고 해야 할까. 어머니도 이 분의 시를 좋아한다 하니 나중에 구입해서 읽어보고 후기를 쓸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당황한 분위기였지만, 역시 편집부를 빡세게 굴리는 작아답게 차분하고 꼼꼼하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정리해내서 정치적인 내색이 그닥 뜨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키려고 한다고 믿었던 무언가가 부서져서 너무나 슬퍼하시는 50대 분이 쓴 마지막 글이 너무나 절절했다. 사실 이 분 때문에 별 다섯개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제 세상에 나오지 않고 마을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시겠다는데, 혹 상심하신 나머지 극단적인 생각을 하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앞부분에선 30~40대 여성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려 하는 의도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 다시 새로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쯤이면 기운을 차리셨을까? 마을과 관련된 일은 쉬시고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주위를 둘러보셨음 한다. 그냥 여자로서의 내 예감이 그렇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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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차 만드는 법 4 - 완결
사쿠라기 야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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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꽤나 오랜만에 보는 BL입니다. 그것도 다도연애물이라니.

위에서 수고 밑에가 공인데 전자는 바보에 후자는 능글맞은 아저씨 설정 ㅋㅋㅋ 

 

 당했다는 느낌이 들긴 들지만. 왜냐하면 난 일본의 전통다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단 말이다. 하지만 그냥 공인 하스네에게 기모노를 입히고 차 끓이는 걸 보여주는 이벤트 설정. 뭐야 이게! 하긴 망상의 천국인 BL에서 그런 현실적이고 세세한 설정을 바라는 건 무리겠지... 그것도 홍차왕자같은 걸 바라는 건 무리겠지 ㅠㅠ

 

 그렇지만 그림이 상당히 내 취향이었다. 쭉 찢어졌지만 너무 날카롭지 않은 얼굴. 빼빼 말랐지만 충실히 근육은 있는 몸매. 그리고 기모노의 세부적인 사항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건 이 등장인물의 성격이다. 사실 수인 도쿠마루가 단순무식이 도가 지나쳐 거의 4차원 수준이다. 운동 외엔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 그래서 맨날 집안 물건을 깨먹는 바람에 여동생이 분노해서 야구부에 있는 오빠를 강제로 다도부에 집어넣는다는 설정. 반면 하스네는 다른 때엔 멍하니 있으면서 유독 다도를 하고 있을 때와 도쿠마루를 꼬시고 있을 때만 적극적이다; 사람이 돌변한다고 해야 되나(...)

 

 

근데 설정이 좀 특이하다.

도쿠마루는 원래 이성애자라 하스네를 좋아하면서도 빨간 책은 좋아한다 ㅋㅋㅋ 막 소녀처럼 ㅋㅋㅋㅋㅋ

원래 동성애자였던 하스네는 그걸 보면서 좀 복잡미묘한 생각이 드는 듯함.

 

 근데 사실 현실에서도 애인은 애인이고 취향은 취향이라. 취향은 동성이면서도 이성을 좋아하는 설정도 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아무튼 미묘한 데에서 현실적인 책이다. 고등학교 애들이라 착실히 미래에 관해서도 나오는데, 도쿠마루는 가라데를 좋아하니 도장을 차리는 걸 고민하는 듯하고, 하스네는 다도를 포기할 수 없어서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것 같고. 아무튼 진로를 고민하는 모습도 거의 작품의 반에 가깝게 나와서 신선했다. 오랜만에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나는군. 난 진로가 아니라 좋아하는 공부를 택했지만;;;

 

 

아무튼 일본 다도는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데, 그걸 상당히 잘 살린 그림들이 많았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네에 선생님'이 재밌지만... 아슬아슬한 별 4개 합격점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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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도라 스핀오프 3 - Extreme Novel
타케미야 유유코 지음, 야스 그림, 김지현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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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하라.
"...저기."
나는 널 좋아해.
"...오늘 정말 추웠지, 3월인데."
그런 마음이 여기에 있어.
"...라면도 못 먹고 말이지."
항상 널 보고 있어.
"...내일 시험, 나 정말 망칠 것 같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이 마음은 투명하다. 실제로는 되지 못하지만 하다못해 마음만은 투명인간이 되어서, 그리고.
"...그래서 말이지."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고,
하지 못한 말은 없던 말이 되고.
사실은 여기 있는 마음도 없는 것이 되고.
(...)
투명인간은 싫다.

- p. 272~273

 

 타케미야 유우코는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더 잘 쓰는 것 같다(...) 특히 이번 토라도라 스핀오프는 만점이다. 일본 사람 특유의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면을 잘 살려서 심리적인 긴장을 극대화시켰다고 할까. 특히 이번에는 류지의 스페셜한 모습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토라도라 본편이 타이가를 잘 살리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노력한 티가 난다고 한다면, 이번엔 류지의 성품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고 해야 하나. 이때까지 류지를 훈남으로 만들지 않게 참아왔다가 간간히 올린 단편에서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 같다. 당연히 본인은 좋았다.  매우 짧은 소설이었지만, <토라도라같은 일요일>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집에 난폭한 타이가가 찾아오고 집주인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밥상을 약탈하는 순간에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류지의 모습. 작가의 말대로, 여태까지 비뚤어지지 않고 잘 살아온 것이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런 그림을 보면 정말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다.

 분명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홍조를 그리고 있는데도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토와 키하라의 러브스토리가 나오는데, 난 무슨 신춘문예에 나온 문학작품인 줄만 알았다. 소설이 매우 짧아서 뭘 말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하지만.... 사실 마지막 한 장이 정말 예술이었다. 아니, 그 단편소설의 전부가 좋았다! 생각같아선 다 올리고 싶지만 겨우겨우 참는다. 토라도라 단편 중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것 때문에 토라도라를 처분한 걸 후회할 정도였다. 

 

 

본인은 고등학교 때 연애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젊은 청춘이란 좋군요!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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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2.12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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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록 땅에 살되 창공을 향하여 기울고 우러르는 삶을 추구하는 신비주의자가 되자.- p. 23

 

 

마치 이 어린왕자처럼.

 

 이번에는 협동조합을 특집으로 하였다. 우리나라에 생긴 협동조합들의 이야기를 듣고, 외국에 있는 협동조합의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협동조합 기본법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하는 등 꽤 노력을 한 것 같다. 본인은 특히 마지막에 김기태 씨와 김현대 씨의 대화가 가장 인상깊었다. 협동조합에 대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라는 말에 대답하지 않으실 것처럼 하시더니 나중엔 불만을 이것저것 술술 이야기하시더라 ㅋㅋㅋ 비조합원이용 금지예외조치가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으시던데, 작아 편집부에서 좀 더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해설을 가미했다면 일반인들도 그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근데 좀 아쉬웠던 것들이 있다. 협동조합 책장을 소개한 것은 좋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유명해진 이후로 책이 범람하듯이 쏟아졌으니, 아무래도 기본적이고 유익한 책을 찾아내는 게 이번 특집의 역할이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페이지 수가 쓰여져 있지 않았다. 페이지 수가 쓰여져 있거나 혹은 3D 사진을 찍어야 이 책이 얼마나 상세하게 쓰여져 있는지, 팜플렛인지 아니면 백과사전만한 책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가격만 덩그러니 쓰여져 있어서 심기가 더욱 불편했다. 

 

 

아무튼 본인은 이 책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이것과 그 유명한 <협동조합 참 좋다>를 읽어볼 생각이다.

 

 우리나라 4대강이 2012년동안 당한 수난을 간략하게 요약한 칼럼도 나온다. 이건 똥물 수준이 아니라 시체구덩이와 화학약품 덩어리로 강이 '딱딱하게 굳어간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역시 투쟁이 답이겠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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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쇼크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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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통제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p. 433

 

1. 차례에 의한 정리

 사람들은 현재(이 책은 1970년대에 쓰여진 책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800번째의 생애에 도달해있다. 이 생애는 무엇보다도 빠르게 지나가고 빠르게 개발되는 시대이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는 일시성이 있다. 일시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로는 일회용으로 전환되는 사물, 잦아지는 이동, 짧아지는 인간관계, 소규모 조직체의 등장, 점점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정보들의 범람 등이 있다. 새로움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는 과학의 놀라운 진보, 수많은 경험을 사고팔 수 있는 산업, 가족 분열이 있다, 다양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는 과잉선택권, 소집단 범람, 생활양식 다양성이 있다. 이렇게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이 있지만 어쨌던간에 너무 빠르고 종류가 많아서 사람의 적응력에 한계가 생기고 있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한 전략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2. 본문에 의한 정리

 본인이 흥미있어하는 정치 위주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문제: 오늘날 젊은 급진파의 일부ㅡ전부는 아니지만ㅡ가 테크노크라트처럼 일련의 극심한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한심한 일이다. 그들은 관료주의를 매도하고 <참여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면서도 그들이 참여롤 요구하는 노동자&흑인&학생집단들을 조작하려고 시도할 때가 많다.
고도기술사회의 근로대중은 재산의 소유형태를 바꿀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혁명을 호소하는 것에는 전연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풍요의 증대가 생활의 악화가 아니라 개선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신좌파가 경멸하는 '교외의 중산층 생활'을 박탈이 아니라 오히려 성취로 생각하고 있다.
 : 정치적 민주주의는 사회적 의사결정에 더욱 많은 사람들을 편입시킴으로서 피드백을 촉진한다. (그래서 문재인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선거단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문재인의 주위에 사람이 많았던 것은 부정이 아니라 긍정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 피드백이야말로 바로 통제에 필수적인 것이다. 가속적인 변화를 통제하려면 우리는 더 한층 선진적인 ㅡ그리고 더 한층 민주적인ㅡ 피드백 메커니즘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하향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테크노크라트는 현장으로부터의 적절하고도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계획을 입안할 때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설사 피드백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테크노 크라트가 요구하고 취하는 것은 주로 경제적인 것이어서 사회적&심리적&문화적으로는 부적합하다. 설상가상으로 테크노크라트는 계획을 입안함에 있어서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참여가 필요한 사람들의 급변하는 요구와 희망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사회적 목표를 설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정보공개도 안 하고 개혁을 진행시킨다는 인수위를 보라.) 상부에서 수립한 목표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 p. 460~462


 부정적 결과: 그러나 여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즉 인간의 탄력성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OR과 적응 반응은 그때마다 신체기관을 조금씩 마멸시켜 신체조직에 눈에 띌 정도의 손상을 입히는 등 대가를 요구한다.
이렇게 해서 인간은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 변화수용 능력이 제한된 생물체의 모습으로 남는다. 이 능력이 압도당할 때 일어나는 결과가 미래 쇼크이다. - p. 336

 

 

 

뭐 OR이란 보통 이런 반응을 말하지만 

 

 

이런 것도 하나의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해결책: 이같은 사회적 미래 회의들은 단순히 지리적인 지역성만을 대표할 것이 아니라 산업계&노동계&교회&지식인 사회&예술계&여성계&인종 및 종교집단&학생 등 모든 조직&비조직 사회집단들도 대표하게 될 것이다. (...) 월급을 많이 받는 회사중역, 부유한 전문직업인, 말 잘하는 지식인과 학생들도 모두 한두 번쯤은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미칠 힘을 상실했다고 느낄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런 사람들을 체제 안에 끌어들여 이 사회의 지도기관의 일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은 앞으로의 세대가 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다.- p. 464

 

 긍정적 결론: 사회적 미래 회의들은 급속도로 단편화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를 더욱 분열시키고 있는 차이점들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해 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반대로 일시적 통일체의 잠재적 기반이 될 공통의 사회적 욕구를 밝혀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 회의들은 여러가지 정체들을 하나의 새로운 틀에 묶어 필연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메커니즘을 탄생시키게 될 것이다.- p. 470

 

 반박글 차단: 일부 사람들은 신인민주의를 내세우는 이같은 호소를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행하고 있는 방식대로 사회를 정치적으로 계속 운영해 갈 수 있다는 생각처럼 천진난만한 것은 없다. (...) 산업주의하에서 천진난만하던 것도 초산업주의자하에서는 현실적일 수 있으며 오히려 실천 가능했던 것이 불합리한 것이 될 수도 있다. - p. 465

 

3. 비판

 일단 비판부터 하고 가려고 한다. 이 책이 하도 잘 나가는 책이고 진보던 보수던 죄다 이 분의 사상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책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왜 이 책을 그렇게 천천히 읽었는지를 소개하려 한다.

 <미래쇼크>에서는 학교를 다양화해야 한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지켜야 할 게 있다고 한다.
 그 말대로라면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철학과를 없애지 말아야 하고, 철학과가 제대로 있다면 뉴라이트가 멋대로 박정희를 초대영웅으로 받들어야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닐까? (어쨌던 민주주의의 법칙에 어긋나는 독재를 했으니까.) 너무 많은 자유를 주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최소한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데 그 규칙이 어디까지 정해질지 모르는 거 아닌가. 아무튼 너무 많이 규제하면 시간이 멈춰버리는 게 되고 그럼 다시 학생들의 인권모독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어느정도 플라톤의 법칙은 필요한 게 아닌가?

 <미래쇼크>에서는 그걸 시민운동권에서 정해야 한다는데, 그 선은 어디까지 정해야 하는 걸까? 마이클 샌델의 말대로 모든 사람이 토의를 해서 정해야 하는 걸까...? 포퓰리즘 어쩌고 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그런 걸 잘 지킬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일시성이니까 법칙이 마구 변해도 상관없다는데 그러다가 다시 나쁜 사람들이 역이용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러니까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마구 역사를 바꿔버리면?
 그럼 맞서싸워야 한다는 해답밖에 안 나오는 것 같은데 앨빈 토플러는 노조를 욕하는 입장이다. 노조가 시위를 시작하면 흥분해서 다시 마르크스를 거론하는 등 과거로 돌아가기 때문에... 물론 그 말은 맞다. 내가 그래서 우리나라 노조를 싫어한다. 그러면 말은 조금 바꿔보자. 그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건가? 미래를 주장하는 자가 과거의 이론인 다윈의 적자생존을 거론하는 것인가?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잘 이용하는 건 기술이다. 그럼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설마 이 사람은 성선설을 믿는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정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이 분은 역시나 학자답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해답보다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대답하며 회피한다. 결국 과제는 여러분에게 '떠넘겨져' 있는 것이다. 참으로 복잡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4. 매료됨

 첫째로, 이 책은 쓸데없는 도표가 그려져 있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 말, 말뿐이다.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결코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없다. 물론 이 책을 쓴 자가 인간인지라 사소한 취향을 드러내긴 했지만 눈에 드러나진 않는다. 셋째로, 이 책은 완벽하게 진보쪽에 있지만 동시에 극진보의 헛점을 완벽하게 짚어내기 때문에 보수들도 이 책을 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넷째, 목차가 매우 잘 짜여져 있고 문장도 매우 매끄러워서 끊어짐이 없다. 한 챕터가 끊기기 직전에 다음 챕터에 대한 예고를 암시하는 문장을 실어서 다음 페이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섯째, 전문지식과 전문용어가 없으며 인간으로서의 개념만 있다면 누가 보더라도 읽기 쉽게 만들었다. 여섯째, 특이하게도 과거와 현재(1970년대이다.)의 1% 부유층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담은 다음 그것을 유추하여 미래를 진술했다. 현재는 2010년대, 그의 판은 정확하게 맞아들어갔다. 현재 이 책에 나온 그의 예상은 대부분 맞아들어간 상태이다. 다만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컨트롤되진 않았을 뿐.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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