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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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은 살아갈 거야. 우리는 살아갈 거야. 다 잘 될 거야."

 

 

알리바이를 위해 자신이 죽인 사람으로 둔갑하는 희귀한 케이스는 물론이고,

워낙 주인공의 삶을 감정이입 하나 없이 남 보듯 바라보는 소설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어렸을 적 되고 싶은 것에 대한 강력한 꿈 같은 게 없었던지라 공감이 안 감;;;

아니 그보다 하고 싶은게 있었다면 에둘러 할 것 없이 당장에 하면 좋았잖아? 왜 남 탓을 함?

 

 아무튼 여러가지로 공감이 안 가는 설정이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완벽범죄에 반전이 없는 범죄소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살인의 동기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직감하에 쿨하게 자살로 끝맺는 푸른불꽃과는 달리, 이 주인공은 어떻게든 자기만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케이스라 그닥 정이 안 간다. 결말을 보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인생인데... 여자를 만나서 애까지 낳아놓고도 자신의 '전 아들'이 보고 싶어서 가출을 했다는 건 뻔한 거 아닌가?

 아무튼 이 책이 데뷔를 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엔 책이 매우 간단해서. 그거 하나인 것 같다. 에드가 앨런 포가 이런 문체를 써서 범죄소설을 만든 끝에 유명해진 케이스이다. 주로 탐정이 나와서 범인의 살인 방법과 심증까지 유추하는 전개방식을 채용하던 보통 문학과는 달리, 그는 인물의 감정표현을 최소로 하고 신문을 읽는 듯한 딱딱하고 간단한 문체를 써서 살인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냈었다.

 확실히 그런 문체로 선정적인 느낌과 진한 피의 향기를 되살리는 데엔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육체적 제스처도 없이 대화가 너무 많이 진행된 탓에 인물의 대화에 감정을 실으려면 육성지원이 필요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건 의도한 게 아닌 작가의 문체 특징인 듯한데... 이것 때문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은 더 찾아 읽지 못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딱 싫어하는 문체라..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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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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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덞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

- p. 120

 

 

이 책의 내용이 한 때 교보문고 홍보간판에 달렸던 적이 있다.

그림과 글 사이의 여백이 이 책의 심플한 아름다움을 제법 잘 살린 것 같다. 

 

 시바타 도요는 어려서부터 갑자기 집이 몰락하여 식당집에서 일하다가 주방장의 눈에 들게 되고, 쭉 외동아들을 기르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가 90세 중반쯤 되어 시를 짓게 되었는데, 의외로 잘 지어져서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케이스이다. 현재 그녀는 100번째 생일을 맞게 되어 <100세>라는 이름의 시집을 더 출간하게 되었다. 늘그막에 찾은 직업이 그녀를 더욱 오래 살게 만드나보다. 이제 같이 하늘로 올라가자는 바람의 섬뜩한 졸라댐(?)에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까지 갖춘 그녀의 모습은 왠만한 연륜으로선 나오지 않을 여유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오래 살기'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흘러가는 사회의 일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있진 않았지만) 일본 정부에게 나름의 불만도 품고 있으며, 오래 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에 관해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을 품기도 한다. 우리 세대에선 100세는 가뿐히 넘기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데, 나도 나이 들어 저렇게 멋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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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동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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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떤 지배 엘리트가, 또는 사적인 관계에서 개개인이 어떠한 권력의 수단을 활용하건 간에 물리력, 부, 지식이 궁극적인 지렛대가 된다. 이 세 가지가 권력의 3요소를 이룬다.- p. 43

 

 

우익오덕 ㅅㄲ가...

아무튼 이 책을 쓴 저자가 일본을 엄청 치켜올려 세워주던데

저자도 일본이 이렇게까지 미쳤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저자의 전반적인 예언은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예언이 맞아들어간 것은 있는데 바로 일본과 미국이 팀워크 짠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일본과 미국이 팀워크짜고 공격하는 대상이 유럽인 줄만 알았더니 왠걸. 유럽은 경제상황의 열악으로 지지부진하고 있고 중국이 오히려 급부상했다. 아무래도 중국을 보고 뭐라고 진단할 자신이 없어서 중국에 대한 언급은 계속 피하면서 '예측불가능한 나라'라고 언급한 것 같은데, 아마 저자는 중국이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을 것이다.

 내 생각에 저자의 이론이 빗나간 이유는 이렇다. 물론 요새 많이 배운 사람이 우월하긴 하다. 그러나 미국이 스스로 자기들 살겠다고 국가봉쇄를 자처하고 애플 회사를 편들어주고 있는 판인데, 좀 배워보겠다고 아우성치는 개발도상국이 게임이 되겠는가. 중국은 그에 대비하기 위해 상품을 기형적으로 대량생산하고, 스스로 노동임금을 대폭 낮추고, 소량의 지식까지 갖추다보니 게임이 안 되는 거다. 게다가 앨빈 토플러도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바로 인구 수가 많은 나라에서는 짱돌을 굴리는 사람의 수도 그만큼 많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중국의 사회정책이라던가 여러가지 면에서 애플같은 기업을 설립하는 건 무리지만, 그 정책마저 바뀐다면 미국으로서는 절대적 위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던 현실에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뭐 그런 말이다.

 

 그래도 여러가지 맞아떨어진 것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우리나라 부동산 불패신화가 몰락할 것을 예언했다던가... 다만 우리나라 주변에 있는 나라인 일본과 중국이 참 먼치킨 나라였을 뿐이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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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중심이 되어 시와시학사 시인선 8
유재영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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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친 빵은 다시 일어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빵
그 이름은 거친 빵?
빵은 어둠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위하여
존재한다
눈물 없이 핀 꽃
피 묻지 않은 시
혁명 없는 도시
그렇다 그 언제인가
다시 일어설 거친 빵을 위하여
버릴 것은 버리자
ㅡ어둠 속의 빛
우리들의 거친 빵

 

 

 

빵을 위해 투쟁하는 건 맞는데

왠지 우리나라에선 밥이라던가 쌀이 더 정서에 맞는 것 같은데...

이 훌륭한 시에 딱히 토를 단다면 그것 하나뿐이랄까.

 

 어디에선가 들었던 것 같다. 시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가면 그 시는 끝이라고. 하지만 이 시집에서는 그 논란에 정식으로 반박하듯이 정면에 '혼자', '쓸쓸히' 등의 말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그 부분 빼고는 매우 훌륭한 비유와 구절들이 많다보니 이젠 감정이 표현된 단어가 어색하기보단 불쌍해진다고 할까. 시로 봐서는 누이를 매우 좋아한다거나 고향을 떠났던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과거가 있었던 걸까.

 사실 빵시리즈만 제외한다면 이 시는 전체적으로 매우 서정적이고 자연예찬의 성질을 띄고 있다. 여백의 미를 상당히 좋아하는지 띄어쓰기나 쉼표를 매우 잘 찍는 편이다. 비 오는 날 방 안에서 호젓하게 차를 마시며 읽기엔 매우 좋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찡한 감동을 느낀 시는 주로 사회참여적 성질을 띄는 빵시리즈 하나 뿐이었지만 그래도 자연에 관련된 시들도 섬세한 게 좋다. 단어들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라서 자연 풍경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달까.

 

 

그러고보니 뒷모습을 섬으로도 표현했던 것 같다.

문득 시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림이 생각나 올려봤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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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7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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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된 것 좋아할 것 없어요. 세상사 모든 게 옛날에 짚신신고 지게 맬 때보다 한 수 좋은 게 없어요. 발달되면 될수록 나쁜 것도 똑같이 많아져요. 송전탑 때문에 여름을 겨울같이 전기 틀어놓고 살고, 밤에 환하게 불 키면, 살기 좋아지는 건가? 방폐장처럼 나쁜 것도 더 많아지잖아요. 서울 사람들 밤에 낮처럼 불 키고, 우리는 변소 불 하나씩도 안 씁니다. 도시 사람을 위해 우리가 왜 죽어야 합니까. 꼭 필요하면 서울 근방에 발전소 세우고 철탑 세우든가." 햇볕의 땅, 밀양이 묻는다. 

 

 

님비 못지않은 사회적 위협세력들이 또 있다.

바로 전기를 그닥 필요로 하지도 않는 지역에다 발전소랑 송전탑 지어서 서울로 가져와 소비하는 핌피.

 

 근데 솔직히 말해보자. 아이들 학교 바로 뒤편에다가 송전탑 짓는 거 반대하는 게 님비인가? 초중고 다 있는 주택지역에다가 성범죄자 놓는 거 반대하는 게 님비인가? 만약 우리 아이가 거기 있다면? 먹고 살기가 각박해지다보니 점점 여자와 아이를 희생시키려는 분위기가 만연하는 게 눈에 대놓고 보여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굳이 일베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여자라면 대놓고 까는 놈들을 상남자라고 추켜세우는 문화라던가, 10대들이 집을 나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르는데 폭력 외에 제재할 줄 몰라 쩔쩔매는 어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소리도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무작정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라는 소리는 아니다. 난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미래의 후손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이 있는데, 전자는 사회현상에 대한 참여이고 후자는 소소한 환경보호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낮에는 불을 다 꺼놓고 있고, 밤에는 LED 등불이라던가 최소한의 불만 켜놓는다면 밀양에 송전탑을 세우고 핵시설을 세워서 전기를 대량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더불어 본인은 전깃세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이번에 잡지가 싹 개편되었는데 절약과 분리수거에 관해 상당히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너무 내용이 풍부해서 소재 고갈이 우려되긴 하지만 계속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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