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발렌띤 가족의 모험 발렌띤 가족의 스토리 : 새로운 삶의 기록 1
알바로 마갈량이스 지음, 까를로스 J. 깜뽀스 그림, 남진희 옮김 / 상서각(책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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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밤이 되자 우리 가족은 모두 거리로 나갔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엄마만 혼자 집에 남아 있었다. 엄마는 왼종일 우리들에게 소리치느라 너무나 지쳐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요! 그곳은 뱀파이어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고요!"

 

 어느 밤, 차가 전복되어 거기 있던 가족들이 모두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동차가 있는 이상 현 세상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다. 그러나 발렌띤 가족에게는 색다른 일이 일어난다. 거짓말처럼 그 가족들이 모두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 가족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신고되었기 때문에, 그 가족은 꼼짝없이 자신들이 살던 집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장례까지 다 마친 뒤라 그 가족이 죽었음을 다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귀환을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햇빛을 쐬고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외출해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수도 없다.'

 안 그래도 죽음을 무서워하던 발렌띤 할아버지는 어쩌면 이렇게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발렌띤과 그의 여동생은 처참한 심정을 드러낸다. 소심한 성격인 발렌띤은 일기에 '다시 죽고 싶다'라고 적는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밤중에만 한없이 집에서 빈둥대야 하는 현실에 지친 것이다.

 그 외에 뱀파이어를 쫓는 사람들이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집이 헐리는 등 발렌띤 가족은 온갖 수난을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러스트의 힘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시원스러운 문장 때문인지. 이야기는 매우 익살스럽게 펼쳐진다. 어쩌면 발렌띤 가족의 어리숙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막연한 인간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피를 마실 생각도 안하고 엄마가 만드는 피순대를 먹으며 살아간다. 집을 팔아넘기려는 삼촌을 숨어서 지켜보지만, 평소 생활하던 대로 소리를 지르는 등 자유롭게 행동하다 우발적으로 자신들이 숨어있는 곳을 드러내는 허술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을 갑자기 배척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탓하기는 커녕 뱀파이어가 된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남을 미워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어리숙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표본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찌보면 굉장히 자학적인 그들의 생각은 점점 그들의 어깨를 '짓눌러간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자신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용산 철거 때의 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한 나라에서 같이 사는 사람을 비정상적인 사람 혹은 '빨갱이'라고 생각하여

타죽는 것도 당연시하는 사회.

사실 그 사건에 말려들어 타 죽었다는 사람들도 사실 죽지 않았고,

발렌띤 가족처럼 모험을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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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Economy 2013.08.14 - 1720호
매경Economy 편집부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잡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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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리뷰는 처음으로 우클릭 경제잡지를 본 본인의 소감만으로 이루어지게 되겠다.

 정치에 관해선 그 유명한 신율 교수의 코너를 따로 마련했는데, 우클릭에서 상당히 보기 싫어할 교수인데도 아무래도 중도성과 이슈성을 높이기 위해 불러온 듯하다. 어째 모두 우클릭을 누르고 있는 사이에 끼어 고전분투하고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 가상함만은 높이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짧고 핵심적인 단어 설명 덕분에 어려운 경제 단어들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알 수 있었고, 본문에서도 전체 내용의 흐름을 끊지 않을만큼 간간히 정세에 대한 설명이 나와서 마음에 쏙 들었다. 말 그대로 경제의 기초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면서도 현재의 경제 대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유익한 잡지였다.

 경제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최근 소비의 흐름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소형가전에 대한 기사는 앞으로 본인이 2인 가구를 꾸릴 때 어떤 가구를 저렴하게 살 지에 대한 윤곽을 대강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기타 여러 생활과 관련한 짜투리 지식도 많았다. 본인은 만화 쪽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잡지를 계기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또봇이나 폴리의 근원(?)이 무엇인지 대충 흐름을 잡았다. 그리고 본인이 전부터 생각했던 자동차 만화의 강한 홍보성을 이 잡지에서도 똑같이 문제시하는 것 같아서 기뻤다. 이 기사에서만큼은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

 

 

최근에는 쏘울로도 로봇을 만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모델이 차 매니아에게선 호불호가 매우 큰 디자인이라는 점...

 http://mirror.enha.kr/wiki/%EA%B8%B0%EC%95%84%20%EC%8F%98%EC%9A%B8

 

 그러나 전체적으로 기사가 짧아 어떤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는 현재 본인이 구입한 월간지 이코노미 21의 힘이 필요할 수 있겠다. 그리고 컬쳐란이 너무 많은 것도 본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논어나 우파니샤드는 기본적으로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퍽

 아무튼 다음엔 현대와 기아차에 대한 강성노조의 폐혜 어쩌고 하는데 설마 정치를 건드리는 건 아니겠지 쩝쩝... 뭔가 찝찝하긴 하지만 역으로 상당한 지식을 알게 되었으므로 답례로 매번 구입해봐야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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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절도 18
쿠스노키 케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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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여자라는 것도ㅡ, 분명히 있을 거야.- <귀절도 20> p. 18

 

 

보고 싶긴 하지만 도저히 그림체는 봐줄 수 없는 귀절도 극장판(..)

확실히 이게 오니기리마루를 들고 있는 이름없는 요괴의 첫사랑이자 나름 중요한 장면이긴 한데

이런 중요한 장면에서도 이런 작붕이라니 ㅠㅠ

 

 귀절도 혹은 오니기리마루는 철자 그대로 귀신잡는 검이다. 이 만화책에서는 자세한 사정은 나오지 않지만 이 검에도 전설이 있다. 대대로 퇴마검을 만드는 야스츠나 가문이 있었는데, 그 도공의 집에 요괴가 들어와 집안 식구를 다 죽이자 복수를 꿈꾸던 도공이 식구들의 시신을 철에 녹여 검을 만들어 그 요괴에게 복수했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그 검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여러 무사들이 그 검을 찾으려 했고,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검을 찾아서 도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그렇지만 이 만화책에서는 요괴를 벨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검이라고만 나와있다. 인간의 천적은 요괴, 요괴의 천적은 오니기리마루. (20권에서 나오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간도 공격할 수 있다. 바가지머리 요괴가 그렇게 하지 않을 뿐.) 그런 식으로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름도 없고 뿔도 없는 요괴가 그 검을 가지고 있으며, 오니기리마루를 사용하여 요괴를 다 베어 없애면 자신도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요괴들이 지적하듯이 이 희망은 매우 의심쩍다. 순수한 혈통의 요괴의 등장이 그렇다. 바가지머리 요괴 말고도 키미카라는 애도 등장하는데, 아름다움에 관련된 남성 혹은 여성의 욕망으로 인해 죽여도 죽여도 다시 생겨나는 요괴이다. 게다가 오니기리마루도 몇 차례나 베는 데 애를 먹은 반승가라는 존재로 인해 악귀라는 존재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나중에 바가지머리 요괴마저도 스스로 그 희망을 부정하는 데까지 이르고 만다. 하지만 확실히 요괴라는 존재가 모두 없어진다면 요괴라는 존재까지 사라지고 말테니 본성만 잘 숨긴다면 인간의 모습으로서 살아갈 수는 있겠지... 처음으로 바가지머리 요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격려해주고 싶었던 마지막화랄까.

 개인적으로 고토랑 잘 되었으면 했는데 그게 끝까지 아쉽다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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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짐승의 연애
이응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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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과 멍청함이 가끔 일치하듯, 어떤 지성은 그 어떤 폭력보다 무자비하다.- p. 62

 

 

<달의 뒷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이 고야의 그림을 닮았다면

이번 소설은 에곤 쉴라를 닮았다.

좀 더 에로틱하고 좀 더 제대로 된 형태를 갖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랑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감정이 없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도를 통달한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뜬금없이 아버지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물론 맨 마지막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주인공이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 처하는 건 다 똑같다. 그러니까 이 책은 대강 사람 살 때 한 번 쯤은 있을 듯한 이야기들을 담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사막여행이라도 갔다가 왔는지 계속 모래와 낙타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여행이라던가 무언가를 계기로 하여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은 듯하다. 그나마 소설집 마지막에 완성도라고 할 만한 형태가 잡혀있는 걸 보면 이것으로 작가의 성장도를 볼 수 있다고 쳐도 되겠지.

 성을 다루고 있다지만 무라카미 류처럼 강한 야성미를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살인자에 관한 이야기 하나만 뺀다면.) 오히려 이야기 하나하나의 남자주인공들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세당한 야생동물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여성이 강력하게 남성을 짓누르고 있는 형태는 아니다. 어떤 단편소설에서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빌려 그 남성을 감싸주고 있으니까. 소설의 형태는 하나같이 다 어떤 특이한 사물이라던가 사건을 계기로 남성이 숨기고 있는 연약한 감수성을 액면 그대로 꺼내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응준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책 하나하나가 다른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와중에서는 내가 싫어하는 형태의 소설도 있지만, 그래도 책을 잡는 순간의 기대감은 크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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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8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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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앉아서 보면 참 좋지? 여긴 덕적도보다 공기가 더 좋아. 맑은 날은 별이 하늘에 가득해. 하늘이 안 보이고 그냥 별만 봐야 해. 여긴 그냥 뒀으면 좋겠어. 얼마나 좋아. 여기 사는 사람이 설계도가 무슨 소용이 있어. 무슨 상관이겠어.- p. 49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코끼리바위.

씨제이에서 섬을 매수하면 이 바위는 골프장 한복판에 기념물로 세워져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든다 시바.

 

 본인은 매우 옛날에 굴업도와 관련된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설명을 듣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섬이 존재할 수 있다니. 실컷 책을 읽고 나서 엄니에게 굴업도 가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가 싸움으로 번져서 얻어맞고 다신 그 소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건 여담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가고 말리라 결심했던 섬이 지금 씨제이의 개인 섬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환경단체의 단점이라면, 사람을 너무 믿다가 믿고 있던 그 사람들에게 배신당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핵폐기장 세우는 건 반대했던 인천 주민들을 믿고 이번 일도 잘 처리될 지 믿었다는 환경단체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씨제이에서 골프장 세우는 건 찬성했다고 한다. 4대강 자전거길을 세운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보니 주민들이 연속으로 세 번 '자전거 얼마에요?'라고 물어봤던 것과 같은 꼴이다. 핵폐기장은 관광수입이 안 되고, 골프장은 관광수입이 되니까 찬성한다는 심보가 너무 훤히 보이잖아...

 게다가 씨제이의 굴업도 사유화를 찬성하는 이장을 실었다길래 나름 중도적으로 보일려고 작정했나 했는데 이건 뭐... 굴업도는 멋이 없다느니,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느니 하다가 마지막엔 '나는 어업 안 하고 어차피 여기 개발 끝나면 자식들하고 있을 거니까 ㅇㅇ' 이러질 않나 완전 자기 중심적인 꼰대 할아버지를 올려 놓은 것이다. 일부러 작아 독자들의 분노를 돋우기 위해 그런 건가 의문이 들 정도. 인터뷰 자체를 올려놓지 않았으면 최소한 나에게 눈꼴 시림을 받진 않았겠지.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쓰는데 왜 핵폐기를 100%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했다면 모를까. 참 그 나이에 교육을 다시 받으라 할 수도 없고 (사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늙어서도 배울 수밖에 없는 처지인 듯하다.) 이런 노인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지금 쑥대밭이 되고 있는 것 같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건설이 완료된 이후로 우리나라에선 계속 암울한 소식만이 올라온다. 물고기는 물론 강에 사는 나무까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하다. 미래에 과연 우리나라에 이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온전히 물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두렵기만 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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