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지음 / 장경각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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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살인, 강도 등 극악 죄인을

부처님과 같이 공경할 때

비로소 생명의 참모습을 알고

참다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p. 11

 

 처음 그의 법어를 책으로 접하는 사람들은 매우 놀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스님이 살인자가 강도를 오냐오냐 대할 것 같으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답하겠다. 오히려 속세의 사람들을 살인자, 강도 대하듯이 엄격하게 대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삼천배를 올리지 않으면 고관이라도 진심이 담긴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2013년 초가 성철스님 100주년이라서 그랬던지, 설악산 근처 서점에 그와 관련된 책이 많았다. 그 때 미리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어영부영하다가 정작 백일법문 같은 책들은 건지지도 못하고 놓쳐버렸다. 대신 얇은 두께의 책들만 건지게 되었는데, 유독 이 책이 다국어들로 많이 번역되어 있었다. 확실히 시 형태로 구성된 간결한 책이라서 번역하기도 수월했으리라 생각한다.

 

 

유독 그의 이야기를 할 때 거론되는 게 문제의 이 구절이다.

 

 하지만 위에 본인이 적은 인상적인 글귀를 보면 그 어감이 전혀 색다른 바가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 책에서 볼 때 이런 식의 구절은 한 번 등장했을 뿐이다. 그 다음으로는 쭉 모든 종교와 모든 생물이 하나가 되어 더불어 사는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며, 그 무대가 끝나고 막이 내릴 때 모두가 즐겁게 축제를 벌이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사탄'이나 '살인, 강도'보다는 '강아지'라는 단어가 아마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이상향을 그릴 때 그는 꼭 뛰노는 강아지를 배경 무대로 넣었다.)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는 그들이 참으로 답답하며, 살아생전엔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세상을 떠났을 때야 그를 배척하는 짓거리가 참으로 옹졸하다 말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철스님은 끝까지 '일체를 존경합시다'라고 했던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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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버지니아 울프 전집 6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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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화분에서 머리를 들어 산 울타리의 틈새를 보았어. 그녀가 그에게 키스하는 걸 보았어. 지니와 루이스가 키스하고 있는 걸 보았어. 이제 나는 나의 괴로움을 손수건으로 싸려 해. 세게 비틀어서 똥그랗게 만들고 말 거야. (...) 너도밤나무 뿌리 밑에 내 고뇌를 내려놓을 거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차근차근 조사해볼 거야. 그들은 나를 찾아내지 못할 거야. 나무 열매를 먹고 가시가 있는 관목을 헤치며 새알을 찾을 거야, 내 머리칼은 당연히 엉켜 있을 것이고 나는 산울타리 밑에서 잠이 들 테고 도랑물을 마시고 거기서 죽겠지.

 

 비록 끝까지 다 읽기는 했지만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처음 읽기 시작한 때도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린 책이다. 주인공 6명이 한꺼번에 독백을 해대는 통에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이 6명의 관계도 꽤나 북적북적해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루이스가 제일 너무했다. 지니가 꼬시고 수잔이 잠깐 좋아했다가 말고 로우다가 그와 결혼할 뻔했지만 결국 실패한다;;; 인기 독식남인가 이 녀석은.

 이 책으로 인해 버지니아 울프가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 수많은 정신병들 중에서도 '정신분열증'이라는 증세가 들어가는데, 정작 이 소설을 읽어보니 본인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정신분열증 초기 증세라기보다는 <디 아워스> 영화에서처럼 남자고 여자고 자연이건간에 각기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 거미줄처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이라 얘기해주는 듯했다. 아마도 소설 속에서의 뭐라 말할 수 없이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정신분열증을 생각했던 것이리라.

 

 

로우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디 아워스 중에서 이 장면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버지니아 울프는 본인이 끌리는 인물들을 다 자살로 죽여놓던데(...) 이 소설에서는 로우다가 그런 역할을 한다. 고독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범상한 여자들처럼 살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하지만, 그 인생은 꽤나 고독하고 힘들었으리라. 결국 수잔이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가 흐지부지 포기하지 않던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처럼 살기란! 처음엔 상당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보면 버지니아 울프 소설 중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또 없다. 그녀의 평상시 소설보다 인간관계에 관해서 상당히 신경쓴 점이 돋보인다. 평상시 그닥 신경쓰지 않던 것들을 신경쓰면서 쓰느라 파도라는 소설이 그렇게 힘들어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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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대학교 - 몬스터 친구들의 대학 시절 대공개! 디즈니 무비 클로즈업 2
월트 디즈니사 글.그림, 지혜연 옮김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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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조스키 군! 계속 사람들을 놀라게 해봐."- p. 68

 

 

픽사에서 밀어주고 있는 몬스터 영화이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처음으로 상영되었고 몬스터 대학교는 올해 상영되었다.

둘 다 내가 못 본 영화다. 낌새로 봐서는 시즌 2가 나올 것 같은데 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외전 격으로 몬스터 콤비의 대학교 시절 이야기라고 한다. 이번 굿모닝팝스에서 이 영화의 대본을 연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간단한 영어회화를 위주로 하다보니 스토리가 자꾸 끊겨서 나오는 통에 궁금해져서 보게 되었다. 굿모닝팝스에서 나왔던 대사들이 핵심부분이었는지 영화를 간략하게 추린 이 책에서도 그 대사들이 그대로 나와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현재 12월 굿모닝팝스를 듣고는 있지만 영화를 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몬스터로서는 치명적인 '귀여움'을 타고나서 사람들을 놀래킬 수 없다는 운명을 타고난 마이크 와조스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겁대가리를 상실한 당돌한 성격이라는 게 함정이다 ㅋㅋㅋ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복합적이다. 설리와 마이크의 우정이야기, 밑바닥에서부터 열심히 치고 올라가 성공하는 이야기, 교수에게 마구 들이대면 최소한의 인정과 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실전과 이론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사용법과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 등등. 처음엔 대학교라고 해서 단순히 대학교 시절의 아름다운 청춘을 다루는 이야기겠지... 했는데 인종차별이나 왕따같은 진지한 이야기들도 뒤섞여 있어서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도 대학교의 입학과 졸업에 목숨을 거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꿈을 와장창 깨뜨리는 마이크의 대학교 중퇴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크게 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는 걸 우화적 스토리로 전해준다고나 할까? 다른 영화는 몰라도 이 두 영화만큼은 꼭 다운로드 받아서 끝까지 보고 싶다. 혹시 이 내용 자체에 흥미가 있다면 김예슬 씨의 에세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를 읽어보기를.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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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Economy 2013.12.10 - 1735호
매경Economy 편집부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잡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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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1년여 후 분실보험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사실이라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 현재 휴대폰 분실보험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팔리는 대표적인 ‘불완전판매’ 상품이다. 

 

 이번엔 종박과 종노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대략 어감을 보고 짐작하겠지만 보수단체들이 하도 종북종북 거리다보니 민주당과 진보단체들이 '오케이 그럼 넌 종박. (박근혜 숭배하는 족속들이란 뜻이다.)' 이라고 맞받아치고 딴나라당이 '그럼 너넨 종노잖아. 노무현 종놈들아.' 라고 나름대로 맞받아친 거다.

 툭하면 종북종북거리며 잣대를 들이댄 건 새누리당이 아닌가. 그것 때문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죽어서까지 욕을 먹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좀 당한 걸로 한 나라의 당원들이 들고 일어나서 말장난을 하는 건 좀 유치하지 않은가 싶다. 종박이라는 단어를 자랑스럽게 유행어로 만드는 것도 좀 웃기다 싶고.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들이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는다는 것이다. 속초 청호동 성당에서도 말했듯이 바티칸의 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념을 다해 자신의 정의를 구축하라'라고 발언했기에 우리나라 사제들도 개인적인 숙명을 띠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종교와 정치권력의 융합이 어쩌고 하는 건 매우 웃길 뿐더러 사태를 너무 확대시킨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개신교와 불교까지도 나서서 무려 3대 종교가 박근혜의 정치적 잘못을 지적하는 데 요즘에는 또 어떻게 생각이 바뀌셨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이번 호도 엎치락뒤치락하는 기업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이야기가 정말 꿀잼이었다. 만 24세의 나이로 건설창업을 하여 독하게 기업을 끌어들인 사람이라는데 요즘 사태를 보면 인생무상을 느끼지 않을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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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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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상 진심이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어 있다.- p. 47

 

 

결국 그는 투병생활 중에서도 에세이 여러 권과 소설 한 권을 남겼다. 그리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암치료를 버텨내면서 쓴 글도 인상적이었지만, 자신이 병에 걸린 걸 몰랐을 때의 그의 에세이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투병생활 중의 그의 글은 매우 간단하고 무게가 있었지만, 건강했던 시절의 글에선 특유의 매끄러운 허풍과 까불까불한 위트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 에세이가 잠깐 누리는 인생의 여유라 생각했던 것일까. 소설을 쓰는 게 직업이라 소설쓰는 것 외에 펜을 잡는 게 지독히 싫다는 그의 독백을 보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제도 통일되어있지 않고 과거에 대한 반추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마구 섞여있는 이 글에선 작가의 고뇌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유독 그의 글에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보니 친한 형들과 선배들이 하나 둘 세상을 등지는 직접 보게 되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가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평상시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나보다. 작가 김유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김유정이 죽기 전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애걸하는 마지막 편지 전문을 에세이에 올린다. 자신이 가난하게 살았던 때와 죽음의 위기에 빠졌을 때를 떠올렸던 것일까.

 나는 유독 그의 소설이 싫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소설 속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의 소설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왠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조선일보'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난다. 물론 그의 르포적인 문체도 한 몫하겠지만 그건 김훈 소설가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김훈보다는 최인호의 소설이 좀 더 경직된 느낌이다. 어쩌면 에세이에서 그의 재치를 다 풀어내서 소설에선 그런 인간적인 냄새가 풍겨오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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